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OLDIES BUT GOODIES

미워도 다시 한번! 추억 속으로 잊힌 과거의 유행이 새 시즌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GUEST EDITOR 김미강

GRUNGE FEVER

헝클어진 헤어, 퀭한 눈 밑, 해진 니트와 가죽 재킷에 투박한 부츠까지. 과거 케이트 모스의 위험하고 병약한(!) 스타일을 흠모했던 이들이라면 다시 돌아온 그런지 룩의 활약이 반가울 듯. 체크 셔츠와 탱크 톱, 데님 팬츠를 입고 보테가 베네타 런웨이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케이트 모스의 모습은 전성기 시절 그녀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한편 미우 미우는 전형적인 여성성과 어딘지 모르게 발칙하고 비뚤어진 위트를 탁월하게 조합하며 이번 시즌에도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2023년의 그런지를 동시대적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샤넬의 런웨이를 참고하길. 클래식한 룩에 퇴폐적 무드를 슬쩍 곁들인 롱 블랙 드레스는 그런지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VINTAGE DENIM

Y2K 트렌드가 온 세상을 사로잡았던 그때 그 시절, 패리스 힐턴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추억의 패션 아이콘들이 즐겨 입었던 낡고 물 빠진 빈티지 데님이 Z세대의 지지를 얻으며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재기에 성공했다. 커다란 벨트와 십자가 장식이 세기말 그 자체였던 블루마린은 패리스 힐턴의 스타일에서 영감받은 데님 룩을 대거 선보였고,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한 듯한 디젤 역시 거친 워싱이 돋보이는 데님으로 요즘 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매슈 윌리엄스의 자유분방한 에너지로 충만했던 지방시 쇼를 이끈 키워드 역시 빈티지 데님. 그 시절 패션을 몸소 경험했던 에디터로서는 편견에 맞서 화려하게 부활한 빈티지 데님의 활약이 반가울 뿐.


MODERN CARGO

돌고 도는 유행이라지만 이 ‘문제적 바지’가 다시 유행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근사한 데일리 스타일을 자랑하며 유행을 이끄는 셀럽들이 작년부터 로 라이즈, 배기팬츠 다음으로 즐겨 입기 시작한 팬츠가 바로 카고 팬츠. 이들의 영향력을 의식해서였을까? 럭셔리 브랜드의 새 시즌 컬렉션에 힘을 보탠 건 화려한 액세서리도, 고급스러운 패브릭도 아닌 추억 속 아이템 카고였다. 펜디, 미우 미우, 루이 비통과 사카이를 비롯한 럭셔리 하우스들이 약속이나 한 듯 커다란 포켓 장식이 달린 카고를 선택했으니 카고 룩이 올봄을 대표하는 트렌드임은 부정할 수 없을 듯. 대신 한결 정제되고 모던해진 디자인으로 변모한 점이 돋보인다.


CORSAGE ROMANTICISM

코르사주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적어도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같다. 어머니의 단정한 트위드 투피스 위로 우아하게 단아한 존재감을 발했던 코르사주 브로치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고 다이애나 비의 공식 석상 룩에서 빠지지 않던 액세서리 역시 코르사주였다. 이처럼 1970~1980년대 여성들의 필수 액세서리였던 코르사주가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무드 보드를 풍성하게 채웠다. 가슴과 어깨까지 활짝 핀 코르사주 브로치를 장식한 프라다, 옷과 가방에도 코르사주를 아낌없이 활용한 보테가 베네타는 물론 대형 꽃 장식으로 놀라움을 안긴 로에베와 리처드 퀸까지. 코르사주의 매력은 올봄에 다시 힘차게 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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