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은×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 전경.

<오종: 가라앉음, 앉음> 전경.
1 송은
<송은×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 & <오종: 가라앉음, 앉음>, 8월 19일~10월 10일
25×25cm 합판 네 장이 든 박스가 179명 작가에게 하나씩 전달됐다. 이를 활용해 신작을 제작해 달라는 의뢰였다. 송은미술대상 25주년을 기념한 <송은×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은 역대 수상자와 본선 진출 작가 179명에게 똑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저마다 다른 답을 한자리에 모았다. 회화와 조각, 영상, 설치, 사운드 등 180여 점을 따라가면, 합판은 잘리고 부서지고 다른 재료와 결합해 전혀 다른 형식으로 바뀌었음을 알아챈다. 덕분에 지난 25년 동안 미술대상을 거쳐 간 작가들이 지금 어떤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만나볼 수 있다. 연대순으로 복기하는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흥미로운 점은 ‘언박싱’이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전시작은 소장할 수 있으며, 소장된 작품은 다시 박스에 담겨 새로운 공간에서 한 번 더 언박싱된다.
지하 2층 벙커룸에서는 오종의 <가라앉음, 앉음>이 함께 열린다. 수장고였던 장소의 구조와 빛의 흐름, 재료가 지닌 무게에 반응해 최소한의 선과 면을 배치했다. ‘가라앉음’이 중력에 이끌려 저절로 낮아지는 움직임이라면, ‘앉음’은 스스로 낮은 자리를 택해 머무는 행위다.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이미 그곳에 잠재한 긴장과 균형을 조용히 끌어내는 오종의 태도가 벙커룸의 성격과 어우러진다.
📲 @songeun_official , songeun.or.kr
📍 강남구 도산대로 441 (NAVER / Google)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경. 사진: 박찬우
2 롯데뮤지엄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8월 21일~11월 1일
이강소는 흙덩이를 공중에 던져 바닥에 떨어진 모양 그대로를 조각으로 삼았다. 붓질도 한 번에 지나가며 남긴 흔적을 그대로 두었다.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은 이렇게 통제하지 않고 우연에 맡긴 그의 태도를 회화와 조각, 설치, 판화, 사진, 영상 등 150여 점으로 되짚는다. 그래서 화면과 사물은 하나의 모습이나 의미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바람이 분다’다. 화선지와 먹을 활용한 한국화 형식의 신작으로, 형상의 생성과 소멸은 물론 보는 이와 마주할 때마다 작품이 새롭게 읽히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lottemuseum , lottemuseum.com
📍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7층 (NAVER / Google)

<구정아: 우스모스> 전경. 사진: 전병철
3 리움미술관
<구정아: 우스모스>, 9월 5일~12월 27일
구정아의 작품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한다. 연필심과 나프탈렌처럼 서서히 마모되거나 증발하는 재료부터 빛과 어둠, 향, 자력까지 눈에 쉽게 잡히지 않는 요소를 작업에 끌어들여왔다. <구정아: 우스모스>에서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35점을 만날 수 있다. 작품은 M2와 로비, M1 고미술 상설전시실, 미술관 외부 곳곳에 흩어져 익숙한 발걸음에 낯선 순간을 만든다. 전시명 ‘우스모스OUSSSMOS’는 작가가 발전시켜온 ‘우스OUSSS’(이것이 됐다가 저것이 되기도 하고, 가상이었다가 실제가 되기도 하는 가변적이면서 우연한 개념)와 ‘코스모스COSMOS’를 결합한 말. 정해진 순서 없이 미술관을 거닐다 보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흔적이 뒤늦게 감각과 기억 속으로 되돌아온다.
📲 @leeummuseumofart , leeumhoam.org/leeum
📍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NAVER / Google)

(왼쪽) '월 드로잉 #784', 1995. 르윗 컬렉션 소장, 뉴욕 폴라 쿠퍼 갤러리 제공. 사진: 김경태
(오른쪽) 'Sol LeWitt working on Wall Drawing #66', at the Guggenheim Museum, New York, 1971, © 2026 The LeWitt Estate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ourtesy of Paula Cooper Gallery, New York
4 아모레퍼시픽미술관
<Sol LeWitt: Open Structure>
솔 르윗에게 작품의 시작점은 손이 아니었다. 아이디어였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은 1960년대 초기 구조물부터 후기 색채 작업까지 45점을 한데 모아, 하나의 개념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 짚는다.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벽면에 선과 색, 기하학적 형태를 펼치는 ‘월 드로잉Wall Drawing’ 13점이다. 완성된 그림을 옮겨 거는 대신 작가가 남긴 지시문에 따라 현장에서 제작하기에 장소와 실행자가 바뀌면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 이번 전시에는 솔 르윗 재단 관계자들과 국내 미술 전공자 23명으로 꾸린 ‘APMA MAKERS’가 제작에 참여했다. 작품을 고정된 존재로만 여기지 않고, 반복해서 구현할 수 있는 개념으로 바라본 그의 급진적인 발상이 전시장 안에서 생생하게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 @amorepacificmuseum , apma.amorepacific.com
📍 용산구 한강대로 100 (NAVER / Google)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경. 사진: 김상태
5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5월 19일~10월 25일
유영국은 평생 ‘산’만 그렸다. 처음엔 눈에 보이는 산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속 풍경이 되어갔다. 풍경이면서 동시에 내면의 형상이었다. 작가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한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는 1930년대 도쿄 유학기의 아방가르드 실험부터 1999년 절필작까지 60여 년의 화업을 총망라한다. 전시는 미공개작을 포함해 회화, 부조, 사진, 드로잉, 아카이브 등 170여 점으로 구성된다. 동선은 생애 첫 개인전을 연 1964년에서 출발해 거꾸로 초기작으로 거슬러 올라간 뒤, 다시 순서대로 후기 회화까지 걸어가도록 짜여 있다. 눈앞의 자연이 어느 순간 자신과 분리할 수 없는 마음의 풍경으로 스며드는 변화를 따라간다고 할까. 덕분에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으로 산을 압축하던 화면이 말년에는 평온과 절제로 짙어졌음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 @seoulmuseumofart , sema.seoul.go.kr

<게오르그 바젤리츠> 전경. 사진 제공: 세화미술관
6 세화미술관
<게오르그 바젤리츠>, 8월 13일~12월 27일
거꾸로 선 인물과 파편화된 신체로 익숙한 회화의 질서를 흔든 게오르그 바젤리츠. 지난 4월 30일 바젤리츠가 타계한 뒤 처음 열리는 미술관 회고전에서 세화미술관은 약 60년에 걸친 그의 행보를 돌아본다. 1960년대 초기작부터 생애 마지막 시기의 회화와 드로잉, 조각 46점을 감상할 수 있는데, 그중 39점은 국내 미공개작이다. 전시장은 젊은 시절의 핵심 도상과 평생의 동반자 엘케 크레치머의 초상, 자신의 옛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리믹스’, 말년의 ‘골드 페인팅’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타계 직전까지 몰두한 캔버스에는 그가 밀고 다니던 손수레의 바퀴 자국과 보행 보조기의 흔적이 캔버스 위 물감 자국 사이사이에 그대로 남아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세화미술관이 독일 현지에서 진행한 그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영상도 놓치지 말 것.
📍 종로구 새문안로 68, 2층 (NAVER / Google)

<바이브 에라> 전경.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

<오프 더 화이트: 무늬와 정보> 전경.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
7 일민미술관
<바이브 에라>(8월 26일~10월 25일) & <오프 더 화이트: 무늬와 정보>(8월 14일~10월 18일)
순간의 ‘느낌’, 그러니까 ‘바이브’가 먼저 와닿는 요즘, 추상은 어떻게 탄생할까. <바이브 에라>에 참여한 박예림·박정혜·박현정·한지형은 완성된 이미지보다 그에 이르기까지 개입한 몸과 재료, 도구와 기억을 들여다본다. 앞선 선택이 다음 선택의 조건이 되고, 우연한 흔적이나 오류도 최종 형태를 바꾸는 변수로 남는다. 예로 박현정은 캔버스에 먹을 흘려 우연히 생긴 자국을, 디지털로 다시 편집한 뒤 그림으로 옮겨 그린다. 한지형은 수백 장의 이미지를 손으로 직접 골라 겹쳐 붙여 낯선 장면을 만든다. 매끈한 결과 뒤에 가려진 선택과 지연까지 추상의 일부로 읽게 하는 셈.
1전시실의 <오프 더 화이트: 무늬와 정보>는 건축 100주년을 맞은 일민미술관 자체를 들여다본다. 곽이브는 미술관 벽과 표면을 종이로 문질러 흔적을 뜨는 '프로타주' 기법으로 옮기고, 노송희는 그동안 이 미술관을 다녀간 관람 인원, 전시 기간, 공간의 치수 같은 숫자 기록을 바닥 위 구조물로 바꿔놓았다. 얼룩이나 나이테처럼 세월이 남긴 비정형의 무늬와 숫자로 축적된 정보가 나란히 놓이며 한 건물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새롭게 읽어낸다.
📲 @ilminmuseumofart , ilmin.org
📍 종로구 세종대로 152 (NAVER / Google)

<서도호> 전경.

<김 크리스틴 선: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 전경.
8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도호>(8월 27일~2027년 2월 9일) &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7월 31일~11월 29일)
서도호는 자신이 실제로 살았던 집을 그대로 본떠 만든다. 다만 벽돌이 아닌 얇고 투명한 천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서도호>는 대학 시절 작품부터 대표작과 최근 프로젝트까지 작품과 아카이브 500여 점을 아우른다. 학창 시절 자료 등 그간 볼 수 없었던 작업도 적지 않다. 서울과 미국, 유럽을 오가며 살아온 그에게 집은 한곳에 고정된 주소라기보다 떠난 뒤에도 몸에 남아 따라다니는 기억에 가깝다. 한지를 벽에 대고 흑연으로 표면을 문질러 뜨는 작업은 곧 사라지거나 이미 사라진 옛 공간을 종이 위에 그대로 되살려낸다.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가족과 이웃, 공동체가 공유한 시간으로 이어진다.
서울박스에서는 MMCA×LG OLED 시리즈 2026의 두 번째 주인공인 김 크리스틴 선이 <완고한 바위, 무모한 싸움들>을 선보인다. 언어와 소리, 접근성과 번역을 다뤄온 그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좀처럼 이해에 이르지 못하는 오늘의 모습을 고전 만화의 ‘모션 라인’에서 가져온 선과 기호로 풀어냈다. 55인치 OLED 72대를 연결한 거대한 곡면 화면에서 이미지가 빠르게 움직이고, 그 흐름은 벽과 바닥의 그래픽, 사운드로 번진다. 속도와 방향, 충돌을 표시하던 단순한 선이 반복되는 논쟁과 엇갈린 소통의 풍경으로 치환되는 모습을 살펴보자.
📲 @mmcakorea , mmca.go.kr

<박혜수: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 전경.
9 금호미술관
<박혜수: 사람들은 진실에 관심이 없다>, 8월 7일~10월 18일
‘우리’라는 말에는 친밀함만큼이나 선명한 경계가 숨어 있다. 박혜수가 2010년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이후 16년 만에 금호미술관으로 돌아와 펼쳐놓은 전시는 집단과 개인, 믿음과 진실 사이를 파고든다. 조각과 영상, 설치, 퍼포먼스, 출판을 아우르는 가운데 출발점인 ‘우리에 갇힌 우리’에서는 관람자가 설문에 따라 일곱 유형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거나,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침입자’가 된다. 공동체를 단단하게 묶는 기준이 동시에 누군가를 밖으로 밀어내는 장치가 되는 순간이다. 또 다른 작품들은 자본과 양극화, 가족과 국가 등으로 범위를 넓히며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에 침묵해왔는지 되묻는다.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 @kumhomuseumofart , kumhomuseum.com

<김무영: Pig> 전경. 사진: 오진혁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전경. 사진: 남서원
10 아트선재센터
<김무영: Pig>(8월 28일~10월 4일) &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7월 31일~10월 4일)
김무영의 첫 미술관 개인전 <김무영: Pig>는 작품을 보기 전에 먼저 극장을 낯설게 만든다. 평소 공연을 위해 쓰이던 무대와 객석, 백스테이지, 계단까지 관람 동선 안으로 가져와 아트홀 전체를 전시장으로 바꿨다. ‘Pig’는 막과 스크린, 소품을 지탱하지만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대 뒤 무게추를 뜻한다. 서대문형무소와 소록도를 촬영한 사진 연작은 손채색 기법을 활용해 매혹적으로 다듬어진 이미지와 그 이면의 역사를 한 화면에 겹쳐낸다. 극장의 기존 설비와 조각, 키네틱 설치 사이를 오가다 보면 무엇이 전면에 드러나고 무엇이 시야 밖으로 밀려나는지 고민하게 된다.
함양아의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는 2018년부터 이어온 장기 예술 연구로,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금융과 정치, 기술, 교육, 노동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자료를 수집하고 재구성해온 그는 이를 원형의 8채널 영상 설치로 구현했다. 화면에 둘러싸인 관람자는 인간과 사회, 자연이 복잡하게 얽힌 흐름 속에 놓인다. 경제적 불평등과 환경 위기를 추적하던 문제의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순환’의 가능성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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