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고 듀케의 디자인 언어

한국을 찾은 롤스로이스모터카 글로벌 디자인 디렉터 도마고 듀케Domagoj Dukec에게 첫 코치빌드 컬렉션 '프로젝트 나이팅게일'과 롤스로이스가 그리는 럭셔리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물었다.

EDITOR 박이현



롤스로이스 하면 '비스포크Bespoke'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치빌드Coachbuild'는 무엇이 다른가요?

비스포크가 기존 자동차를 바탕으로 오너의 취향과 상상을 색상·소재·장식·공예 기법 등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라면, 코치빌드는 자동차의 형태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영역입니다. 저희는 이를 '비스포크의 정점'이라고 표현합니다. 기존 모델이라는 캔버스의 제약에서 벗어나 차체부터 소재·제조 방식·엔지니어링까지 훨씬 넓은 범위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자동차를 개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동차를 처음부터 다시 구상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스웹테일, 보트테일, 드롭테일에 이어 올해 '코치빌드 컬렉션Coachbuild Collection'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코치빌드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현대의 롤스로이스 코치빌드는 2017년 '스웹테일Sweptail'(클래식 요트에서 영감받은 2인승 쿠페)을 시작으로 2021년 '보트테일Boat Tail'(J-Class 요트에서 착안한 오픈톱), 2023년 '드롭테일Droptail'(굿우드 시대 롤스로이스 최초의 로드스터)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이 개별 고객과 롤스로이스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면, 2026년 공개한 '코치빌드 컬렉션Coachbuild Collection'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특정 고객의 디자인 의뢰가 아니라 롤스로이스가 코치빌딩의 자유를 바탕으로 차체와 콘셉트를 직접 구상해 한정된 수량으로 선보이거든요. 각 컬렉션은 한 번 선보인 형태를 되풀이하지 않고요.


 

(왼쪽) 클래식 요트에서 영감받은 2인승 쿠페 '스웹테일'.

(오른쪽) J-Class 요트에서 착안한 오픈톱 '보트테일'.



굿우드 시대 롤스로이스 최초의 로드스터 '드롭테일'.



코치빌드 컬렉션 첫 모델인 '프로젝트 나이팅게일'.


그 첫 번째 모델이 '프로젝트 나이팅게일Project Nightingale'인가요?

전 세계 100대만 제작하는 컬렉션입니다. 다만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닙니다. 먼저 하나의 '캔버스'를 만들고, 그 위에 각 오너의 취향과 이야기를 더해 각자의 '나이팅게일'을 완성합니다. 한정 모델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의 롤스로이스를 보여주는 '브랜드 셰이퍼Brand Shaper'가 되기를 바랐어요.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르 로시뇰Le Rossignol'에서 비롯됐어요. 헨리 로이스가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에 머물던 시절,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작업했던 공간도 르 로시뇰로 불렸습니다. 과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태어나고 다듬어지던 장소의 이름을 이번 프로젝트에 되살린 것이죠.


 

(왼쪽) 1928년 롤스로이스 '17EX'.

(오른쪽) '프로젝트 나이팅게일'의 영감이 구체화되는 과정.


나이팅게일은 6m에 달하는 큰 차인데, 2인승에 불과하다고요?

나이팅게일은 16EX와 17EX를 비롯한 1920년대 롤스로이스의 실험적인 'EX' 모델에서 영감받았습니다. 당시 왕족을 위한 대형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던 롤스로이스는 속도·성능·새로운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실험을 이어갔어요. 헨리 로이스가 완벽을 추구한 엔지니어였다면 찰스 롤스는 레이싱과 비행을 즐긴 모험가였는데, 둘의 상반된 성격이 나이팅게일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2인승은 단순히 뒷좌석을 없애기 위한 구성이 아니었어요. 실용성을 넘어선 여유와 존재감에 무게를 뒀습니다. 후면은 일반적인 비례보다 길지만, 그만큼 더 많은 기능을 채우지는 않았습니다. 12~13m 길이의 요트에 단 두 사람만 머물거나 하나의 섬을 두 사람만 온전히 누리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저에게는 그런 여유가 럭셔리입니다. 측면으로 열리는 '피아노 부트Piano Boot'도 같은 맥락이에요. 그랜드 피아노가 충분한 공간과 시간, 여유를 상징하듯 그 감각을 자동차로 옮기고자 했습니다.


오너는 자신의 나이팅게일을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하게 되나요?

저희는 처음부터 “어떤 색상을 원하십니까?”라고 묻지 않습니다. 먼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언제 이 자동차를 타게 될지, 그 안에 어떤 감정을 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좋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낮의 느긋함이나 밤의 낭만적인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도 있습니다. 이런 생활 방식과 감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굿우드의 디자이너와 비스포크 전문가들이 그에게 어울리는 방향을 제안합니다. 그래서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도 서로 다른 나이팅게일이 탄생하죠. 결과물을 본 고객들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담아냈을까”라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주문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이야기가 차로 구체화되는 과정까지 경험하는 것입니다.


100년이 넘는 헤리티지와 미래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나요?

헤리티지를 그대로 반복해서는 브랜드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현대적으로 다시 읽는 일입니다. 시대에 맞는 의미를 부여하고 혁신과 장인 정신을 함께 가져가야 하죠. 장인 정신만 강조한다면 결국 과거에 머물게 됩니다. 프로젝트 나이팅게일도 역사에 뿌리를 두지만, 브라이트워크와 조명에는 기존 롤스로이스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를 적용했습니다. 첫인상은 분명 롤스로이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현과 기술 곳곳에서 변화가 드러납니다. 헤리티지를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 미래로 이어가는 것.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진화하는 방식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롤스로이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롤스로이스는 모든 사람을 위한 자동차와는 거리가 멀어요.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수의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불필요한 장식을 더하기보다 디테일과 소재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속처럼 보인다면 실제 금속이어야 하고, 우드처럼 보인다면 실제 우드여야 해요. 소재가 지닌 특성을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롤스로이스의 실내를 디자인하는 일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데 가깝습니다.


흔히 롤스로이스 같은 초고가 자동차는 디자인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생산 규모가 작은 만큼 하나의 모델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이후 쉽게 수정하기도 어렵죠. 롤스로이스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덧붙이는 데 있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시대에 맞춰 발전시키는 일이 핵심이에요.



코치빌드 컬렉션 첫 모델인 '프로젝트 나이팅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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