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1월호

하늘길의 관문에서 도시 전략의 심장으로

2032년까지 연간 6500만 명을 품을 수 있도록 변화를 준비 중인 자이드 국제공항은 국제 이동의 거점에서 더 나아가 도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부다비 공항공사 최고상업책임자 카르스텐 뇌를란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공항을 아부다비의 성장 비전과 긴밀히 연결하고, 더 많은 여객을 맞이하면서도 프리미엄 경험과 도시의 독창적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EDITOR 박이현


카르스텐 뇌를란 아부다비 공항공사 최고상업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CCO). 덴마크 선박업체 스칸드라인즈 최고 경영자, 코펜하겐 공항 시장·영업 부문 부사장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선 개발, 리테일, 면세점, F&B, 부동산 관리, 상업적 파트너십 등 회사의 모든 상업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아부다비 공항공사Abu Dhabi Airports는 총 5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항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각 공항의 기능과 전략적 위상을 어떻게 구분했나요? 공항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일은 정교한 조율을 필요로 합니다. 각 공항이 어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지, 항공 허브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부다비의 전반적 도약을 어떻게 견인할 수 있을지, 그리고 서로를 어떤 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해요. 각 자산과 시설이 변화하는 트렌드와 기술, 승객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고요. 그렇기에 아부다비 공항공사는 단기적인 인프라 확충을 넘어 장기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으로 선정된 자이드 국제공항Zayed International Airport은 국제 여행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관문으로서 우수한 고객 경험을 선사합니다. VIP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높은 수준의 프라이버시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전용기를 위한 공항 알 바틴 이그제큐티브 공항Al Bateen Executive Airport은 무역·투자·관광이 빠르게 신장하고 있는 아부다비 중심부로의 원활한 접근을 돕고요. 그리고 델마섬 공항Delma Island Airport과 시르 바니 야스섬 공항Sir Bani Yas Island Airport은 고급스럽고 특별한 휴양지로 향하는 일종의 관문과 같아요. 마지막으로, 알 아인 국제공항Al Ain International Airport은 지역 간 연계성과 항공 2032년까지 연간 6500만 명을 품을 수 있도록 변화를 준비 중인 자이드 국제공항은 국제 이동의 거점에서 더 나아가 도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부다비 공항공사 최고상업책임자 카르스텐 뇌를란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공항을 아부다비의 성장 비전과 긴밀히 연결하고, 더 많은 여객을 맞이하면서도 프리미엄 경험과 도시의 독창적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여권 등 신분증과 항공권을 제시하고, 좌석 배정 및 탑승권을 발급받는 공항 카운터.


더 많은 승객을 수용하기 위해 2023년 말 개장한 신규 터미널 A. 이후 기존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자이드 국제공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아부다비 공항공사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여객 수요가 17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한 인프라 확장이 아닌, 공항 설계 기조와 기술 도입이 만들어낸 결과일까요? 2023년 말 개장한 터미널 A(더 많은 승객을 수용하기 위해 오픈한 신규 터미널. 이후 기존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자이드 국제공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도 한몫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무엇보다 2023년 말 문을 연 터미널 A는 처리 용량과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며 기존의 성장 흐름을 가속화했어요. 하지만 말씀하신 성과는 기술 업그레이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요. 대신 세 가지 주된 동력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자이드 국제공항의 규모와 웅장한 건축양식입니다. 외관은 물론 내부 공간 전반에 스며든 우아함 속에 공간의 진정한 가치가 담겨 있어요. 모든 곡선, 자재, 사용자의 동선 등은 철저하게 실용성을 고려했는데요. 이는 공항을 지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체험, 즉 목적지의 일부가 되도록 합니다. 둘 째는 공항 입구에서 탑승구에 이르는 길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입니다. 직관적인 길 안내 시스템과 아부다비의 다채로운 매력을 반영한 쇼핑 및 다이닝 옵션은 모든 순간 편안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배려했죠. 셋째는 생체 인식 기술입니다. 매끄럽고, 개인 맞춤형이며, 신속한 처리를 자랑하는 이 기술 덕분에 탑승권이나 여권 없이 얼굴만으로도 모든 절차를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죠. 궁극적으로는 기술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자연스럽게 운영돼 이용자가 시간을 아끼고, 여행의 주도권을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국 우리의 모든 노력은 여행을 보다 여유롭고 존중받는 여정으로 만들어주는 ‘진정한 평온함’에 투자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자이드 국제공항 입국장. 생체 인식 기술 덕분에 탑승권이나 여권 없이 얼굴만으로도 모든 절차를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위의 답변 연장선에서 실제로 자이드 국제공항은 ‘목적지 공항’을 지향하는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어떤 콘텐츠에 집중했는지 궁금합니다. 아부다비는 환상적인 해변과 독창적인 문화 체험, 세계적 수준의 테마파크는 물론 풍부한 해양 생물 다양성과 인상적인 경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갖춘 국제적 레저·휴양·엔터테인먼트 도시입니다. 자이드 국제공항은 이러한 특징을 지닌 아부다비로 향하는 관문으로서, 도시를 처음 접하는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첫인상을 남기고자 해요. 그중 쇼핑(리테일)과 다이닝 분야를 눈여겨보셨으면 합니다. 공항에 입점한 상점과 레스토랑에서는 아부다비만의 전통과 세계 각국의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고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몰입형 이벤트도 누릴 수 있죠. 일례로, 공항을 동화 속 겨울 왕국으로 변신시키는 12m 높이의 키네틱 트리가 있습니다.


자이드 국제공항은 아부다비의 지속 가능한 건축물 인증 체계인 ‘에스티다마Estidama’에서 ‘3 펄Pearl’ 등급도 획득했어요. ‘에스티다마 3 펄’ 등급은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예요. 특히 온도와 습도가 정밀하게 관리되는 넓은 공간에서 에너지와 물 소비를 최적화하는 일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첨단 건물 관리 시스템, 고성능 유리, 최적화된 단열재는 물론, 관개 및 기타 비음용 고급 폐수 처리와 재활용 시스템의 도입이 필수적이었거든요.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친환경 자재 사용, 재활용 소재 활용, 그리고 엄격한 환경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일 역시 광범위한 조사와 공급업체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덕분에 미적·구조적 요구 사항과 엄격한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자재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아름다우면서도 환경 성과를 고려하는 공항을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관과 내구성, 환경적 책임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자이드 국제공항의 면세 구역.


에티하드 항공Etihad Airways 중심의 운영 구조에서 인디고 항공IndiGo, 중국동방항공China Eastern, 세이셸 항공Air Seychelles 등의 협업이 확대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에티하드 항공은 아부다비를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이자 주요 성장 파트너예요.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항공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아직 연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를 발굴하고, 주요 경제 거 점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죠. 새로운 제휴 항공사는 기존의글로벌 항공 동맹을 더욱 강화하거나, 공동 운항codeshare 및 인터라인interlining 운영 얼라이언스를 창출해 전체 네트워크의 시너지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예로, 자이드 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사람들에게 일관된 수준의 서비스를 전달하고자 당사와 동일한 서비스 기준을 공유하는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물색하는데요. 이는 당사가 뛰어난 공항 시설을 갖추고 있듯, 파트너 역시 이에 걸맞은 수준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비즈니스 여행객부터 레저 활동을 즐기는 여행객까지 아부다비의 관광 산업 목표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JD.com)과 합작해 구축 중인 7만㎡ 규모의 첨단 물류 허브는 공항의 기능을 물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아부다비의 국내총생산(GDP)은 사상 최고치인 1조2000억 디르함(약 462조 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해 아랍에미리트를 통한 무역 규모는 세계 평균 성장률 2%를 크게 웃도는 14.6%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부다비 공항과 징둥의 인프라 부문인 ‘JD 프로퍼티Property’가 공항 경제자유구역에 차세대 물류 허브를 구축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항공우주, 자동차 산업을 지원할 대규모 창고 시설을 중심으로 조성될 예정인 이 플랫폼은 전자상거래, 경공업 제조, 공급망 운영 등 다양한 산업 생태계의 발 전을 이끌 기반이 될 거예요. 신규 시설 투자, 경제자유구역 정책,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아부다비를 2030년까지 중동 지역의 대표적인 화물 물류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아부다비의 장기적인 경제 다각화와 지역 내지속 가능한 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비행기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는 공간.


국가 인프라와 민간 협력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아부다비 공항은 어떤 운영 철학을 세웠나요? 저희의 사명은 국가의 전략적 자산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처럼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접근을 통해 아부다비의 경제 다각화를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아부다비 공항공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운영하며, 산업 특성과 글로벌 환경의 역동성을 고려해 민간 부문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육성하는 중이에요. 이러한 공동 전략은 필수 자본과 전문 지식, 시장 민첩성을 바탕으로 정부의 역할을 보완하죠. 이는 매우 섬세한 균형을 요구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공에 도달하는 필수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공항 운영자에서 전략가, 전략가에서 도시 설계자로 스코프가 확대되는 지금,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키워드 하나를 꼽는다면? 유기성입니다. 아부다비 공항공사는 더는 활주로와 터미널을 관리하는 단계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부다비의 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첨단 기술과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조화시키며, 사람 중심의 경험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죠. 지상과 하늘, 상업과 문화, 물리적 자산과 디지털 미래를 자연스럽게 잇는 것이 저희의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우리가 목표로 하는 글로벌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실현할 수 있을 거예요. 이는 매우 복잡하고 섬세한 도전이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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