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TIMEPIECE 2023

TIME FOR LEADERS

시계업계를 이끌고 있는 각 브랜드 지사장 4인과 나눈 이야기. 수많은 시계를 보고 만지고 경험한 그들이 추천하는 신제품과 사심 섞인 모델, 오래 간직하고 싶은 시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EDITOR 홍혜선, 김송아 PHOTOGRAPHER 이경옥

오데마 피게 코리아 지사장, 나인범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올해의 신제품.

지금 착용하고 있는 ‘코드 11.59’ 워치의 신형인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을 추천한다. 오데마 피게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로열 오크’ 워치를 만들어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라는 개념을 설파했듯, 우리가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는 것은 단지 신제품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전에 없던 카테고리를 생성시키는 것이 우리가 신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다. ‘로열 오크’ 워치의 또 다른 상징인 타피스리 패턴 다이얼처럼 이 시계에도 방사형으로 퍼지는 물결무늬 기요셰를 적용해 새로운 아이코닉 시계를 기대해본다.


브랜드 내에서 주로 착용하는 제품.

오데마 피게 시계 2개를 갖고 있다. 슈트를 입을 때는 ‘코드 11.59’ 워치를 착용하고 캐주얼하게 입을 때는 ‘로열 오크 듀얼 타임’ 워치를 찬다. 이 시계는 15년 전 예물로 구입했다. 아직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를 때부터 오데마 피게를 좋아했다. 지금에 와서 되짚어보니 운명인가 싶다. 오데마 피게로 오기 약 2년 전, 9년 정도 다른 시계 브랜드에 몸담았을 때는 해당 브랜드에 충실하고 싶어서 한 번도 착용하지 않았다. 오데마 피게로 옮기고 9년 만에 금고에서 꺼내 착용했을 때 괜히 마음이 설렜다. 요즘 열심히 차고 있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여전히 탐나는 모델.

울트라신 워치인 ‘줄스 오데마’ 워치. 깔끔하고 간결하다. 클래식 워치의 표본, 어쩌면 기준점이라 해도 무결한 모델이다. 오데마 피게는 역사가 오래되었음에도 진취적이고 트렌디한데, 해당 시계가 다시 생긴다면 클래식한 분위기를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요즘 터치를 가미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시계.

디자인을 떠나 의미가 깃든 시계를 물려주고 싶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코드 11.59’는 2년 전 오데마 피게에 합류했을 때부터 착용한 시계다. 참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오데마 피게 코리아 진출 시기라 브랜드를 새로 세팅하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보람된 시간이었고. 그런 타이밍에 착용하던 시계다. 오데마 피게 코리아의 기반을 세운, 오데마 피게 코리아의 ‘Employee No. 1’이 착용한 시계라는 의미를 붙이고 싶다. 아들이 시계를 보면서 ‘아빠가 회사를 성장시킬 때 이 시계와 함께하셨었구나’라고 느끼며, 시계를 볼 때마다 시간 확인 용도를 넘어 무언가 다른 걸 더 생각할 수 있는 모티프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가리 코리아 지사장, 이정학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올해의 신제품.

올해 6년 만에 재론칭한 ‘옥토 로마’ 컬렉션이다. 2017년 첫 출시했던 ‘옥토 로마’ 컬렉션에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을 통해 그동안 축적했던 피니싱, 워치메이킹 기술을 응집시켜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새틴 브러싱과 폴리싱 처리한 베젤, 클루 드 파리 모티프를 적용해 은은하게 고급스러운 다이얼, 슈퍼 로미노바 코팅 처리로 밤에도 가독성이 뛰어난 인덱스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스트랩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인터체인저블 시스템을 적용해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로마 라인에서는 처음으로 크로노그래프 제품도 선보여 많이 설렌다.


브랜드 내에서 주로 착용하는 제품.

옥토 라인 중 가장 하이엔드 제품인 ‘옥토 피니씨모’ 워치다. 가볍고, 손목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아 자주 착용한다. 시각적으로 얇은 두께와 샌드블라스트 처리를 한 스틸의 색감이 만나 독특한 무드를 풍긴다. ‘옥토 피니씨모’ 워치를 착용할 때마다 거래처에서 만난 분들, 지인들이 무슨 시계냐며 많이들 놀라고 궁금해한다. 양복과도 잘 어울리고, 캐주얼하게 착용하기에도 좋은 제품이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여전히 탐나는 모델.

2018년쯤 선보였던 ‘옥토’ 워치의 샌드블라스트 골드 제품이 아직도 생각난다. 주얼리 브랜드답게 원석의 세공에 능한 불가리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샌드블라스트 골드를 만들었다. 레드를 한 방울 떨어트린 듯한 색감과 매트한 질감으로 일반적인 골드와 다른 오묘한 빛깔이 매력적이다. 단종된 후 많은 고객이 아쉬워했다. 그 성원에 힘입어 곧 다시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 바란다.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시계.

사랑스러운 우리 두 딸에게는 불가리의 상징인 아이코닉한 ‘세르펜티’ 워치를 물려주려 한다. 미래에 흰 티셔츠, 청바지에 포인트로 ‘세르펜티’ 워치를 착용하고 있을 딸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만약 아들이 있었다면 ‘옥토 오리지날레’ 워치를 물려주고 싶다. ‘옥토 오리지날레’ 워치는 옥토 라인의 원형으로 그자체만으로도 소장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론진 브랜드 매니저 & 스와치 그룹 총괄 지사장, 김수연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올해의 신제품.

론진의 ‘돌체비타’ 컬렉션이다. 론진의 대표적인 라인으로 1997년 첫선을 보인 후,매년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선보이고 있다. 이름 그대로 영화 에서 영감을 받아 이탈리아식 여유와 찬사를 담아 우아하게 디자인했다. 올해는 18K 옐로 골드 케이스, 앨리게이터 스트랩으로 출시해 일상생활에서 더욱 아름답게 착용할 수 있다. 특히 그린 컬러가 컬러풀하게 나와 손목을 환히 밝혀준다.


브랜드 내에서 주로 착용하는 제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돌체비타’ 워치를, 개인 일상을 보낼 때는 ‘헤리티지’ 워치를 번갈아 착용한다. ‘헤리티지’ 워치는 큰 다이얼을 지녀 론진의 로고와 핸즈가 잘 보여서 참 좋다. 다이얼에는 깔끔하게 인덱스만을 넣어 쉽게 시간을 확인하는 시계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날로그 시계를 좋아하는 이유는 시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스케줄 중 남은 시간을 한눈에 계산할 수 있어서다. 휴대폰이나 디지털 시계는 가질 수 없는 아날로그 시계만의 장점이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여전히 탐나는 모델.

론진의 ‘콘퀘스트 V.H.P’ 컬렉션이다. 컬렉션 내에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그중 GMT 시계를 소장하고 있다. 출장을 갈 때는 무조건 그 시계만 착용할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출장지에 도착해서 한 번만 현지 시간으로 맞추면, 출발지와 도착지의 시차를 보여줘 정말 편하다. V.H.P라서 오차가 ±5초밖에 나지 않는 것도 큰 강점이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도 있고, 새벽 3시마다 시간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똑똑한 시계다. 전 시계 산업에서 가장 정확성이 높은 제품이라 자부한다.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시계.

TPO에 맞춰 착용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라인을 자랑하는 론진의 모든 시계. 특히 딸에게는 ‘돌체비타’ 워치를, 아들에게는 남편의 ‘마스터 컬렉션 문페이즈’ 워치를 물려주고 싶다. ‘마스터 컬렉션 문페이즈’ 워치를 주면서 올해 191주년을 맞이한 론진의 역사와 매력을 함께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몽블랑 지사장, 에릭 에더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올해의 신제품.

몽블랑산의 메르 드 글라스 빙하에서 영감을 받은 ‘1858 아이스드 씨 오토매틱 데이트’ 워치. 빙하의 깊이 있는 심도와 신비로운 광채를 시계 다이얼에 그대로 이식했다. 케이스 백의 빙산과 심해를 탐험하는 스쿠버다이버의 모습은 다이버 워치임을 대변하는 특별한 디테일이다. 특히 세라믹 베젤을 돌릴 때 들리는 소리가 마치 돌고래 소리 같다.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와 님스다이 푸르자에게 헌정하는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젠 8000’ 워치와 ‘1858 지오스피어 크로노그래프 제로 옥시젠 8000 리미티드 에디션 290’ 워치도 추천한다. 시계 내부의 산소를 완벽히 제거해 내구성이 남다르다.


브랜드 내에서 주로 착용하는 제품.

몽블랑 시계 중 주로 2가지 시계를 돌아가면서 착용한다. 요즘에는 ‘1858 아이스드 씨 오토매틱 데이트’ 워치가 나의 데일리 워치다. 매일 착용해 보고 시계의 훌륭한 면면을 충분히 알기에 앞의 질문에서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었다. 운동할 때는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해 스마트 워치인 ‘서밋 3’를 애용한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여전히 탐나는 모델.

애초에 한정적으로 출시해 더 아쉽고 탐나는 ‘1858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워치. 이 시계는 1920~1930년대 미네르바 군용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다이얼 둘레에 고전적 디테일인 텔레미터 스케일이 있고 중앙에 태키미터 스케일을 배치했다. 미네르바 오리지널 피스와 동일하게 태키미터 스케일은 콜리마송 스타일로 설계해 최대 3분까지 측정할 수 있다. 라임 골드빛을 내는 케이스와 다이얼, 그린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의 흔하지 않은 조화도 소장 욕구를 부른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백으로 칼리버 ‘MB M16.31’의 섬세하면서 클래식한 기계식 구조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미네르바의 장인 정신과 유산, 우아한 면모가 응집한 시계랄까.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시계.

아들의 손목에 채워줄 시계를 떠올리다 보니 제품의 완성도보다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고른 건 워치메이커이자 크로노그래프를 발명했던 니콜라스 뤼섹의 에디션인 ‘스타 레거시 니콜라스 뤼섹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물려주고 싶다.



HAIR&MAKEUP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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