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 에나멜 알함브라 컬렉션

NEW SHADE OF LUCK

1968년 탄생 이후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변주되어온 ‘알함브라’가 핑크 에나멜과 만났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반클리프 아펠의 에나멜링 기술이 네잎클로버의 상징에 깊이와 광채를 더한 새로운 ‘알함브라’ 컬렉션의 등장이다.

EDITOR 남정화

© Van Cleef & Arpels



에나멜로 피어난 행운의 모티프

오닉스와 카닐리언 등의 오너멘털 스톤부터 머더오브펄, 기요셰 골드, 세브르 포슬린까지 다양한 소재로 반세기 넘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온 ‘알함브라’가 이번에는 메종의 오랜 장인 기술인 에나멜을 입었다. 익숙한 네잎클로버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투명한 핑크빛 에나멜과 골드가 만나 빛과 색의 깊이가 한층 풍부해진 컬렉션이다.

이번 컬렉션은 ‘빈티지 알함브라’와 ‘매직 알함브라’ 라인으로 구성되며, 롱 네크리스와 네크리스, 펜던트, 브레이슬릿, 이어링 등 다섯 가지 형태로 선보인다. 각각의 모티프는 섬세한 골드 비즈 테두리로 감싸고, 그 안에 반투명한 핑크 에나멜을 세팅했다. 특히 에나멜 표면과 내부에 자연스럽게 머무는 미세한 기포는 모든 모티프에 조금씩 다른 표정을 부여한다.

빛이 닿는 각도와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투명함과 광채가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옐로 골드 혹은 기요셰 옐로 골드 세팅과 만난 에나멜은 에메랄드를 능가하는 빛 반사율을 보여주며, 장인이 곡선형으로 완성한 표면은 저마다 고유한 광채를 드러낸다. 단순히 새로운 컬러를 더한 것이 아니라, 알함브라의 상징적인 형태 안에 빛을 다루는 또 하나의 방법을 더한 셈이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반클리프 아펠이 주목한 것은 에나멜의 색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메종은 17세기부터 전해오는 ‘골드-루비’ 공정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핑크 컬러를 완성했다. 안료를 사용하는 대신 소재 안에 미세한 골드 입자를 정밀하게 배치해 색을 만들어내는 이 기법은 입자의 크기와 형태, 농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원하는 색을 얻기 어렵다. 반클리프 아펠의 에나멜 공방은 이 방식을 알함브라 모티프에 적용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 개발을 거듭했고, 그 결과 투명성과 색감, 광채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핑크 에나멜을 완성했다. 반클리프 아펠 CEO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énier는 이번 작업을 “행운의 상징에 새로운 장을 여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메종 아틀리에의 전문성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컬러와 빛, 투명함이 어우러진 이 에나멜 소재가 오랜 시간 정교한 마감을 거쳐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왼쪽) 바루나 요트 모형, 1906년경,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 (오른쪽) 루이 14세 초상화 상자(초상화 메달리언), 1680년경, 루브르박물관, 중세ㆍ르네상스ㆍ근대 장식 예술 컬렉션. © GrandPalaisRmn, Jean-Gilles Berizzi


3500년의 소재, 시간을 거쳐 다시 피어나다

에나멜의 역사는 약 3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지중해 문명에서 발전하기 시작한 에나멜링은 이후 여러 지역과 문명을 거치며 장식 예술의 중요한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럽에서는 왕실과 귀족을 위한 장식품과 초상화, 메달리언 등에 활용되며 정교한 세공 기술로 발전했다. 오랜 시간 동안 에나멜은 단순히 색을 더하는 재료를 넘어 장인의 기술과 시간을 가장 섬세하게 보여주는 장식 예술로 발전해왔다.

반클리프 아펠 역시 창립 초기부터 에나멜을 다뤄온 메종이다. 1906년 설립 이후 오브제와 상자, 클립 등 다양한 주얼리 작품에 에나멜을 활용했으며, 1930년대에는 아르데코 특유의 기하학적인 패턴을, 1950~1960년대에는 애니멀과 플라워 모티프를 에나멜로 표현했다. 2006년 첫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인 ‘레이디 아펠 상트네르’를 선보인 이후에는 시계 다이얼에도 에나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소재의 가능성을 확장해왔다. 현재 메종이 구사하는 에나멜 기법은 열다섯 가지가 넘는다. 각 기법마다 필요한 온도와 소성 과정, 표면을 완성하는 방법이 다르며, 그 차이를 이해하고 구현하는 것 역시 장인의 중요한 역량이다. 이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해 반클리프 아펠은 자체적으로 3년 과정의 에나멜링 학교를 운영하며 전문적인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번 핑크 에나멜 알함브라는 이러한 메종이 축적해온 경험을 하나의 아이콘에 집약한 결과다.

주얼리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에나멜 자체만이 아니다. 곡선형으로 완성한 에나멜 모티프를 두 줄의 골드 비즈로 감싸 안착시키는 작업에는 정교한 세공과 세팅, 폴리싱 기술이 필요하다. 뒷면의 프롱은 둥근 비즈 형태로 마감해 피부에 닿는 감촉까지 고려했고, 모티프를 연결하는 체인 역시 각면 처리로 빛을 살렸다.

이 집요한 장인 정신은 반클리프 아펠이 말하는 ‘메티에 다르’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희소성 높은 장식 예술 분야의 기술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표현 방식을 개발하는 것. 알함브라 역시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온 아이콘이다. 이번에는 에나멜이라는 오래된 소재를 또 한 번 새로운 얼굴로 성공적으로 소개했다.



COOPERATION 반클리프 아펠(187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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