2023년 8월호

토머스 헤더윅의 건축 세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주요 프로젝트와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전시가 한창이다. 문화역서울284에서 9월 6일까지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에서 발견한 그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EDITOR 김수진 COOPERATION 숨 프로젝트(585-5022)


리틀 아일랜드

뉴욕 맨해튼 남서쪽 강변에 2021년 오픈한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는 과거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잘 이끌어내는 토머스 헤더윅의 작업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 프로젝트. 오래되고 방치된 부두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그는 허드슨강 밖으로 튀어나온 수백 개의 오래된 나무 말뚝에 주목했다. 부두의 구조적 형태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크리트 기둥 여러 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공원을 완성한 것. 강물 위로 솟아올라 바닥을 이루는 거대한 깔때기 형태의 구조물 위에는 100여 종의 다양한 토착 나무와 식물을 식재했다. 타일을 빈틈 없이 배치한 듯한 ‘테셀레이션tessellation’ 패턴으로 연결된 총 280개의 구조물로 이뤄진 공간은 700석 규모의 야외 극장과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 공간, 다양한 산책로와 전망대 등을 품은 공공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UK 파빌리언

2010년 디자인한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은 헤더윅 스튜디오의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잘 보여준다. 목표는 엑스포 출품작 중 5대 파빌리언으로 손꼽힐 만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제한된 예산으로 축구 경기장 규모의 부지에 새로운 건축물을 세워야 했기에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헤더윅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단일 건축물을 계획했다. 영국 왕립식물원 큐 가든의 밀레니엄 시드 뱅크에서 모티프를 얻어 바람에 살랑이는 긴 풀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동적인 외관의 건물을 설계한 것. 7.5m 길이의 유연한 머리카락 형태의 아크릴 막대 6만 개를 중앙 큐브 주위에 배치해 신비로운 형상을 완성했다. 막대 끝부분에는 25만 개의 씨앗을 담아 정원 문화에 선구적 역할을 해온 영국 문화와 자연의 소중함을 전했다.




더 코어

토머스 헤더윅이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프로젝트.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고품격 리조트 설해원 부지에 약 8300m2 규모로 들어서게 될 미술관으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디자인 콘셉트는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한 공간’. 예술적인 공간 디자인을 통해 상징적 순간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설해원에 담긴 기운을 나타내는 구심점인 동시에 공간과 어울리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휴식과 사색도 즐길 수 있는 개성 있고 유연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 중심부의 아트리움에서 원을 그리며 뻗어나가는 새로운 갤러리 공간에는 방대한 컬렉션이 자리하게 되며, 방문객을 위한 교육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주변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외부 조각 정원부터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동선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구글 베이 뷰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완공된 구글의 신사옥. ‘더 많이 만나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헤더윅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구글은 직원을 위한 생산적이고 즐거운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 외에도, 신사옥이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투명한 캠퍼스 공간을 구축하길 바랐다. 헤더윅은 이에 부응해 기존 지붕과 벽 구조를 없애고, 건물 천장부에 거대한 천막 모양의 태양광발전 패널 캐노피를 적용했다. 캐노피는 하단부의 조경, 자전거도로, 카페 위로 드리워지거나 접히기도 하며 건물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산업의 특성에 맞춰 대형 격납고나 공항 터미널과 유사한 건물 구조를 차용하고, 내부에는 유연한 구조물을 배치한 것도 특징. ‘건물 외관’이라는 하드웨어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공간을 고안해, 사무실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토머스 헤더윅과의 Q&A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런던 기반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 숨 프로젝트와 도쿄 모리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를 통해 대표 프로젝트 30개를 소개하며 독창적인 디자인 철학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소감은?

서울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들이 하나같이 가보고 싶고, 작업해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도시다. 이곳에서 주요 작업을 선보일 수 있어 즐겁고 기쁘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앞서 있었던 일본 모리 미술관 전시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한국과 헤더윅 스튜디오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프로젝트 2가지를 추가했다. 강원도 양양의 설해원 부지에 들어설 아담하고 멋진 뮤지엄 프로젝트 ‘더 코어’와 ‘서울 노들섬 기획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한 ‘사운드스케이프’다. 특히 사운드스케이프는 서울만의 독창적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 건축물에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오랜 신념이다. 건축은 우리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우리의 생활 방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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