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할 무렵 철새처럼 마음이 자꾸 남쪽으로 향했다.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강물 대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그리워 짐을 쌌다. 목적지는 인도양 한가운데에 별처럼 박혀 있는 몰디브 남부의 ‘로빈슨 몰디브Robinson Maldives’. 몰디브에서 가장 다양한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는 지역으로, 거북이, 가오리, 아기 상어 등이 리조트로 찾아와 근처에서 스노클링만 해도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몰디브의 관문인 말레에서 국내선을 타고 리조트로 가는 길, 하늘에서 본 바다에는 섬이 물빛을 받아 별처럼 반짝였다.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낮에는 물고기와 함께 수영을 했고, 밤마다 테라스에 누워 별을 셌다.

몰디브 상위 1%, 로빈슨 몰디브
스피드보트가 리조트 선착장에 닿자 마중 나온 스태프들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 인사를 건넨다. 감사와 환영을 의미하는 몰디브 사람들 고유의 제스처다. 제너럴 매니저는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맨발의 자유를 누려볼 것을 권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흙과 물의 기운이 몸은 물론 정신까지 맑게 해줄 거라면서. 체크인 후 버기를 타고 오버워터 빌라로 가는 길, 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2009년 오픈했다고 하는데, 리조트 전체가 완전히 자연에 안긴 느낌이다. 로빈슨 몰디브는 몇 차례의 레노베이션을 거쳐 시설을 최신식으로 업그레이드 해왔다. 2025년 4월 레노베이션을 마친 오버워터 빌라는 모던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객실마다 넓은 리빙 공간이 있고, 야외에 커다란 욕실과 테라스, 프라이빗 풀을 갖췄다. 테라스 계단은 바다와 연결되는데, 살아 있는 산호초 지대인 리프reef가 이어진다. 바로 이것이 먼 길을 날아 이곳까지 오게된 이유다. 약 1190개의 작은 산호섬과 26개의 환초로 이뤄진 몰디브는 섬 하나에 한 개의 리조트만 들어서 있어 프라이빗한 휴식을 즐기기 좋다. 환초란 화산섬에 산호가 자란 후 섬중앙이 침식되면서 고리 모양의 테두리만 남은 산호초 지대를 말한다. 리프는 거뭇거뭇한 암초 지대로 물고기의 집이 된다. 특히 하우스 리프는 물빛이 갑자기 짙어지는 바다 절벽을 말하는데, 수중 환경이 다양해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을 하면서 다양한 물고기를 관찰하기 좋다. 몰디브 내에서도 상위 1%의 수중 환경을 자랑하는 로빈슨 몰디브는 바다 쪽으로 20m만 나가면 하우스 리프 지대가 펼쳐진다.

올해 4월에 리모델링한 오버워터 빌라. 모던한 디자인의 객실에 테라스와 인피니티 풀이 있다.

‘로빈슨 몰디브’는 몰디브 내에서도 상위 1%의 수중 환경을 자랑한다.

풍성한 숲에 둘러싸여
있는 비치 빌라는 해변으로
연결된다.
부담 없이 누리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로빈슨 몰디브는 성인 전용 5성급 럭셔리 리조트로, 올인클루시브로 운영된다. 일부 프리미엄 주류와 예약제로 운영되는 데판야키 레스토랑, 일부 워터 스포츠를 제외하고 모든 일정의 식사와 음료, 주류가 숙박비에 포함되며,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공연 및 프로그램에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객실은 전용 풀을 갖춘 오버워터 빌라와 비치 방갈로, 가든 방갈로로 나뉘며 모두 124개의 객실을 운영한다. 리조트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게스트는 250명, 스태프는 게스트보다 많은 300명에 달하기 때문에 일대일에 가까운 융숭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객실 및 레스토랑, 바 등의 시설은 화려하기보다 모던한 디자인에 실용성이 강조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리조트 중심에는 커다란 공용 수영장이 있는데, 수영장 한쪽은 숲과 닿아 그늘을 드리우고, 다른 쪽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깊이도 0.8~2m까지 다양하며, 폭도 10~17m로 넓다.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메인 레스토랑은 라이브 스테이션을 여러 개 갖춰 갓 조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메인 바에서는 일부 프리미엄 주류를 제외하고 모든 메뉴를 무료로 제공한다. 해 질 무렵이면 거의 모든 게스트가 모래사장 위에 놓인 빈백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며 노을을 감상한다. ‘1섬 1리조트’ 정책으로 프라이빗한 휴가를 보낼 수 있지만, 많은 몰디브 리조트가 저녁 식사를 마치면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로빈슨 몰디브에서는 매 순간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로빈슨 앱에는 데일리 프로그램과 스포츠, 스파 트리트먼트, 요리, 파티, 공연 등 리조트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정보가 있다. 앱을 통해 데판야키 레스토랑 테이블을 예약하거나 핀보드에서 테니스를 함께 칠 파트너를 찾고, 다른 게스트와 정보를 교환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빈백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며 선셋을 감상하기 좋은 ‘선다우너 바’.

애프터눈 티와
플로팅 조식 등을 룸서비스로
요청할 수 있다.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독일식 럭셔리
로빈슨 몰디브는 전 세계 15개국에 걸쳐 26개의 리조트를 운영하는 독일의 글로벌 여행 그룹 투이TUI 소속의 프리미엄 리조트 브랜드다.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연속으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트래블러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여행자들에게 꾸준히 좋은 리뷰를 받은 상위 10%의 리조트라는 의미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5성급 리조트에서 기대하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독일 사람들은 외적인 화려함보다 내면의 여유, 심신의 휴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여행도 과시적인 소비보다 내면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숙소를 선택할 때도 친환경적 숙소와 지속 가능한 운영 방침, 웰니스 프로그램의 수준, 지역 문화와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 등을 살핀다고 한다. 덕분에 로빈슨 몰디브에 머무는 동안 특별한 경험을 했다. 독일에서 온 프랑스 출신 쇼 디렉터 크리스탈을 우연히 만났는데, 리조트에서 진행할 공연을 점검하기 위해 머물고 있던 그가 자신의 아틀리에로 초대해 몰디브의 자연을 소재로 만든 공연에 대해 들려준 것이다. 또한 독일에서 온 윙 웨이브Wingwave 코치 우테 바트란은 휴가차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는데, 특별히 프라이빗 요가 수업을 열기도 했다. 전형적인 VIP 서비스보다 여행자의 개성과 취향, 관심사에 맞는 세밀하고 개인화된 일정 설계에 방점을 두는 것, 이것이 독일식 럭셔리 여행인 듯했다. 완벽한 날들이었다. 이른 아침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몸과 마음을 깨우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섬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스노클링을 했다. 노곤해진 몸으로 스파 트리트먼트를 받고, 수영장 풀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다 ‘선다우너 바’에 앉아 일몰을 감상했다.

리조트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 및 이벤트
정보를 앱을 통해 게시하며,
예약도 할 수 있다.

룸서비스로 즐긴 푸짐한 플로팅 조식의 모습.
지속 가능한 몰디브의 미래를 위한 여정
“말레에서 국내선을 타고 카데드후 공항Kaadedhdhoo Airport까지 오면서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감상했을 것이고, 보트를 타고 리조트가 있는 섬까지 오는 길에는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반겨줬을 겁니다. 이곳은 자연이 만든 천국이에요. 로빈슨 몰디브는 자연 산호초 지대에 위치합니다. 몰디브 전역에서 침식이 진행 중이고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공통된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리조트를 보호하기 위해 바다에 돌로 담을 쌓기도 하는데, 생명이 드나드는 길을 막아 외려 해양 환경을 망치게 되지요. 지속 가능한 몰디브를 위해 우리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시스템을 갖추고 에너지의 30% 이상을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물 역시 자체 정수 시스템을 갖추고 재활용 하고 있어요. 메인 레스토랑은 라이브 스테이션을 두고 뷔페 식으로 운영해 남는 음식을 줄이고,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 사용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워터 스포츠팀 주관으로 이웃 섬과 함께 해양 청소 활동과 산호 프레임 입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일상을 지키며 문화를 보존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 ‘롭스판서블ROBsponsible’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지역 학교에 에어컨을 기증하거나 장애 학생을 위해 휠체어를 기증하고,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하는 등 지역사회와 문화도 존중하고 있습니다.”
_ 로빈슨 몰디브 GM 안드레아스 스티스Andreas Stys

ROBINSON MALDIVES
위치 Funamadua Island, Gaafu-Alif-Atoll, Maldives
면적 10만7000m2
객실 수 124개(비치 방갈로, 가든 방갈로, 오버워터 빌라)
식음 시설 레스토랑 2개(메인 레스토랑, 데판야키 레스토랑) 바 3개(메인 바, 풀 바, 선다우너 바), 웰니스 시설, 웰핏 스파, 스포츠 코트, 보디 & 마인드 센터, 짐, 사우나, 그룹 피트니스, 워터 스포츠 스테이션 & 다이빙 센터, 기념품 숍, 브라이들 아틀리에
주의 사항 말레보다 1시간 빠른 시차
취재 협조 로빈슨클럽(robins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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