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 모드 온’
한여름 페스티벌 시즌, 잘 씻고 즐기고 발랄하게 노는 러쉬의 떠들썩한 이슈가 피드를 장악했다. 그러나 이번 제주 프레스 트립의 테마는 오로지 러쉬답게 먹고, 걷고, 만들고, 쉬는 것만이 허락됐다.

산방산과 바다가 바로 인접한 러쉬 산방산점의 아름다운 풍광.
산방산에 기대앉아 바다에 발을 담그는 ‘발멍’, 러쉬 산방산점
공항에서 출발해 곧장 러쉬 산방산점으로 향했다. 제주 설화에서 설문대할망이 한라산 봉우리를 꺾어 서남쪽으로 던진 것이 산방산이 되었다는데, 과연 깎아지르는 산방산의 호방함을 뒤로하고 풍요로운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어떤 얘기든 지어내고 싶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러쉬 산방산점만의 ‘발멍’ 프로그램.
내부는 더욱 제주답고, 러쉬답다. 러쉬 공병을 되모아 만든 테이블과 디스플레이 집기, 매장 밖 간판까지 공병이 다시 매장의 일부가 되어 있었고, 제주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라산 배쓰밤과 차콜-돌하르방 페이셜 솝, 제주와 이태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코랄 솝이 눈길을 끈다. 특히 코랄 솝 판매금의 75%는 해양시민과학센터에 기부돼 제주 연산호 군락 보호 캠페인에 쓰인다.


(왼쪽) 한라산을 그대로 본 딴 한라산 배쓰밤.
(오른쪽) 이태원점과 제주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코랄 솝.

베스트셀러인 차콜-솝을 돌하르방 모양으로 만들었다.
산방산점만의 족욕 ‘발멍’은 더욱 특별하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 올린 작은 돌탑과 바다를 바라보며 한라산 배쓰밤을 푼 족욕탕에 피로한 발을 담근다. 스크럽과 팩, 보습제까지 차례로 받은 뒤 마침 습했던 제주 날씨에 맞춰 파우더까지 톡톡! 아침 일찍부터 깨어 있던 두 다리의 노곤함이 완전히 씻겨 나가는 순간이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또 다른 주인공은 러쉬의 ‘임플로이언서’(직원을 뜻하는 employee와 influencer의 조합어) ‘로마(@thkss_swanz)’ 님이었다. 러쉬는 2021년 전 세계 공식 SNS 계정을 자진 폐쇄하며 알고리즘과 혐오 콘텐츠로 오염된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브랜드다. 대신 지금 인스타그램에서 공유되는 러쉬 콘텐츠의 상당수는 직원들이 직접 만든다. “러쉬 매장에 못 오신다길래, 제가 갑니다”로 시작된 로마의 릴스처럼. 브랜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방식은 러쉬답고 진정성 있다고 느껴왔다. 로마 님의 합류로 이번 트립에 활기가 한 스푼 더해졌다.
제주 러쉬 산방산점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141
전화번호: 064-794-7510


(왼쪽) 아름다운 인스톨레이션이 곁들여진 저녁 식사 역시 모두 비건 메뉴.
(오른쪽) 비건 칵테일을 서빙하는 ‘로마’님.
감각을 깨우는 ‘헤어랩’과 ‘프래그런스 바’, 러쉬 송당점
저녁 식사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되었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를 둘러 테이블을 꾸미고 채소 원물을 모빌처럼 매달았다. 비건 요리임을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요리는 식탐을 부를 정도로 맛있었다. 거기다 러쉬의 테마를 담아 로마 님이 만든 칵테일까지. 음식의 재료를 더듬어보며 어떤 러쉬 제품과 연결되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금세 흘렀다.

제주 화강암을 활용한 송당점의 ‘프래그런스 바’.
식사를 마친 뒤에는 러쉬 제주 송당점으로 향했다. 송당점만의 매력은 바로 제주 화강암으로 조성한 프래그런스 바와 헤어랩 서비스다. 특히 마음에 드는 향수를 시향으로만 고르는 평범한 과정과는 다른 리추얼이 인상 깊다. 퍼퓸 테라피스트에게 내가 끌리는 색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향을 발견하게 된다. 향수에도 MBTI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향기 속에서 평소보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던 그 밤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향기 mbti 같았던 퍼퓸 테라피.
러쉬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헤어 서비스인 ‘헤어랩’도 빼놓을 수 없다. 헤어 케어와 마사지를 제공하는 ‘보태니컬 워시룸’, 두피와 모발 고민에 맞춰 자연 원재료를 제조하는 ‘인퓨전 바’도 러쉬만의 감성이 살아 있다.

송당점만의 ‘헤어랩’ ‘인퓨전 바’. 직접 만든 인퓨전으로 셀프 헤어 스파까지 즐겼다.
특히 숙소로 돌아와 직접 만든 인퓨전을 두피에 올려두고 샤워를 할 때는 공간을 가득 채우는 페퍼민트와 시나몬 향을 느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를 지웠다.


(왼) 박공 지붕 형태를 살린 러쉬 송당점의 2층 매장. (오) 매장으로 되돌아온 공병으로 제작된 매장의 선반.
제주 러쉬 송당점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번영로 2133-28
전화번호: 0507-1375-7510

비건식과 족욕, 헤어 인퓨전 효과로 유난히 개운했던 제주에서의 아침.
진정성 있는 프레쉬 핸드메이드 철학
오랜만에 알람 없이 눈이 떠진 아침. 비건식과 족욕의 효과인지 몸이 전에 없이 가벼운데 태풍이 근거리에 닥친 제주는 흐리고 바람이 매서웠다. 이런 날씨에 준비된 다음 코스가 숲속에서의 ‘사운드 배스’라니, 걱정이 앞섰다. 숙소에서 10분쯤 떨어진 ‘비밀의 숲’으로 맨발로 걸어 들어가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삼나무 숲이 등장한다.

빽빽한 삼나무 숲에서 프라이빗하게 진행된 ‘사운드 배스’.

거센 바람 소리와 어우러진 싱잉볼 연주와 차 한잔이 여유 있게 느껴졌다.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은 곳에서 차 한 잔, 그리고 싱잉볼의 울림, 해먹 위에서의 명상이 이어졌다. 여기에 러쉬의 ‘그스’ 향이 번지고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바람은 거셌지만 숲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완전히 보호받는 듯 불안감이 밀려나고 안정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러쉬의 ‘그래스’ 향이 어지러운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줬다.
그리고 여정의 마지막에는 직접 러쉬 제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러쉬의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짧기로도 유명한데, 이는 인위적인 방부제가 없기 때문이다. 아몬드 가루와 카올린 가루에 다마스크 장미와 로즈 오일, 말린 라벤더 등을 섞어 보틀에 담으면 끝. 별날 것 없는 원료들로 이렇게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니! 이 역시 유통기한은 한 달 남짓.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라는 러쉬의 철학이 말만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러쉬 제품으로 새롭게 등극한 이 제품은 매일 아침 피부에 매끄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러쉬의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철학을 체험해 본 워크숍.
이번 트립 내내 러쉬가 보여준 것은 새로운 제품이 아니었다. 먹는 것부터 피부에 바르는 것, 향을 고르는 일, 숲에서 숨을 고르는 일까지 하루의 감각을 하나씩 다시 깨우는 과정이었다. 러쉬와의 며칠만으로 ‘프레쉬’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아주 새것이라는 뜻보다 오래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꺼내는 일에 가까웠다.

러쉬가 건넨 메시지에 담겨있던 모든 것을 실천하고 돌아온 제주 여행기. 끝.
‘신선함’, ‘윤리적 구매’, ‘핸드메이드’, ‘동물실험 반대’, ‘100% 베지테리언’, ‘책임 있는 포장’이라는 러쉬의 6가지 가치를 지킨 온전한 이틀 동안, 그토록 지키기 어려웠던 비건 라이프도 놀랍도록 쉽게 느껴졌다. 잠시 외면했던 비건식을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야심 찬 다짐을 안고 돌아왔으니, 비우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더 많은 것을 채웠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COOPERATION 러쉬(1644-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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