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10월호

2026 프리즈 서울은 얼마나 성공적이었을까?

올해 프리즈 서울은 얼마나 성공적이었나? 키아프와 손잡고 프리즈 서울이 열린 지 5년째다. 한국을 찾은 갤러리스트들에게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느낀 한국 마켓의 매력과 성과에 대해 물었다.

EDITOR 박이현 WRITER 이소영

THADDAEUS ROPAC GALLERY

프리즈 서울, 아시아 2대 페어의 위상


타데우스 로팍 1983년 잘츠부르크에서 문을 연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대표. 현재 잘츠부르크, 파리, 런던, 밀라노, 서울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게오르크 바젤리츠, 알렉스 카츠 같은 유럽 거장뿐 아니라 이강소, 이불, 정희민 등 한국 작가의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프리즈 서울에 선보인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작품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게오르크 바젤리츠, 토니 크래그, 안토니 곰리 같은 거장의 주요 작품부터 올리버 비어, 맨디 엘-사예, 아드리안 게니에 등 동시대 작가의 신작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군을 구성해 한국 컬렉터들의 안목에 부응하고자 했습니다. 우리 갤러리의 전속 작가이자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강소, 정희민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주요한 선택이었어요. 실험 미술의 선구자로 활동해온 이강소 작가는 존재와 부재, 회화와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예술적 실천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깊이 있게 형성해왔습니다. 정희민은 독창적인 젤 미디엄 기법으로 디지털 이미지 문화를 손에 잡힐 듯한 조각적 회화로 옮겨내는 차세대 미술가죠. 두 사람의 참여는 한국 미술사의 가치를 기리는 동시에 그 유산을 동시대 담론으로 확장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반영합니다.

서울에서 전시나 페어를 기획할 때는 이전에 소개될 기회가 없던 작가를 발굴해 알리거나 아시아에서 공개된 적 없는 시리즈를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 지점 전시는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지난 10년간 제작한 작품 가운데 한국에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주요 연작 ‘Schatten’(2020)과 ‘Darkness Goldness’(2019)를 조명하고 있어요. 두 시리즈는 2015년 오쿠이 엔위저가 기획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발표한 ‘아비뇽’ 연작 이후, 죽음을 둘러싼 작가의 성찰이 지속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심화되어온 과정을 보여줍니다.


프리즈 서울 참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미술관 전시와 여러 기관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한층 깊어진 서울 아트위크를 마주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미주 지역에서 온 컬렉터들의 방문과 거래도 활발해 페어의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고요.


Tony Cragg, ‘Ivy’, 2016/2025, © Tony Cragg / DACS, London 2026, Photo: Ulrich Ghezzi, Courtesy of the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Paris·Salzburg·Milan·Seoul


한 나라를 대표하는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형 아트페어를 연계해 개최하는 방식은 파리 같은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두 행사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다는 게 특별하죠. 그만큼 시너지가 더욱 뚜렷합니다. 프리즈와 키아프는 각기 다른 갤러리와 작가, 컬렉터를 끌어들이며 서로를 보완하고, 관람객에게는 한국과 글로벌 미술계를 한자리에서 폭넓게 살펴볼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컬렉터와 미술가, 큐레이터, 기관 관계자들이 한데 모이면서 도시 전체에 활력이 생기고, 서울 역시 국제 미술계의 주요 교류 거점으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5년간 프리즈 서울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시나요? 아트바젤 홍콩과 더불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주요 아트페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외 유수 갤러리의 참가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미술계의 연간 일정에서도 비중이 크게 높아졌고요.


프리즈 서울만의 장점은? 가장 큰 강점은 한국 미술 시장의 역동성입니다. 프리즈 서울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찾아오는 컬렉터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효과적인 접점이기도 하고요.


2026 프리즈 서울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부스 설치 전경.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세계 현대미술계의 경향은 무엇인가요? 점차 ‘경험’에 중점을 두면서, 설치미술과 퍼포먼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갤러리가 최근 플로렌티나 홀칭어를 전속 작가로 맞이한 배경이기도 해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관에 참여한 홀칭어를 비롯해 여러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활약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트페어의 존재 이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트페어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아트페어가 물리적인 갤러리 공간 자체를 대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시는 여전히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관객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럼에도 아트페어는 국제 미술 생태계의 필수적인 축이 되었습니다. 개별 전시장까지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컬렉터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아트페어의 수가 계속 늘어난다면, 저마다의 정체성과 관람 경험을 더욱 분명하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 봅니다.



LEHMANN MAUPIN

아트페어의 가치는 관계와 대화


Photo: Axel Dupeux


레이철 리만 리만머핀 공동대표. 데이비드 머핀과 손잡고 1996년 뉴욕에 갤러리를 열었다. 뉴욕·런던·서울, 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윤신, 서도호, 헤르난 바스, 에르빔 부름, 카데르 아티아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프리즈 서울에 선보인 리만머핀 작품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리만머핀은 갤러리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서도호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한 솔로 부스를 선보였어요. 2000년 리만머핀 뉴욕에서 열린 그의 미국 첫 개인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가의 서베이 전시가 열리고 있고, 서울은 서도호의 작업에서 중요한 장소인 만큼 이번 프레젠테이션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프리즈 서울 참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김윤신, 성능경, 유귀미 같은 한국 작가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판매뿐 아니라 기존 컬렉터들과 다시 만나고 새로운 이들과 관계를 맺었으며, 아시아 전역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한층 넓힐 수 있었어요. 작품을 둘러싼 깊이 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는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각각 고유한 성격과 관객층을 가진 두 페어가 같은 시기에 열리면서 한국 미술과 국제 미술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어요. 두 행사가 각자의 시각으로 미술계를 보여준다는 점도 흥미롭고요. 동시에 앞으로도 저마다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관람객도 각 페어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2026 프리즈 서울 리만머핀 부스 설치 전경. Photo: Goh Jeong Kyun, Courtesy of Lehmann Maupin, New York·Seoul·London.


프리즈 서울만의 장점은? 큰 강점 중 하나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예요. 서울에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 관객층이 형성되어 있고, 갤러리와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페어의 열기가 코엑스에만 머물지 않고 도시 곳곳으로 퍼진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특히 올해는 같은 시기에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가 열려 해외 방문객들이 서울을 넘어 다른 지역의 주요 현대미술 행사까지 둘러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한국 미술계가 지닌 다양한 층위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세계 현대미술계의 경향은 무엇인가요? 현대미술의 역사는 더는 서구의 관점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다양한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넓어지고 있습니다. 또 정체성, 이주, 기억, 생태, 기술 같은 주제를 단순히 동시대의 흐름에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관점에서 보다 깊이 있게 다루는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는 고유한 언어를 구축하면서 기존의 시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어요. 현재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프랑스계 알제리 작가 카데르 아티아가 좋은 예입니다. 그는 시간과 ‘상처와 수리’를 탐구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의 역사와 지식 체계를 바탕으로 진보와 복원에 대한 서구의 관념에 질문을 던집니다.


아트페어의 존재 이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트페어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발견하고, 국제 미술계의 여러 주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역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봐요. 세계 각지의 작가와 컬렉터, 큐레이터, 미술관, 갤러리가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여전히 중요하고요. 이제는 워낙 많은 아트페어가 열리기 때문에 왜 굳이 그곳을 찾아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를 보여줘야 합니다. 앞으로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페어라면 개최 도시의 미술계에 뿌리를 두면서 국제적인 시야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겁니다. 결국 아트페어의 가치는 며칠간 이루어지는 거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시작된 만남이 페어 이후에도 어떻게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STPI

창의성은 인간의 본질적 영역


Photo: Toni Cuhadi, Courtesy of STPI, Singapore


에미 유 2002년 문을 연 싱가포르 국립 프린트 연구기관 STPI를 이끌고 있다. STPI는 이불, 양혜규, 단보, 리트리트 티라바니자와 같은 국제적 작가를 초대해 판화와 종이 작품 실험을 지원한다. 서도호는 STPI 레지던시로 인해 작품의 큰 변화를 맞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 선보인 STPI 작품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 전시와 연계해 STPI와 작가가 오랜 기간 이어온 협업의 최신 성과를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서도호 작가의 2026년 신작 가운데 소형 실 드로잉thread drawing 연작과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석판화 등을 골랐습니다. 관객들은 이를 보며 거의 20년 전 STPI 워크숍에서 처음 시도한 그의 작업 방식이 오늘날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프리즈 서울 참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해외 미술관 관계자와 컬렉터, 한국의 주요 인사 등 수많은 VIP가 참석해 예년보다 활기가 넘쳤습니다. 특히 STPI가 마련한 서도호의 개인전은 큰 관심을 받았고, 서울과 해외의 젊은 구매자를 포함한 새로운 컬렉터층과 만날 수 있었어요. 특히 STPI와 협업해 제작한 종이와 판화 작업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관객에게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 페어가 같은 시기에 열리는 덕에 서울에 서로 다른 관심사를 지닌 미술 애호가들이 모이게 되는 점이 좋습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예술 기관인 우리에게는 컬렉터를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미술계의 작가와 큐레이터, 여러 기관을 폭넓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Do Ho Suh, ‘Spectators’, 2026, © Do Ho Suh. Courtesy of the artist and STPI, Singapore


지난 5년간 프리즈 서울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시나요? 우리는 2022년 첫 개최 이후 매년 서울을 찾고 있으며, 방문할 때마다 이곳의 컬렉터와 큐레이터, 작가, 갤러리, 여러 기관과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국 미술계를 이루는 여러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도 매년 인상적으로 느끼고 있고요. 올해는 페어 밖에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 더욱 특별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 전시와 연계해 STPI 팀이 토크와 시아노타입cyanotype, 실 드로잉 워크숍을 열고 관객에게 제작 과정을 직접 소개했거든요.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세계 현대미술계의 경향은 무엇인가요? ‘물성materiality’과 ‘제작 과정’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AI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의 생성과 향유가 일상화된 오늘날, 직접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물리적 행위로 시선이 돌아오는 현상이 흥미롭습니다. 판화와 종이 제작은 예술가의 손과 아이디어, 실험, 재료가 만나는 과정에서 창작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싱가포르 문화지역사회청(MCCY)의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예술 기관으로서, STPI는 현대미술에서 판화가 지닌 가치와 중요성을 꾸준히 알려왔습니다. 이러한 가치는 2027년 1월 ‘싱가포르 아트 위크’ 일환으로 개최될 ‘제2회 싱가포르 판화 전시 및 심포지엄’의 핵심 주제가 될 거예요. 이를 통해 판화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전설적인 판화 거장 켄 타일러가 개척한 실험 정신을 잇는 한편, 판화가 단순히 과거의 매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예술 형식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아트페어의 존재 이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트페어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아트페어는 참여 갤러리와 기관이 자신들이 어떤 작업을 지지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워크숍이자 현대미술 갤러리인 STPI에게는 작품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까지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고요. 우리는 지금까지 워크숍에서 100명 이상의 작가와 함께 일하며 전문 판화·제지 제작자들과 새로운 방식을 실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아트페어는 이렇게 오랜 시간 축적된 실험과 협업의 결과를 새로운 관객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ESTHER SCHIPPER GALLERY

서울에 대한 관심은 예술 그 이상


© Andrea Rossetti


에스더 쉬퍼 에스더쉬퍼 갤러리 대표. 1989년 쾰른에서 첫 갤러리를 열었다. 2022년 서울에 진출했고 지금은 베를린, 파리, 서울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뉴욕에는 쇼룸이 있다.


프리즈 서울에 선보인 에스더 쉬퍼 갤러리 작품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최근 에스더 쉬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작가와 새롭게 합류한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아시아 지역에 탄탄한 컬렉터층을 확보하고 있는 주요 작가들의 작업도 더했고요.


프리즈 서울 참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2017년 서울에 처음 진출한 이래 활발히 활동해 왔고, 2022년부터는 서울에 갤러리를 열어 정기적으로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트페어는 관람객에게 소속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일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컬렉터와 기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도 다수 방문했어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들과 다시 만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2026 프리즈 서울 에스더쉬퍼 갤러리 부스 설치 전경. ©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한 나라를 대표하는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 페어가 같은 시기에 열리면서 각자의 강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키아프는 오랫동안 서울을 대표하는 한국의 아트페어로서 한국 미술계의 주요 연례 행사로 이어져왔습니다. 반면 프리즈는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해외 관람객을 서울로 불러들이며 국제 미술계와의 접점을 넓혀주고요.


프리즈 서울만의 장점은? 개선했으면 하는 점도 있나요? 프리즈 서울은 아트바젤 홍콩과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주요 아트페어 중 하나로, 우리 갤러리의 프로그램을 알리고 아시아 미술 애호가와 만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은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여행지이자 명소로 떠오르고 있어요. 특히 서울에 대한 관심은 미술계를 넘어 음악과 영화, 패션, 음식 등 문화 전반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잖아요. 프리즈 서울도 이러한 성장세를 발판 삼아 아트페어 관람에 그치지 않고 방문객들이 서울의 문화를 직접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합니다.


Tuan Andrew Nguyen, ‘Wing Balance’, 2023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세계 현대미술계의 경향은 무엇인가요? 현대미술계는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특정 글로벌 트렌드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아시아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면서, 이 지역 출신 작가들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포함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작업을 보다 넓은 국제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 갤러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아트페어의 존재 이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트페어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대규모 기획 전시의 큰 차이점은 아트페어가 ‘상업적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출품하는 작품 역시 일차적으로는 소장을 염두에 둔 컬렉터를 대상으로 합니다. 물론 미술관 관장이나 큐레이터 같은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도 빼놓을 수 없지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아트페어는 시장marketplace의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아트페어는 한곳의 갤러리가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훨씬 많은 관람객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줍니다. 갤러리 전시는 대개 1년 이상 앞서 준비하며 작품을 어떤 맥락에서 보여줄지 세심하게 구성하지요. 아트페어 부스 역시 상당한 수준의 큐레이팅과 준비가 필요하지만, 판매라는 핵심 기능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SPRÜTH MAGERS GALLERY

지역 중심의 교류가 아트 페어의 미래


© Dagmar Schwelle


모니카 스프루스 베를린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 공동대표. 1998년 필로메네 마거스와 각자의 성을 조합해 갤러리 이름을 만들었다. 제니 홀저, 바버라 크루거, 신디 셔먼과 같은 여성 거장의 작품을 주로 소개하며 송현숙, 이미래, 갈라 포라스 킴에도 관심이 높다.


프리즈 서울에 선보인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 작품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서로 다른 작가의 작품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예를 들어 라인하르트 무하는 1950년생으로, 독일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동시대와 이후 세대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으며, 유럽과 미국의 미술 기관과 큐레이터들도 오랫동안 그의 작업을 주목해왔습니다.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에 함께 참여한 사진작가 베허 부부뿐 아니라 시프리앙 가야르, 아네 임호프 같은 작가들에게도 그 영향이 이어졌고요. 그래서 부스 중앙에 무하의 주요 작품을 놓고, 그 옆에 가야르와 임호프의 작업을 배치했습니다. 관람객에게 무하가 다소 생소했을 수도 있지만, 세 작가의 작업을 함께 보면서 서로의 연결점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죠. 덕분에 무하의 영향력에 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프리즈 서울 참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컬렉터들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했고, 서울의 예술계는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솔 르윗 전시와 리움미술관의 구정아 전시가 특히 좋았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본 유영국의 <산은 내 안에 있다>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움미술관에서는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서울로 이어진 여성 작가들의 환경 미술 기획전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도 관람했어요. 서울 아트위크는 오래 알고 지낸 이들과 다시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판매 역시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프리즈 서울만의 장점은? 행사 주변의 활기와 탄탄한 한국 미술계, 그리고 해외에서 찾아오는 관람객이 함께한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한국에는 꾸준히 활동해온 컬렉터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으며,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국내외의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페어 자체에 조금 더 시선이 모였으면 합니다. 프리즈 기간에는 주변에서 워낙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다 보니 때로는 관심이 여러 곳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도시 전체가 활기를 띠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트페어가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장소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변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작 페어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2026 프리즈 서울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 부스 설치 전경. Courtesy of Sprüth Magers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세계 현대미술계의 경향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유행을 좇지 않습니다. 필로메네 마거스 대표와 저는 작업의 가치를 확신하는 예술가들과 함께해왔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원칙이에요.


아트페어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더욱 지역 중심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페어는 다른 지역의 미술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갤러리도 모든 도시에 존재할 수는 없고, 우리 역시 세계 곳곳에 거점을 둘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아트페어가 열리는 지금, 각 행사가 열리는 도시와 그곳의 미술 생태계를 얼마나 충실히 보여주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현지 관람객을 모으고, 갤러리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가 되어야 하죠.

모든 페어가 전 세계 사람을 끌어모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제트세터jet-setter’처럼 전 세계를 바쁘게 오가며 활동하는 것이 주류인 시대는 아니니까요. 우리가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도 바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현지 컬렉터와 큐레이터를 만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만남이야말로 페어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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