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0월호

MODERN K-DESSERT

가까운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가장 달콤한 방법.
전통의 맛을 트렌디하게 풀어낸 K-디저트가 좋은 추석 선물이 될 것이다.

EDITOR 김나림 GUEST EDITOR 이정윤 PHOTOGRAPHER 이경옥

전통 약과의 층을 살려 초콜릿으로 감싼 ‘약과 초콜릿’과 국화빵을 모던하게 풀어낸 ‘서울 모나카’.


전통 다과를 미니멀 아트로 풀어내는, 아라리 북촌
‘아라리 북촌’은 단순한 디저트 숍이 아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가온’의 철학과 감각을 디저트로 확장한 플랫폼이자 한국적 미감을 세계의 언어로 번역하는 실험실이다. 북촌 한옥마을 언덕 위 한옥 ‘수경재’에 문을 연 아라리 북촌은 전통다과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하이엔드 디저트의 새 좌표를 제시한다. 전통 재현을 넘어 초콜릿, 분자 요리법 같은 기법을 더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때문. 시그너처 메뉴 ‘란卵’은 이들의 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홍시·말차·산딸기 같은 한국적 재료를 분자 요리 기법으로 작은 구체 안에 담아낸 ‘란’은, 얇은 막이 터지며 신선한 과즙이 터져 나오는 순간 강렬한 유희를 선사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으며, 모두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 모나카’는 국화빵의 바삭함과 쫀득한 식감을 독창적으로 해석해 탄생했다. 팥과 슈크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전통의 따뜻함과 현대적 감각이 동시에 느껴진다. ‘약과 초콜릿’은 튀긴 약과의 층을 그대로 살려 초콜릿으로 감싼 메뉴로 약과 고유의 식감을 현대적으로 번역한 독창적인 발상이다. 곧 출시할 ‘테린느 찹쌀떡’ 또한 기존 찹쌀떡의 단조로움을 깨고, 팥소나 앙금 대신 흑임자·녹차·딸기로 부드럽게 녹는 소를 채워 쫀득함과 크리미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아라리 북촌이 제안하는 것은 결국 다과 한 점에 담긴 일상의 기쁨이다. 북촌의 가을 햇살과 함께 맛보는 디저트, 차 한잔이 선사하는 여유가 일상에 특별한 순간을 만든다.



이지우 셰프

“ ‘아라리’는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는마음’을 뜻하는데 ‘아라리북촌’의 철학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은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적 정서를 담되, 세대와 국경을 넘어 공감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죠.”


주소 종로구 북촌로11길 60-3 전화번호 070-4114-5851 인스타그램 @arari_bukchon




각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사과·라즈베리·말차·밀크티 양갱’.


욕망이 멈춘 순간을 담는, 무원
욕망이 멈춘 순간,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상태. ‘무원無願’은 이름부터 철학적이다. 김태형 오너 셰프는 무원이 마음속이 텅 빈 게 아니라, 가득 차 있어 더 이상 채울 필요가 없는 고요한 충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 철학은 디저트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사과를 넣은 양갱이나 대추 피낭시에 처럼 친숙하면서도 낯선 우리나라의 재료를 사용하고 그 맛을 살리는 것이 무원이 추구하는 것이다. 대표 메뉴인 ‘단밤·말차·사과·얼그레이 양갱’ 또한 특별한 조리 기법보다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그 맛을 친숙하게 풀어냈다. “어릴 적 연양갱을 즐겨 먹었고 <마스터 셰프> 결승전에서도 마지막 디저트로 양갱을 선택했죠. 그 양갱이 발목을 잡아서 2등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그때부터 언젠가 양갱으로 인정받겠다는 다짐이 지금의 무원을 만든 셈입니다.” 그 결심이 을지로 ‘적당’을 거쳐 심보근 대표의 세라믹 브랜드 ‘무자기’와의 협업으로 이어졌고, 무원이라는 브랜드 탄생으로 결실을 맺었다. 무원의 양갱은 단순히 단맛을 전하는 디저트가 아니다. 농밀하면서도 담백한 단맛은 입안에서 오래 머물며, 차분한 고요를 전한다. 대추·유자 피낭시에, 약과 모나카, 팥빙수 등 다양한 메뉴에서도 한국 재료의 매력이 살아난다. 미적 감각과 미각의 조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색다르다. 무원이 제안하는 다과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절제된 맛으로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만든다. 작은 양갱 한 점이 욕망을 잠시 멈추게 하고, 지금의 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경험. 그것이 무원이 선사하는 가장 큰 가치다.




무자기 심보근 대표, 무원 김태형 대표

“한국적 감성 과 트렌디한 감각을 담은 디 저트와 테이블웨어를 동시 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 장 큰 매력 같습니다. 앞으 로 저희만의 속도로 차근차 근 이어갈 ‘무원’의 여정에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주소 강남구 테헤란로 231, 센터필드 East동 지하 1층 전화번호 6985-7255 인스타그램 @cafe.muwon




한국적 재료로 재해석한 ‘된장 조청 쿠키’와 ‘유자 통팥 깨 프랄린 가토 바스크’.


차와 과자의 서정을 담는, 차차이테
한남동에 위치한 ‘차차이테’는 이름부터 특별하다. 동양의 ‘차’, 인도의 ‘차이chai’, 프랑스어 ‘테thé’까지, 차를 뜻하는 다양한 언어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차차이테가 다과를 만드는 방식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이다. 가을 신메뉴인 ‘된장 조청 쿠키’와 ‘유자 통팥 깨 프랄린 가토 바스크’도 그렇다. 된장 조청 쿠키는 된장과 조청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재료를 바삭한 쿠키 형태로 풀어내, 익숙함 속의 새로운 매력을 전달한다. 유자 통팥 깨 프랄린 가토 바스크는 프랑스 남부 전통 디저트를 한국적 재료로 변주한 경우다. 익숙한 재료에 낯선 형태를 입히고, 낯선 디저트에 친숙한 맛을 더하는 것이 차차이테만의 방식인지라 메뉴 기획의 출발점은 언제나 계절이다. 어떤 차가 계절에 어울리는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 차를 돋보이게 할 재료와 질감을 하나씩 쌓아가며 디저트를 완성하는 것. 그렇게 한 점의 과자가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전한다. 외국인 고객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것은 익숙한 디저트에 한국적인 터치가 더해진 매력 덕분. 동시에 젊은 고객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 감도에서 매력을 찾는데, 실제로 계 절의 파르페가 SNS에서 화제가 된 이유이기도 한다. 차차이테는 단순한 과자점이 아니라 차와 과자가 조화를 이루는 서정적 공간이다. 한 조각의 과자와 한 잔의 차가 만들어내는 순간은 번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하고 여유와 풍요로움을 전한다.




이소영 대표

“차와 어울리는 과자를 만드는 과자점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단순한 과자를 넘어 계절의 흐름에 따라 차와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형태의 다식을 만들고자 합니다. ‘찻자리의 작은 호사’가 저희의 철학과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54길 74, 2층 전화번호 070-4946-3114 인스타그램 @chachaithe





곶감 속에 계절의 달콤함을 담아낸 정갈한 ‘곶감단자’.


사계절 다과상으로 전통을 잇는, 연경당

창덕궁의 목조건물 이름에서 따온 ‘연경당’은 그 이름처럼, ‘경사가 널리 퍼지는 곳’이라는 의미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기품은 ‘연경당’이 추구하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 “연경당은 전통 다과를 일상의 즐거움이 되는 다정한 순간으로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정연경 대표가 다과를 재해석 하는 방식은 변형과 고수의 절묘한 균형이다. 재료나 조리법 중 하나는 반드시 전통을 지키는 것이 원칙으로 대표적인 예가 다식이다. 전통적인 다식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말차나 피스타치오 같은 현대적 재료를 더한다. 반대로 정과의 경우, 키위나 파인애플 같은 외래 과일을 재료로 쓰더라도 조리법만큼은 전통을 고수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다과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창적인 조합이 된다. 그중에서도 이곳의 시 그너처 메뉴인 ‘곶감단자’는 계절성과 실용성을 모두 아우르며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한다. “겨울의 대표 다과인 유자단자를 곶감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유자는 제철에만 가능하지만 곶감은 사시사철 구할 수 있으니까요. 재료를 변형하면서도 문화적 연속성을 이어가는 과정이 바로 전통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경당에 방문해야만 만날 수 있는 다과상은 늘 사계절의 풍경을 담아낸다. 겨울에는 흑임자 타락죽과 유자 루이보스차가 따스함을 전하고, 여름에는 제철 과일을 활용한 정과가 시원한 여운을 남긴다. 작은 다과상 한 상에 담긴 계절의 흐름은, 맛을 넘어 시간의 서정을 전한다.




정연경 대표

“젊은 세대와 해외 손님들에게는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전통방식의 단맛이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과 깊이 있는 경험을 나누도록 본점을 이전할 계획인데, 정제된 공간에서 다과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 yeongyeongdang01.imweb.me 전화번호 010-9809-9587 인스타그램 @yeongyeong_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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