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원섭 류 양조장 대표이자
테니스 아레나 운영자. 전통과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아우
르는 경험 설계자로 활동한다.
류를 통해 한국 증류주를 세
계 미식 무대에 올리는 동시에
브랜드와 공간, 문화를 연결하
는 작업을 이어간다. 그의 철
학은 언제나 ‘정리된 삶’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신념 위에
놓여 있다.
마니산 능선을 닮은 뾰족한 지붕 아래에 자리한 류RYU 양조장은 전통 양조장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다.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한 공간 안에는 세미나와 라운지, 스피크이지 바까지 들어서 있어 방문객에게 술 이상의 경험을 제안한다. 생산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되며, 독일산 코테Kothe 증류기와 자체 개발한 ‘파인 컷Fine Cut’ 공정은 류만의 깊고 섬세한 풍미를 완성한다. 강화에서 재배한 쌀과 마니산에서 채집한 야생 효모로 빚어낸 술은 지역성과 진정성을 그대로 품는다. “술을 어떻게 빚을지보다, 왜 이 술을 빚는지가 먼저였습니다.” 홍 대표의 말처럼, 류 양조장은 단순한 주류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 소주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는 프로젝트다. 첫 라인업인 ‘류 클래식’, ‘류 오리진’, ‘서해’는 각각 뚜렷한 개성을 지닌다. 부드럽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클래식, 파인다이닝과 조화를 이루는 오리진, 시트러스 풍미가 살아 있는 서해까지. 이 세 가지는 국내 고급 바와 레스토랑을 넘어 해외미식 행사에서도 소개되며, ‘한국 소주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가리, 링크 서울Link Seoul,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과의 협업은 류가 술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원섭 대표의 궤적은 한결같다. 류 양조장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고, 테니스 아레나로 스포츠와 문화를 한 장면에 담아낸다. 각기 다른 영역 같지만, 결국 그에게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하나의 결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다른 세계를 준비 중이다. AI와 언어라는 두 축을 배우며, 다음 시대를 향한 사고의 방식을 정리하고 있다. 삶의 리듬은 언제나 새롭게 갱신되지만, 그 중심에는 ‘정리된 삶’을 향한 그의 철학이 자리한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진정성’과 ‘헤리티지’라고 생각합니다. 잘 만든 브랜드는 많지만, 제 마음을 오래 사로잡는 건 언제나 이야기를 품은 브랜드예요. 밀리터리 룩이나 아메리칸 캐주얼을 일본
식으로 재해석한 아메카지 룩처럼 역사와 맥락이 살아 있는 스타일에 특히 끌립니다. 결국 옷은 내
가 어떤 이야기를 입는가의 문제라 생각해요.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배우 킬리언 머피Cillian Murphy요. 세련되면서도 아날로그적
인 매력이 있죠. 영화 <오펜하이머> 속 그의 악장을 보고 직접 빅 사이즈 슈트를 맞춘 적도 있습니
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은 외형보다 내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겉모습만큼이나 내면을 단단히 가꾸려 합니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2012년에 구입한 바버Barbour 왁스 재킷입니다. 영국식 감성과 밀리터리 무드가 섞인 러프한 스타일은 제 취향을 잘 드러내죠. 자주 입지는 않더라도, 옷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기쁨을 주는 특별한 옷입니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스투시 트러커 캡, 드레이크스 셔츠, 엔지니어드 가먼츠 팬츠, 블런드
스톤 부츠를 고르겠습니다. 이 조합은 편안함과 내구성, 어느 정도의 격식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어떤 상황에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편안함과 내구성을 동시에 갖춘
블런드스톤 부츠.
즐겨 쓰는 스투시의 볼캡과 세월의 흔적이 더욱
멋스럽게 느껴지는 바버의 왁스 재킷.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트래블러스 노트와 워터맨 펜. 기록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늘
곁에 두어야 하는 도구이자, 아이디어와 생각을 쌓아두는 작은 아카이브입니다.
쇼핑할 때의 기준은? 첫째, 내 옷장과 잘 어울리는가. 둘째, 독창적으로 강렬하게 끌리는가. 마지막
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가.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이 긴장감이 제 스타일을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당장 쓸모가 없어도 영감을 준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즐겨 듣는 CD인
<샤프트 인 아프리카>와
쎄이SAAY의 두 번째 앨범.
스케줄과 룩, 기분에 따라
골라 쓰는 안경 컬렉션.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샤프트 인 아프리카Shaft in Africa> CD입니다. 아침마다 CD를 트는 습관이 있는데, 어느 바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좋아 직접 찾아 구입했어요. 지금은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이 되었습니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안경이요. 그날의 스케줄과 룩, 기분에 따라 고르기 때문에 많을수록 즐
거워요.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을 갖는 브랜드는 다비치안경의 하우스 브랜드 비비엠Bibiem. 가
볍고 착용감이 뛰어나 운동을 즐기는 내게 잘 맞고,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고 싶은
아이템입니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톰 포드 투스칸 레더예요. 존경하는 형이 선물해준 향수라 더 각별합니다. 향
은 결국 기억과 연결되기에, 뿌릴 때마다 그 시절의 시간과 열정이 되살아납니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샤프트 인 아프리카’는 여전히 아침을 깨우는 필수 트랙이고, 쎄이SAAY
의 두 번째 앨범 <필로소피FEELosophy>도 즐겨 듣습니다. 특히 타이틀곡 ‘OMEGA’는 한국에
서 쉽게 나오기 힘든 바이브라 생각해 반복 재생합니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긴 설명보다 짧고 함축적인
언어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디즈니의 <릴로와 스티치>. 외계에서 온 스티치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태도가 인상 깊었어요. 요즘 제게 쏟아지는 도전도 힘겨운 시련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
으로 받아들이게 해줬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의미라는 철학적 깨달음
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류 양조장의 대표 라인업인
‘류 클래식’과 ‘류 오리진’.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스티브 잡스입니다. 그가 남긴 자필 노트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아니 소장할 수 있다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다. 시대라는 캔버스에 가장
큰 흔적을 남긴 아티스트라 생각합니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CD를 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어서 샤워와 F45 운동으로 몸을 깨우죠. 운동을 워낙 좋아해 옷장에도 운동복이 가장 많습니다. 저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루틴이에요.
잠들기 전 하는 일은? 연필로 일기를 쓰고 내일의 스케줄을 정리합니다. 다양한 기록 방식을 시도
해봤지만, 손으로 직접 쓰는 느린 방식이 오히려 가장 강력한 영감을 주더군요.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아침 루틴, 주 3회 이상의 고강도 운동, 그리고 테니스. 제 삶은
늘 정리정돈에서 힘을 얻습니다. 주변과 정신이 정돈되어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더
라고요.
냉장고 속 필수품은? 토마토주스와 그릭 요구르트. 어릴 때부터 탄산음료보다 과일 주스를 즐겼
고, 지금은 건강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몸을 위한 선택이 곧 즐거움이 되었죠.
류 양조장을 방문한 이들을 위한 잔 컬렉션.
원하는 잔을 골라 시음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계란입니다. 완전 식품이면서 다양한 조리가 가능해 매일 새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완벽한 재료죠.
나만의 의미 있는 장소는? 인천 강화도. 제 어린 시절 추억, 아버지의 공장, 지금의 양조장이 모두
자리한 곳입니다. 개인사와 현재의 일이 교차라는 저만의 원점 같은 장소예요.
요즘 가장 집중하며 빠져 있는 것은? AI와 일본어 공부입니다. AI는 미래 사고에 필수적인 역량이
고, 일본어는 인간적 교감을 풍부하게 해주지요. 일과 취미를 동시에 충족해 주는 즐거운 공부이기
도 합니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혼란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운동이든 일이든 문제 해결이
든,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순간에 큰 쾌감을 느낌니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왜 굳이 너 자신의 단점을 찾으려 해?” 친구의 이 한마디가 제삶을 바꿨습니다. 늘 자책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게 되었으니까요.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굳이 다른 삶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삶을 그대로 다시 시작해본다면, 또 다른 장면을 발견할 수 있겠죠.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통창이 인상적인 류 양조장의 카페. 벽이 열리면 비밀 공간이 드러나는 스피크이지 바에서 영감을 받았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머릿속과 주변이 정리된 상태일 때입니다. 완벽한 상황은 없지만,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껴요.
나의 영감의 원천은? 독서와 여행 기록입니다. 책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여행 노트는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영감으로 돌아옵니다. 경험은 새로운 관점의 씨앗, 기록은 그 씨앗을 키우는 토양이죠.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럭셔리는 내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지금의 나 사이의 간극을 좁
혀주는 무언가입니다. 동시에 현재의 나를 긍정하는 태도이기도 하죠. 결국 진짜 럭셔리는 소유
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을 마치는 소감은? 럭셔리는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지만, 때로는 그 빛 때문에 오해를 사
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문답을 통해 새롭게 깨달았어요. 럭셔리는 물건이 아니라 삶을 대하
는 세련된 자세,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라는 것을요. 그것이 제가 말하는 가장 큰 의미의 럭
셔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