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대표의 이야기는 슈트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맞춤은 단순히 치수를 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옷보다 사람을 먼저 읽어내며, 잘 맞는 옷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모습’을 완성해간다. 노커스KNOCKERS의 슬로건 ‘옷보다 사람이다’는 바로 이 철학을 압축한다. 그의 슈트는 단순히 어깨 위에 걸린 옷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기록한 결과물에 가깝다.
EDITOR 남정화 GUEST EDITOR 조혜나 PHOTOGRAPHER 박재영

박지현 테일러였던 조부의 뒤 를 이어 12년차인 테일러 숍 노커스의 대표이자 스타일 디 렉터. 클래식한 슈트를 기반으 로 현대적인 실루엣과 비율을 제안하며, 전통적인 남성복의 형식을 새롭게 해석한다. 그의 슈트는 격식을 지키면서도 일 상의 리듬을 담아내며, 옷이 아닌 ‘입는 사람’을 중심에 두 고 완성된다.
서울 북촌에 자리한 노커스는 전통적인 테일러숍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고급 원단과 정제된 테 일러링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모헤어·캐시미어 같은 헤리티지 소재에 동시대적 감각을 더해 새 로운 스타일을 제안한다. 재킷과 트라우저는 스트리트 아이템과 어울리며 전혀 다른 표정을 만 들어낸다. 맞춤의 과정에서도 그는 고객과 긴밀히 소통하며, 슈트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태 도에 맞춰 풀어낸다. 결국 노커스가 완성하는 옷은 치수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의 옷장에는 세월을 견뎌낸 맞춤 슈트가 있고, 그 옆에는 부츠 컷 팬츠나 실버 목걸이 같은 도전적 아이템이 놓여 있다. 클래식의 안정감과 변주의 실험을 오가는 균형 감각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한 끗’이다. 블랙 캐시미어 코트, 계절마다 바뀌는 향수, 러닝과 건강 주스로 이어지는 아침 루틴까지. 그의 일상은 절제와 자유로운 취향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스타일과 태도로 이어진다. 박지현 대표는 노커스를 통해 클래식과 동시대성을 잇고, 컨설턴트로서 각자만의 스타일 문법을 찾아준다. 슈트라는 고전적 언어에 새로운 리듬을 불어넣는 것,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매일의 러닝과 기록, 그리고 신앙 속에서 균형을 찾으며 그는 다음 시대를 향한 또 다른 장면을 준비한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저에게 스타일은 클래식과 트렌드의 균형 속에서 완성됩니다. 변하지 않는 안정감이라는 슈트의 기본 위에 시대가 던지는 새로운 요소를 더할 때 흥미로운 조화가 생깁니다. 슈트는 단순히 격식을 위한 옷이 아니라, 지금의 감각을 담아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캔버스 라고 생각해요.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젊은 시절의 기무라 다쿠야입니다. 일본 대중문화가 가장 뜨겁던 시기에 그는 패션의 흐름을 주도한 인물이죠. 특히 작품 속 캐릭터와 스타일을 직접 연결하고, 헤어스타일부터 디테일까지 자신이 관여한 태도는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스타일은 결국 겉모습이 아니라 태도의 총합이라는 것을, 그를 통해 확실히 배웠습니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10년이 넘은 맞춤 슈트들입니다. 숍을 시작하던 초기에 제작한 것들인데, 지금 입어도 여전히 잘 어울리고 세련됨을 잃지 않았어요. 반면 캐주얼 아이템은 금세 촌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아, 클래식이 가진 힘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에게 그 슈트들은 단순히 옷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기록 같은 존재예요.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최근 맞춤 제작한 부츠모헤어 블랙 팬츠입니다. 테이퍼드 슈트 팬츠로 는 보여줄 수 없던 다양한 슈즈 매치가 가능해졌고, 제 스타일의 폭을 훨씬 넓혀주었죠. 포멀과 캐 주얼을 넘나들며 여러 룩에 녹아드는 유연함 덕분에,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변주하는 제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 같은 아이템이라 생각합니다.
늘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은? 립밤과 마우스 스프레이입니다. 작은 물건이지만 제게는 스타일만큼 중요한 요소예요. 대화할 때 풍기는 인상은 옷보다 오래 남기도 하거든요. 저는 이런 습관들이 결 국 태도를 결정한다고 믿고, 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쇼핑 기준은? 항상 슈트와 어울릴 수 있는가를 가장 먼저 봅니다. 제 옷장의 중심은 언제나 테일러
드 아이템이기에, 새로운 구매는 결국 그것들과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합니다. 직접 제작하는 옷이 많다 보니, 매장에서 고를 때는 제작하기 어려운 디테일이나 독특한 소재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북촌에 위치한 노커스의 고풍스러운 외관. 그리고 멋쟁이 이사님과 숍의 마스코트인 귀여운 시바 견, 박시바. 전통적인 건축물과 영화 <킹스맨>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의 조화가 멋스럽다.
최근에 구입한 것은? 오랜만에 도전한 실버 목걸이입니다. 남성에게 액세서리는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잘 고른 몇 가지는 스타일을 단번에 각인시키는 힘이 있죠. 이 목걸이를 통해 제 스타일에 새로운 결을 더해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또 다른 언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블랙 캐시미어 폴로 코트입니다. 현재 비스포크 방식으로 제작 중인데, 모든 디테일과 패턴을 제 의도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즐거움이에요. 옷을 입는 건 결국 나를 기록하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올겨울, 이 코트가 제 옷장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겨울엔 킬리안의 ‘앤젤스 쉐어’, 여름엔 로에베의 ‘수틸레사’를 즐겨 사용합니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향을 달리하는 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향은 기억과 연결되어 존재를 각인시키는 힘이 있기에, 저에게는 하나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찬양곡, 프레이즈입니다. 신앙은 방황하던 시절 저를 다시 제자리에 불러세운 힘이었고, 음악은 그 믿음을 매일 새롭게 각인시켜주었습니다. 일본 오이타에 단기 선교를 다녀온 기억도 여전히 마음에 깊게 남아 있어요. 저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정체성을 지탱하는 언어입니다.

맞춘 지 10년이 넘은 맞춤 슈트를 입고 온 박지현 대표와 새롭게 제작 중인 블레이저.
최근에 구입한 것은? 오랜만에 도전한 실버 목걸이입니다. 남성에게 액세서리는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잘 고른 몇 가지는 스타일을 단번에 각인시키는 힘이 있죠. 이 목걸이를 통해 제 스타일에 새로운 결을 더해보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또 다른 언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블랙 캐시미어 폴로 코트입니다. 현재 비스포크 방식으로 제작 중인데, 모든 디테일과 패턴을 제 의도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즐거움이에요. 옷을 입는 건 결국 나를 기록하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올겨울, 이 코트가 제 옷장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겨울엔 킬리안의 ‘앤젤스 쉐어’, 여름엔 로에베의 ‘수틸레사’를 즐겨 사용합니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향을 달리하는 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향은 기억과 연결되어 존재를 각인시키는 힘이 있기에, 저에게는 하나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찬양곡, 프레이즈입니다. 신앙은 방황하던 시절 저를 다시 제자리에 불러세운 힘이었고, 음악은 그 믿음을 매일 새롭게 각인시켜주었습니다. 일본 오이타에 단기 선교를 다녀온 기억도 여전히 마음에 깊게 남아 있어요. 저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정체성을 지탱하는 언어입니다.

볼드한 원석을 장식한 링과
심플한 디자인의 뱅글,
귀여운 하트 모양의 실버 비즈가
더해진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에 재미 요소가
되는 실버 액세서리들이다.

박지현 대표의 클래식한
취향을 보여주는 시그너처
향수들과 노커스 로고가
새겨진 위스키 잔.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조정민 목사의 <왜 결혼하는가?>입니다. 테일러 숍을 운영하며 수많은 예복 손님을 만나면서, ‘닮은 영혼이 어떻게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명료한 답을 건네주었고, 결혼이라는 제도와 신앙의 의미를 새삼 깊게 생각하게 했어요. 짧지만 울림이 큰 문장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 작품은? 이배 작가의 작품입니다. 동양적 뉘앙스와 모던한 감각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블랙을 중심으로 한 제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단순히 벽을 채우는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과 사람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죠. 언젠가 그의 작품을 제 일상 속에 두고 싶습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아침은 러닝으로, 밤은 성경 읽기로 마무리합니다. 러닝은 몸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확실한 방법이고, 성경 읽기는 하루를 정리하며 중심을 잡아줍니다. 시작과 끝이 뚜렷한 루틴은 어떤 하루를 보내든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는? 러닝과 건강 주스입니다. 땀 흘려 몸을 비우고, 좋은 재료로 만든 주스로 다시 채우는 단순한 루틴이지만 제 에너지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에요. 매일의 작
은 습관이 결국 삶의 질서를 지탱한다고 믿습니다. 꾸준함만큼 확실한 자기 관리는 없죠.

슈트에 한 끗을 더해주는 노커스의 맞춤 슈즈들.
냉장고 속 필수품은? 계란.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일 뿐만 아니라, 활용도가 높아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도 좋거든요. 작고 단순하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식재료라 늘 제 냉장고 한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평생 한 음식만 먹는다면? 떡볶이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건강을 위한 절제 앞에서 늘 고민하게 만드는 음식이에요. 애정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간극이 오히려 이 음식을 더 특별하게 만들죠. 결국 늘 돌아가게 되는 맛, 제겐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입니다.
나만의 의미 있는 장소는? 일본 오이타입니다. 단기 선교 경험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가진 힘을 새롭게 느낀 곳이죠.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안겨준 장소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제 일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은 울림을 주는 곳이에요.
최고의 선물은? 부모님의 사랑입니다. 물질적인 선물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사랑은 제 삶의 가장 오래된 근원이자 가장 큰 힘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길을 가든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죠.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든 가장 위대한 선물은 부모님의 사랑입 니다.

멋스럽게 태닝된, 구입한 지 10년이 넘은 일본 장인이 만든 가죽 클러치와 자신감을 더해주는 립밤, 마우스 스프레이.

클래식함과 트렌디함의 중심을 지켜주는 노커스의 패브릭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예배입니다. 매주 드리는 예배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붙잡아주고 중심을 다시 세워주는 시간이죠. 혼란스럽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도 예배는 늘 저를 새롭게 하며, 깊은 나눔과 위로를 줍니다. 제 삶의 원동력은 결국 이 시간에서 비롯됩니다.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손해 봐야 관계가 유지된다.” 이 말은 제 대인 관계의 원칙이자 삶의 태도가 되었습니다. 내가 조금 더 내어주고 손해를 본다고 느낄 때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균형은 결국 내가 한발 물러설 때 만들어진다는 걸, 이 조언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다른 삶을 산다면? 저는 이미 다양한 삶을 경험했습니다. 대기업 회사원, 프리랜스 방송인, 자영업자, 사업가까지 여러 길을 걸었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선택했고, 삶은 늘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삶이 주어진다면, 그저 다시 살아보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직업이나 상황이 아니라 그 안에서 태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편안할 때는?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볼 때입니다. 인간이 만든 것들에서 느껴지는 감동도 훌 륭하지만,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는 모든 것이 겸허해지지요.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주는 울림이 더 커지는 것을 느껴요. 그 순간이 제게는 가장 큰 위로이자 안식입니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자연과 사람입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창조물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과 사람의 본질 속에서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지요. 영감은 결국 가장 근원적인 곳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는? 자존감을 올려주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명품 옷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기부일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그 행위가 나를 긍정하게 하고, 품위를 세워준다고 느끼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진짜 럭셔리는 소유가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 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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