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피니티 풀 전경. 오랜
역사를 지닌 솜퐁 나무가
수영장에 그늘을 드리운다.
개인의 역사와 추억이 쌓여 더욱 애틋해지는 순서로 여행지 목록을 만든다면, 방콕은 그 목록에서 1, 2위를 다툴 만한 곳이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방콕을 찾아 축하하고 고민하고 다짐하며 위로받았다. 희로애락의 인간사 무엇과도 짝지을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품은 곳이 바로 방콕이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날씨와 끝없는 오토바이의 행렬, 역사적 건물과 초고층 빌딩이 자유롭게 얽힌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유랑 끝에 정착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얽히며 만드는 퓨전 미식과 예술까지. 나는 이런 방콕을 감히 ‘사랑’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다.
푸껫의 ‘아만푸리’로 태국에 첫발을 내디딘 아만AMAN이 37년 만에 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아만 나이러트 방콕’은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로운 장소’를 뜻하는 아만푸리의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도시의 역동성과 그간 쌓아온 호스피탤러티 노하우를 더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고요한 휴식처. 아만 나이러트 방콕은 숨 가쁘게 달려온 삶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여행자의 마음을 닮았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만 나이러트 방콕의 외관.
명문가의 공원으로 체크인
방콕 숙소의 역사를 모아보면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변천사가 된다. N차까지는 보통의 방콕 여행객처럼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숙소를 선택했지만, 10회 이상을 넘기면서부터는 짜오프라야강 주변에만 머물렀다. 방콕의 역동성을 필요할 때만 즐기고 나머지 시간은 조용히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심지와의 거리 때문에 방콕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인 ‘쇼핑’을 편리하게 즐기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늘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만이 방콕 도심 한복판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고요의 상징인 아만이? 갸웃하던 고개는 아만 나이러트 방콕이 들어설 정확한 지점을 듣자 다시 끄덕여졌다. 1915년부터 나이러트Nai Lert 가문이 소유해온 프라이빗 공원, 나이러트 파크 위에 세워진 것. 아만의 파트너인 나이러트 가문은 방콕에서도 독보적인 유산을 지닌 명문가다. 이들이 수십 년간 정성스럽게 가꿔온 나무와 정원은 오늘날 울창한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나이러트 파크 헤리티지 투어’에 참여하면 가문뿐 아니라 방콕의 근대사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공원 곳곳을 프라이빗하게 둘러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만 파묻혀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로 앞에 ‘센트럴’로 시작하는 쇼핑 밸리가 펼쳐지고, 방콕 최대의 쇼핑 명소인 시암까지 험한 교통 체증에 시달리지 않고 15분 남짓 걸어 도착할 수 있다.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나 같은 방콕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입지가 아닐 수 없다.

아만 특유의 고요와 여백을 담은 스위트룸.

6000개 금빛 잎이 달린 나무 조각상이 웅장함을 자아내는 레스토랑 ‘아르바’.
‘아만다움’이란 무엇인가
호텔 디자인은 아만과 오랜 기간 협업해온 세계적 건축가 장-미셸 가티Jean-Michel Gathy가 맡았다. 태국의 문화적 요소에 아만 특유의 여유를 더했는데, 특히 마음에 와닿은 것은 태국 예술가들의 설치 작품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마주하는 9층 로비 리셉션 벽면부터 그 여정이 시작된다. 태국 숫자 1(๑)을 형상화한 3000개의 팽이가 건네는 부드러운 인사를 받으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갑자기 환영 폭죽이 터지는 듯한 놀라움과 감격이 이어진다. 100년간 나이러트 파크를 지켜온 참추리나무에서 영감받은 12m 높이의 거대한 나무 조각상에 매달린 6000개의 금빛 잎이 웅장한 환영 인사를 건넨다. 태국 전통 그림자 인형을 연상시키는 치앙마이 장인들의 나무 패널과 사색의 장소처럼 꾸민 객실 층의 중정까지, 투숙객이 호텔 안에서 이동하는 모든 동선에 예술적 터치를 더해 극진히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객실에 들어서면 또 다른 놀라움이 기다린다. 대형 원형 욕조가 있는 욕실과 침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고안한 회전식 패널에서는 머무는 이를 향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3인 가족이 함께 입욕해도 될 만큼 커다란 원형 욕조와 엑스트라 베드만 한 소파 등 아만의 위용에 걸맞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턴다운 서비스마다 침대 한편에 놓이는 작은 선물의 따스함, 투숙객의 개인 용품을 정리할 때 미묘한 선을 지키는 하우스키핑의 예리함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아만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여실히 느끼게 한다.

호텔에는 방콕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미각과 감각이 머무는 시간
미식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호텔 안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9층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아르바Arva’에서는 신선한 제철 재료를 강조한 요리를, 나이러트 가문의 탄생 연도에서 이름을 딴 ‘1872’ 바에서는 시그너처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그 밖에도 19층에 자리한 일식 오마카세 ‘세수이Sesui’와 철판 요리 전문점 ‘히오리Hiori’,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시가 바’, 매일 오후 9시경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아만 라운지가 미식가들을 반긴다.
3개 층에 걸친 아만 스파 & 웰니스는 방콕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태국 전통 테라피에 기반한 8개의 트리트먼트 룸과 방콕 최초의 ‘반야 스파 하우스’에서 아만의 웰니스 철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같은 층의 피트니스센터에서는 태국 복싱·요가·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운동 중 섭취할 수 있도록 단백질 바와 사과, 일회용 이어폰까지 준비해 운동 마니아에게는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 100년 된 솜퐁 나무 그늘이 있는 인피니티 풀에서 수영하다 목이 마르면 어디선가 차가운 얼음과 물이 나타나고, 출출하다 싶으면 과일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풀에서 나올 때마다 바닥의 물기를 즉시 완벽하게 닦아내는 것은 거의 ‘마법’에 가깝다. 한편 호텔 밖에서 즐기는 전통 타이 다이닝부터 전용 툭툭을 타고 황혼의 사원을 탐방하는 경험까지, 태국 문화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전용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소란한 도시 한가운데서 발견한 고요한 안식처는 방콕이라는 도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순간. 아만 나이러트 방콕은 그렇게 방콕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아르바’ 레스토랑에서 라비올리 위에 트러플을 얹어주는 모습.
아만 나이러트 방콕
위치 Aman Nai Lert Bangkok, 1 Soi Somkid Lumpini, Pathumwan, Bangkok 10330, Thailand
객실 52개 스위트룸 (테라스 스위트·아만 스위트·프레지덴셜 스위트)
다이닝 아르바·1872·풀 바·세수이·히오리·아만 라운지·시가 바
부대 시설 스파·스팀 룸·저쿠지·인피니티 풀·피트니스센터 등
소란한 방콕, 고요가 머무는 곳
테드 터커Ted Tucker, 아만 나이러트 방콕 총지배인

테드 터커 20년 이상 럭셔 리 호스피탤러티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아만 나이러 트 방콕의 총지배인. 리츠칼 튼, 만다린 오리엔탈, 카펠라 등의 호텔 브랜드를 거쳤으 며, 리츠칼튼 코사무이와 카 펠라 방콕에 이어 아만 나이 러트 방콕까지 태국에서 세 차례 호텔 오프닝을 이끌었 다. 코넬 대학교에서 호텔경 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아만은 한국의 ‘마당’과 환대에서 영감을 얻은 VIP 라운지 ‘Madang Stillness’를 선보였습니다. 한국의 마당과 방콕의 나이러트 파크처럼 문화적 배경에 차이가 있는 공간에서도 ‘아만다운 환대’를 느끼게 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문화적 표현 방식은 달라도 두 장소는 사람을 편안히 맞이하고 자연스럽게 교류를 이끈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한국의 ‘마당’은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열린 장소이고, 나이러트 파크 역시 오랫동안 가족과 손님이 함께 시간을 보내온 방콕 도심의 터전이에요. 아만은 획일적인 럭셔리의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각 호텔이 자리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각 지역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아만을 상징하는 프라이버시와 여유, 세심한 응대는 일관되게 유지하지요. 한국의 마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든,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나이러트 파크이든, 바라는 것은 같습니다. 투숙객이 서로 교감하고, 더불어 여행지를 한층 깊이 이해하며 평안하게 머무는 안식처가 되는 것이죠.
아만 나이러트 방콕에서는 공항 패스트 트랙과 전용 차량 이동부터 투숙 경험이 시작됩니다. 호텔에 도착하기 전의 시간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호텔 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아만의 환대는 이미 시작됩니다. 방콕은 에너지와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도시예요. 공항 패스트 트랙과 프라이빗 차량 서비스는 이동 중 마주칠 수 있는 번거로움을 덜어내며, 투숙객이 강렬한 도시의 에너지에서 아만 나이러트의 차분한 분위기로 옮겨가게 합니다.

아만이 그리는 ‘도심 속 안식처’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만이 지향하는 도심 속 휴식은 도시와 단절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만에서는 한 번의 체류만으로 방콕의 역동성과 느린 호흡을 모두 체험할 수 있어요. 방콕의 문화와 미식, 활기찬 에너지를 충분히 즐긴 뒤 호텔로 돌아오면 분주하던 감각이 가라앉고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습니다. 의도적인 디자인과 뚜렷한 장소성, 절제되고 직관적인 서비스는 방콕 한복판에서 잠시 숨을 고를 여백을 제공하지요. 그 안에서 투숙객들이 더 친밀하고 다층적인, 어쩌면 예상을 뛰어넘은 차분한 방콕을 만나길 바랍니다.
태국은 풍부한 웰니스 전통을 지닌 곳입니다. 그럼에도 아만 스파에 동유럽과 스칸디나비아의 목욕 문화에서 출발한 ‘반야 스파 하우스’를 함께 선보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태국의 전통 마사지와 허브 테라피를 비롯한 지역에 뿌리내린 치유법은 아만 나이러트 방콕의 웰니스 프로그램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아만이 바라보는 웰니스의 범위는 한 번의 트리트먼트에 머물지 않습니다. 신체의 회복과 정신적 명료함, 장기적인 웰빙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여기죠. 반야는 열과 스팀, 물, 휴식을 단계적으로 경험하는 몰입형 리추얼이에요. 한 번의 체험이 아닌, 과정 전체에서 온전한 휴식을 누리도록 설계했습니다. 방콕에 이미 자리 잡은 웰니스 문화를 되풀이하는 대신, 이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목욕 리추얼을 더해 웰빙에 접근하는 폭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태국 고유의 치유법과 동유럽, 스칸디나비아의 전통 사우나 반야가 한곳에 공존하며 각기 다른 회복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리츠칼튼 코사무이와 카펠라 방콕에 이어 아만 나이러트 방콕까지, 태국에서 세 번째 호텔 오프닝을 함께했습니다. 지금의 방콕에서 새로운 호텔이 오래 기억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호텔은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아만 나이러트 방콕에는 나이러트 공원과 나이러트 가문의 유산이 빚어낸, 방콕에서만 가능한 장소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은 ‘호텔에서 느낀 감정’ 아닐까요? 진정성 있고 직관적인 서비스와 세심한 개인 맞춤형 배려는 투숙객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이해받고 있다는 인상을 안겨줍니다. 그런 순간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죠.

EDITOR 박이현 COOPERATION 아만(am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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