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호

한여름 밤의 페스티벌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의 밤은 더욱 뜨거워진다. 쉬이 잠들 수 없는 여름밤을 수놓는 국제적인 페스티벌 6곳을 소개한다.

EDITOR 정송


BELLA SKYWAY FESTIVAL

오는 8월 15일부터 19일까지 폴란드의 토룬Toruń에서 특별한 여름 축제가 열린다. 토룬은 오래된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도 포함된 곳이다. 지역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취지로 마련된 ‘벨라 스카이웨이 페스티벌’은 2009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14번째 생일을 맞았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문학과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건축, 예술, 빛 등과 같은 우리의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놓치지 않는다. 매년 전 세계 예술가들과 함께하는데, 지난 14년 동안 포르투갈, 프랑스, 헝가리, 싱가포르, 핀란드, 이탈리아, 독일 및 크로아티아의 작가들과 협력해왔다. 특정 공간과 장소에 헌정된 라이트 설치물, 특별 행사와 이벤트는 사람과 과학기술, 디자인 등을 폭넓게 잇는 교두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예술은 전통 양식과 현대미술을 적절하게 융합해 예술이 고루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 누구나 가볍게 즐기고 털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bellaskyway.pl/en



NUIT BLANCHE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여름밤의 백야 축제 ‘누이 블랑슈’. 6월 3일 개최하는 축제는 어둠이 내려앉은 파리 거리 곳곳의 명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다. 해 질 무렵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단 하룻밤의 시간을 현대미술이 가득 채운다. 평소 갤러리, 박물관, 미술관, 극장 등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거리에 펼쳐진다. 사람이 예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예술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002년 처음 시작된 축제는 벌써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센강’이다. 파리를 상징하는 강을 주목해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것. 1년에 12시간 정도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놓쳐선 안 되는 축제로 손꼽힌다. 지난해에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유치를 기념하며 2017년 조성된 ‘GR 75’ 트레킹 코스가 인기 만점이었는데 올해는 어떤 재밌는 이벤트로 우리를 설레게 할지 궁금해진다. 축제의 이름은 불이 켜진 환한 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하얗게 불태우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지 않을까? 파리는 언제 방문해도 낭만적인 도시이지만, 백야 축제를 한 번 경험하면 매년 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paris.fr/nuit-blanche-2023



VIVID SYDNEY

호주의 시드니는 초기 개척자가 지은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고층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자랑하는 독특한 도시다. 2009년부터 매년 5월에서 6월 사이 빛으로 도시 전체를 물들이는 축제 ‘비비드 시드니’가 개최되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약 2400만 명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만큼 세계적으로 가장 큰 도시의 빛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5월 2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6월 18일까지 열린다. 비비드 시드니의 가장 큰 특징은 축제의 장소가 도시 전체라는 점이다. 시드니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오페라하우스에서 선착장 근처 서큘러 퀘이Circular Quay, 더 록스The Rocks, 바랑가루 보존구Barangaroo Reserve를 지나 얼티모Ultimo, 헤이마켓Haymarket까지 쭉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라이트워크Lightwalk’가 마련됐다. 건축물 외벽에 미디어 아트를 프로젝션하는 기법으로 도시 전체를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이는 프로젝트다. 여기에 다양한 뮤직 프로그램과 특별한 레스토랑 다이닝은 물론, 이국적인 동물을 만날 수 있는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까지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시드니에서의 특별한 여름밤을 약속한다. vividsydney.com



JERUSALEM LIGHT FESTIVAL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낯선 나라다. 더구나 종교나 사회·정치적 이슈가 주로 부각돼 이곳에서 어떤 흥미로운 문화 예술 축제가 벌어지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매년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이 모이는 나라다. 시즌마다 페스티벌이 쏟아지는데, 그중에서도 여름에는 7월 5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빛 축제와 7, 8월경에 열리는 맥주 축제가 손에 꼽히는 인기 있는 페스티벌이다. 빛의 축제는 올해로 론칭 12주년을 맞았다. 축제 기간에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유적지 외관을 프로젝션 매핑으로 뒤덮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는 페스티벌은 왠지 모를 경외심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영상 설치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페스티벌답게 거리 곳곳에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서커스에 먹거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하나의 온전한 축제가 된다. 맥주 축제는 또 어떠한가.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예루살렘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함께 세계적인 맥주 150여 종을 즐길 수 있다. 현지 부티크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가 특히 일품이며, 온 도시가 들썩이는 라이브 콘서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lightinjerusalem.com



ISLAND LUMINA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와 같은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컴퍼니 ‘모먼트 팩토리Moment Factory’가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현에 선보이는 미디어 아트 어트랙션이다. 매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만 열리는데 완만하게 경사진 800m 숲길을 걸으며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아트 조명, 영화, 디지털 아트 설치 등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가상 인물 ‘유라’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적 스토리 라인도 훌륭하다. 이는 관객들이 체험형 설치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이기도 하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오지마 해수욕장이 나타나는데, 산을 스크린 삼아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이 일품. 밟으면 빛과 소리가 나는 징검다리, 레이저와 연기로 마치 환상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꾸민 연출 모두 모먼트 팩토리가 만든 스토리에 몰입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온 것에 특별한 경외를 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본이 아닌가. 자연 만물에 신이 깃들었다고 믿는 이들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어떻게 현대적으로 이러한 믿음에 접근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islandlumina.jp/en



BURNING MAN

미국 네바다주 블랙 록 사막을 한순간에 불구덩이로 만들어 버리는 이벤트로 이름을 알린 ‘버닝맨’. 1986년 래리 하비Larry Harvey가 친구들과 함께 사막 한가운데에서 모닥불 파티를 열고 2.4m 크기의 거대 나무 인형을 불태운 것에서 출발한 행사다.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닝맨은 실험 정신으로 뭉친 기업가와 예술가, 그리고 관광객에게 ‘해방과 자유’를 상징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분명 페스티벌인데, 이들은 그 표현을 지양한다. 기업의 스폰서십이 이뤄지는 상업적인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금전을 통한 거래’는 원천 금지하고 있다. 버닝맨이 펼쳐지는 일주일 동안 참여자, 일명 ‘버너Burner’는 물, 식량, 침낭 등 생존에 필요한 것을 챙겨와야 한다. 만약 빠뜨린 것이 있다면, 다른 버너와 물물교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현대미술 전시는 물론, 흥미로운 세미나까지 폭넓게 누릴 수 있다. 거대 나무 인형과 조형물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는 버닝맨의 하이라이트다. burningm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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