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0월호

달큼하게 익은 가을밤

높은 하늘 아래 술맛이 깊어지는 10월. 고유한 멋과 맛이 있는 우리 술 맛집 4.

EDITOR 남정화 GUEST EDITOR 김유영 PHOTOGRAPHER 이기태, 김한이

목재를 사용해 따뜻한 분위기가 풍기는 내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뒷동산 탁주’는 우리 쌀로 빚어 항아리에서 숙성한다. 제철 나물들을 각각 된장, 고추장, 간장으로 버무려 면과 함께 내는 ‘나물비빔면’. 된장을 넣어 감칠맛을 살린 ‘닭완자구이’. 나물로 만든 페스토가 색다른 풍미를 준다.


우리 술 흐르는 정다운 동산, 공간 뒷동산

가을밤의 정취를 느끼며 풍류를 즐기기에 ‘공간 뒷동산’만 한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 멋스럽고 아늑한 이 공간에서는 쌀 술과 발효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송대영, 김나연 공동대표는 자연스러운 산미와 풍성한 향을 품은 탁주를 빚는다. 날씨에 맞춰 누룩의 배합이나 쌀의 종류를 달리해 언제 마셔도 알맞은 술을 만든다고. 특히 제철 과일이나 채소, 꽃과 차 등을 활용해 빚는 ‘뒷동산 계절주’는 서두르지 않으면 금세 동나는 인기 막걸리다. 나물을 듬뿍 올린 ‘나물비빔면’, 제철 채소로 속을 채우는 ‘메밀전병’, 직접 담근 된장으로 양념한 ‘닭완자구이’ 등 국내산 재료로 만든 요리들은 담백하고 산뜻한 맛이 일품. 눈밝은 이라면 이곳의 인테리어가 범상치 않음을 알아챌 것. 송대영 대표는 ‘길종상가’의 박길종 작가와 함께 공간을 채우는 요소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술이 흐르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구불구불한 천장의 형태, 곡선이 두드러지는 목제 가구 등 공간 디테일 역시 술맛을 돋우는 또 하나의 안주가 된다.


주소 성북구 삼선교로2길 3, 1층 소셜미디어 @duidongsan





자체 양조 막걸리를 탭으로 제공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직접 손질한 고등어를 올린 ‘고등어볶음밥’은 은근하게 중독적인 맛이다. 귀여운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 ‘쑥스크림’. 탭에서 뽑은 ‘일상적 모험’. 막걸리 스타일에 따라 제공하는 얼음 개수를 조절한다고.


힙하게 즐기는 크래프트 막걸리, 우리예술

쌍림동의 오래된 가게 사이, 사뭇 다른 감성으로 시선을 끄는 ‘우리예술’은 개성 있는 막걸리와 요리를 선보이는 크래프트 펍이다. 막걸리에 진심인 청년 3명이 함께 꾸리는 공간답게, 메뉴는 물론 운영 및 인테리어 면에서도 흥미로운 시도와 재치가 돋보인다. 이곳에서는 탭에서 갓 뽑아낸 드래프트 막걸리를 잔으로 만날 수 있다. 유자와 바질 풍미가 감도는 ‘일상적 모험’, 깨끗한 산미가 인상적인 ‘드라이클리닝’ 등 자체 양조 막걸리들을 보다 부담 없이 맛보도록 한 것. 직접 조합한 마라 소스를 사용한 ‘마라 등갈비찜’, 쑥과 미숫가루로 만든 아이스크림 ‘쑥스크림’ 등 아이디어가 빛나는 요리와 디저트는 다양한 연령층이 만족할 만하다. 아트, 패션, 음악 등 여러 문화에 관심이 많은 세 대표는 앞으로도 막걸리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일들을 벌일 예정이다. 실제로 이 공간에서는 로컬 브랜드와 의 컬래버레이션, 시음회,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자주 열린다니 참고할 것.


주소 중구 장충단로7길 10, 2층 소셜미디어 @woori_yeahsool




벼 모양 문손잡이가 달린 벼랑의 외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양한 막걸리와 청주 리스트를 갖췄다. 얇게 채친 후 바삭하게 구운 ‘감자전’은 탁주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상큼 달콤한 ‘오징어 초무침’.


분위기가 무르익는 곳, 벼랑

대학 시절부터 20년 넘게 혜화동에 거주해온 이경현 대표가 벼랑을 대학로에 오픈한 것은 올해 2월. 오랜 시간 이곳에 명랑하고 편안한 주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투영된 것이다. ‘벼랑’이라는 이름이 다소 파격적이지만, 한식과 전통주의 주재료인 쌀, ‘벼와 함께’라는 사랑스러운 의미를 담았다. 벼 모양의 문손잡이와 볏짚 무늬 메뉴판, 모시 발 인테리어는 이곳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주력 메뉴는 탁주와 청주다. ‘관악산 생막걸리’, ‘살맛나네’, ‘우렁이쌀’ 등 인기 주류들은 늘 품절 사태를 일으킬 정도. 오미자와 탄산수를 조합한 막걸리 하이볼 ‘오막하-세’도 놓칠 수 없는 별미다. 벼랑이 자랑하는 것은 요리 메뉴들로, 화학조미료를 배제하고 매일 끓인 채수와 닭 육수로 깊은 감칠맛을 내 모든 메뉴가 정성스럽다. 바삭하게 튀긴 항정살을 당귀잎에 싸먹는 ‘항정살튀김’과 탁주의 뒷맛을 깔끔히 정리해주는 ‘오징어 초무침’, 겉바속촉 ‘감자전’은 탁주의 친구 같은 메뉴다. 게릴라성 메뉴들도 지속적으로 선보이니 언제 방문해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주소 종로구 대학로11길 38-6, 1층 소셜미디어 @byu_rang





혼자서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바 테이블로 구성한 공간.


왼쪽부터 인기 메뉴 ‘냉제육’. 고추장물과 장아찌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부산의 양조장 ‘꿀꺽하우스’에서 만든 막걸리 ‘욕망의 거친 물결’. 산미가 있어 요리와 궁합이 좋다. 망원양조의 ‘희우정’. 과실 향이 풍부하고 질감이 부드럽다.


손맛 좋은 셰프의 요리와 함께, 유진

친숙하고 맛깔나는 한식에 막걸리를 곁들이고 싶다면 ‘유진’이 좋은 선택이다. 송유진 대표는 ‘한국 음식과 한국 술’이라는 모토로 공간을 열고 자신이 자주 먹고 마시는 요리와 술을 선보인다. 요리에는 퓨전의 요소를 가미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접해온 편안한 맛을 추구하기 때문. 신선한 식재료는 근처 시장에서 수급한다. 날마다 가장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고. 제철 채소에 쌀가루를 가볍게 입혀 튀기는 ‘계절튀김’, 삶은 돼지고기와 경상도식 고추장물, 마늘종장아찌를 같이 내는 ‘냉제육’ 등 여러 메뉴에서 그러한 지향을 느낄 수 있다. 전국 곳곳의 막걸리와 청주, 약주 등을 갖췄으며 막걸리의 경우 요리와 페어링하기 좋은 은은한 산미를 지닌 것이 많다. 우리 술을 좋아하는 대표가 부지런히 주류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므로, 운이 좋다면 망원양조의 ‘희우정’ 등 신생 양조장의 막걸리도 만날 수 있다.


주소 마포구 포은로 146 1층, 102호 소셜미디어 @yujin.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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