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3월호

전통적인 혁신가, 안토니오 데 마테이스

1968년 나폴리에서 탄생한 키톤이 하이엔드 패션업계의 기준이 된 비결은 간단하다.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손으로 공들여 만든 옷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이며,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는 신념을 지켜온 키톤의 CEO를 <럭셔리>가 직접 만났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이우경

안토니오 데 마테이스  키톤 그룹을 이끄는 최고경영자이자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폴리 ITC 마리오 파가노에서 회계학 학위를 취득한 후 영업 사원으로 패션계에 입문했다. 삼촌이자 키톤의 창립자인 치로 파오네Ciro Paone의 지도 아래 커머셜 디렉터, 마케팅 디렉터를 거쳐 2007년 그룹의 CEO로 임명됐다. 2018년부터 ‘Made in Italy’의 앰배서더로 선출되어 이탈리아의 문화적 가치와 전통을 홍보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1968년 창립한 키톤의 창립 가치는 ‘Best of the Best +1’입니다. 최고의 하이엔드를 지향한다는 의미일까요?

이 모토는 키톤이 일을 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최고 중의 최고’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조금이라도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이게 바로 키톤의 운영 방식이며 철학입니다.


키톤은 전통적인 나폴리 테일러링 기법을 고수하면서 수작업으로 옷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로봇과 AI가 보편화되는 현대 패션 산업에서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땀 한 땀 공들여 옷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제작 방식이 아니라 키톤의 라이프스타일과도 연결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최고의 품질은 사람의 손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믿거든요. 물론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이것이 키톤의 방식이에요. 이를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이미 25년 전에 테일러 스쿨을 설립해 젊은 테일러를 양성하면서 운영 방식을 이어오고 있어요. 처음 테일러 스쿨을 시작했을 당시, 키톤 테일러의 평균 연령은 55세였지만 현재는 35세로 낮아졌습니다. 즉, 새로운 시대에 맞춰 독자적인 방법으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죠.


섬유산업부터 시작하면 키톤은 5대를 이어온 패밀리 비즈니스입니다. 삼촌인 치로 파오네에 이어 최고경영자로서 키톤을 이끌고 있습니다. CEO로서 꼭 지키는 경영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혁신의 힘을 믿습니다. 많은 사람이 혁신이라고 하면 새롭게 바꾸는 것을 생각하지만 우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이루고자 합니다. 혁명revolution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 대신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진보evolution를 선호합니다. 38년 동안 일하면서 드라마틱한 성장이나 절체절명의 위기는 없었어요. 다만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것을 시도하면서 끊임없이 개선해왔어요. 이것이 키톤의 시크릿 경영 전략이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의 키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매출 또한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었고요.


현재 키톤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키톤의 컬렉션 중 가장 애정하는 컬렉션이 있을까요?

키톤의 모든 컬렉션을 제 자식처럼 아낍니다. 안 예쁜 자식이 있을까요?(웃음) 지금도 모든 컬렉션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정도로 매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하나를 꼽을 수 없는 이유는 매일,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일했던 게 하나의 포인트가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선이기 때문입니다.




옷장 속에 가장 아끼는 키톤의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옷장에는 거의 100벌이 넘는 키톤 슈트가 있지만 대부분 다 비슷한 스타일이라 우열을 가릴 수 없어요.(웃음) 요즘은 지금 입은 네이비 블레이저를 가장 자주 착용하는데, 재킷의 소재를 테스트하기 위해 계속 입고 있어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한 고품질 캐시미어 소재가 트래블 재킷에 적합한지를 시험하고 있죠. 그래서 운전할 때나 여행 갈 때 챙겨서 착용하고 있고, 성공적이라면 다음 시즌 컬렉션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키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저희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죠. 특히 젊은 고객이 새로운 요구나 색다른 인사이트를 제시하면 본사에서도 이를 매우 반기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합니다.


럭셔리 시장에서 Z세대의 진입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젊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키톤의 전략이 있을까요?

2016년에 ‘KNT’ 라인을 론칭했어요. ‘Kiton New Textures’의 약자로, Z세대의 취향을 반영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실험하는 랩lab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기존의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키톤의 색을 유지하는 스포츠웨어를 선보이고 있어요. 작년에는 테니스 캡슐 컬렉션, 올해는 스키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죠.


럭셔리 브랜드의 선두 주자라면 지속 가능성은 필수적입니다. 키톤이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키톤의 제품 자체가 지속 가능합니다. 저희 옷은 평생 동안은 물론이고 대를 이어 입을 수 있어요. 제 아들이 열일곱 살인데, 제가 20년 전에 입었던 옷들을 그대로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고 여전히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또 사회적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더 나은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물론 정부나 기관에서 요구하는 친환경 산업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 없고요.


향후 10년 동안 키톤의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 여성복 라인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여성 비즈니스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백과 슈즈를 비롯해 액세서리 부분도 강화할 예정이에요.


마지막으로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키톤이 정의하는 ‘럭셔리’는 무엇일까요?

진정한 력서리는 최고의 품질, 퀄리티라고 생각합니다. 퀄리티라는 단어가 흔해져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직접 만지고 경험해야 알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최고의 품질이야말로 고객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럭셔리의 가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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