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남짓 사이에 모두 AI를 말하기 시작했다. 다만 AI의 등장은 코딩이나 이미지 제작 등에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줬으나 현장에서는 그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었다. 구체적인 사례가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이커머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제품 상세 페이지를 예로 들어보자.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없는 온라인 쇼핑에서 상세 페이지는 제품의 정보를 전달하는 유일한 창구다. 그래서 기업들은 상세 페이지 제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제품 촬영부터 텍스트 작성, 디자인 작업까지 수많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해서다. 스튜디오랩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상세 페이지를 AI로 만들 수 있다면 이커머스가 크게 변하지 않을까’라는 가정하에 시작한 것이 상세 페이지 제작 AI 서비스인 ‘젠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용자가 옷 사진을 여러 장 업로드하면 AI가 옷 사진만으로 옷의 소재와 색상은 물론, 옷의 디테일까지 분석한다. 그리고 옷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배열, 텍스트까지 포함한 상세 페이지를 10여 초 만에 자동으로 만든다. 의류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50여 명을 고용해 소재의 특징과 옷의 디테일, 마케팅용 문구 등을 AI에 학습시킨 결과다. 덕분에 많은 자원이 필요했던 상세 페이지 제작이 매우 빨라졌다.
현재 젠시를 도입한 곳은 LF패션, W컨셉, 신세계쇼핑, GS리테일 같은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마케팅 대행사와 소규모 셀러들까지 다양하다. “기존에는 상세 페이지 제작에 하루이틀 걸리는 게 기본이었지만, 젠시의 솔루션을 활용하면 세세한 검수까지 포함해도 30분 정도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 LF패션에서는 직원 한 명이 일주일간 138개의 상세 페이지를 만든 기록도 있을 정도예요. 업무 효율이 극적으로 상승한 거죠.”

상세 페이지 자동 생성 서비스 ‘젠시’의 작업 화면. 사진만 업로드하면 순식간에 완성된 상세 페이지가 생성된다.
CES에서 공개한 자동 촬영 로봇 ‘젠시PB’. 자율주행으로 최적의 포인트를 찾아 이동하며 촬영한다. 젠시PB와 젠시를 활용하면
사람 없이도 상세 페이지
제작이 가능한 셈이다.
최근 선보인 ‘젠시PB’는 이 기술을 한 단계 더 확장시켰다. 젠시PB는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일종의 자동 촬영 로봇이다. 이 로봇은 상품의 소재와 디자인을 분석해 가장 좋은 앵글을 찾고, 카메라의 ISO, 셔터 스피드, 조리개까지 자동으로 조정한 뒤 촬영한다. 포토그래퍼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소위 누끼(배경 제거) 촬영은 사실상 사람과 동일한 수준이에요. AI가 자동으로 상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디테일 컷을 촬영해줍니다. 실제 모델 컷이나 제품의 특정 디테일 촬영도 약간의 후보정만 거치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고요.” 강 대표는 이를 위해 캐논 본사와 협업해 AI가 직접 카메라를 제어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커머스 제작의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이 된 셈이다.
이런 혁신을 인정받아 스튜디오랩은 2024년 CES에서 젠시로 ‘AI 분야 최고 혁신상’을, 2025년에는 젠시PB로 ‘로보틱스 혁신상’을 수상했다.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스타트업이 이룬 쾌거다.“CES 현장에서 저희에게 관심을 가진 기업이 다양했어요. 패션 기업부터 글로벌 광고 대행사까지 말이죠. 특히 해외 대행사들은 인건비 절감과 업무 효율화에 대한 니즈가 커서 저희 기술을 당장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곳이 많았습니다.” 스튜디오랩은 이미 일본어, 영어 버전의 상세 페이지 자동 생성 기능을 개발 중이며, 올해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다. “CES에서 받은 피드백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보다 몇 배 높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장 규모도 훨씬 크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실제로 해외는 인건비가 높은 만큼 우리가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문과 출신인 강 대표가 기술 스타트업을 이끌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 덕분이었다. 군 복무 중 처음 접한 코딩에 매료되어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던 것. 그 시간이 이후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됐다. 혼자 방 탈출 게임을 만들어 1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가 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해서는 갤럭시 워치용 라이브 월페이퍼를 만들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지니어들과 대화가 되다 보니 마케팅과 신기술을 접목해야 하는 TF팀이 생길 때면 늘 자원하거나 불려갈 정도였다. “인생을 2배 속으로 살아온 것 같아요. 일이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런 열정이 통했는지 스튜디오랩은 최근 33억 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 창업을 할 때는 연쇄 창업이 꿈이었어요. 하나를 창업해서 성공시키고, 또 다른 회사를 창업하는. 하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더라고요. 하나의 회사를 성공시키는 데도 엄청난 노력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재는 젠시를 성공시키는 것, 그래서 패션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솔루션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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