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체험하는 것 같은 호텔 7

딱 하루만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수천 년 역사를 지닌 고대 동굴부터 어느 영국의 시골집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들.

EDITOR 김나림

17세기 수도원의 우아한 변신

HÔTEL DU COUVENT

프랑스의 화려한 리비에라에서 한 발짝 떨어진 니스 구시가지에 과거 수녀들이 묵었던 수도원을 개조한 ‘오텔 뒤 쿠르방’이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의 대부분은 17세기 가톨릭교회의 클라라회Clare와 살레시오회Salesian 수녀원으로 쓰였던 공간이다. 1980년대 이후 방치된 이곳을 페르세우스 호텔 그룹이 인도의 유명 건축 회사 스튜디오 뭄바이Studio Mumbai와 협력해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호텔로 되살렸다. 88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은 고요하고 정제된 인테리어를 강조했으며, 오래된 그림으로 장식한 객실에서는 수도원과 정원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수녀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호텔 한편에는 허브 가게가 자리해 상주하는 약초 전문가가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로 차를 내린다. 매일 아침 빵집에서는 수도원의 전통에 따라 여러 곡물을 직접 제분한 밀가루로 갓 구운 빵을 판매하며,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계단식 정원과 멋진 전망의 수영장은 고즈넉한 휴식을 선사한다. 그 밖에도 고대 로마의 전통을 이어받은 목욕탕, 몸을 단련할 수 있는 무브먼트 스튜디오, 동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바 겸 비스트로 등을 갖추고 있다.


17세기 수도원을 개조한 오텔 뒤 쿠르방의 전경.


이곳에 거주했던 수녀의 모습. © blackmountaincollege.org


주소 1 rue Honoré Ugo, 06300 Nice, France

웹사이트 hotelducouvent.com

인스타그램 @hotelducouvent



영국의 유서 깊은 전원주택, 호텔로 재탄생하다

FAIRMONT CHESHIRE, THE MERE

맨체스터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자리한 ‘페어몬트 체셔, 더 미어’에서 과거 영국인들이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전원생활을 즐기던 장면을 상상해보자. 1086년 노르웨이 국왕이 토지 현황을 기록한 <둠즈데이Domesday>에도 등장하는 이 유서 깊은 전원주택은 레저 단지와 프라이빗 클럽으로 운영되다가 지난 7월 페어몬트가 인수해 5성급 호텔로 재개장하며 영국 북서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호텔 설계를 맡은 버그먼 디자인 하우스Bergman Design House는 체셔 지방의 정취에 페어몬트 특유의 환대 문화를 더해 독특한 온기를 완성했다. 20세기 중반의 고풍스러운 외관은 그대로 살리고, 116개의 객실은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몄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 고든 램지Gordon Ramsay가 운영하는 메인 다이닝 ‘고든 램지 앳 더 미어Gordon Ramsay at The Mere’에서는 그의 대표 메뉴인 비프 웰링턴을 비롯한 다양한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마구간 건물을 복원한 페어몬트 스파와 체셔 최고의 챔피언십이 열리는 18홀 골프 코스 역시 이곳만의 자랑거리다.


옛 주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호텔 입구.


고든 램지의 영국식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체셔의 아름다운 경관 아래 자리한 페어몬트 체셔, 더 미어.


골프 코스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객실.


주소 Chester Road, Mere, Knutsford WA16 6LJ, United Kingdom

웹사이트 fairmont.com/en/hotels/mere/fairmont-cheshire-the-mere

인스타그램 @fairmontcheshire.themere


금고부터 전신국까지, 호텔에 담긴 200년 역사

GRAND HOTEL VILNIUS

‘그랜드 호텔 빌뉴스’가 흥미로운 호텔을 엄선하는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에 발트해 연안 국가 최초로 선정된 데는 이유가 있다. 200년간 도시의 수많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해온 곳이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문화의 뿌리인 슈벤타라기스 계곡과 고대 왕들이 묻힌 참나무 숲 위에 19세기 초 세워진 궁전은 시 낭송과 연회 등 당대의 화려한 생활로 가득했다. 이후 빌뉴스 주정부에 인수되면서 리투아니아 국고로 사용됐고, 궁전의 웅장한 홀은 국가 보물로 채워졌다. 제1차 세계대전이 유럽을 휩쓸던 시기에는 서점과 체육관, 극장, 빌뉴스 중앙전신국 등으로 쓰이며 수많은 변화를 거쳤고, 2024년 마침내 우리가 아는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편안함과 고전적인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는 93개의 객실에서는 빌뉴스 대성당 광장과 게디미나스Gediminas 탑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2024년과 2025년 <미쉐린 가이드>에도 소개된 호텔 레스토랑은 과거 전신국이었던 이곳의 이력을 기려 ‘텔레그라파스Telegrafas’라는 이름을 얻었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최상급 현지 식재료로 완성한 시그너처 메뉴를 선보이며, ‘듀크스 라운지 & 바’에서는 여러 믹솔로지 대회에서 우승한 바텐더 아우리마스 카줄레나스Aurimas Kazulėnas가 칵테일을 만든다.


리투아니아의 역사를 간직한 그랜드 호텔 빌뉴스의 외관.


투숙객을 맞이하는 로비.


주소 Universiteto g. 14, Vilnius, Lithuania

웹사이트 grandhotelvilnius.com

인스타그램 @grandhotelvilnius


호화로운 궁전을 개조한 새 호텔

SIX SENSES LISBON

17세기에 지어진 포르투갈의 두 궁전, 라브라 궁전Palácio Lavra과 페드로사스 궁전Palácio de Pedrosas이 호텔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페드로사스 궁전은 1764년 이탈리아 상인을 위해 지어졌다가 이후 포르투갈 우정국에 매각됐다. 궁전 안에는 상인들이 수집했던 물건이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고전 미술 작품과 서적 컬렉션, 골동품 카펫, 수공예 조각품 등 볼거리가 가득해 상인들로 북적이던 과거 리스본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넓은 객실과 채광이 좋은 큰 창문, 높은 천장은 호텔 전체에 개방감을 더한다. 한편 라브라 궁전 1층은 나무로 조각한 카운터와 수제 태피스트리로 장식해 예술가의 작업실을 연상시킨다. 차분하고 따뜻한 색조의 객실에는 포르투갈 전통 소품을 더해 이국적인 정취가 감돈다. 야외 공간도 특별하다. 도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루프톱 테라스와 덩굴로 뒤덮인 유리 아트리움, 포르투갈 직물과 천연섬유로 짠 좌석이 놓인 중앙 정원은 도시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여섯 가지 감각으로 먹는 즐거움’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담은 유기농 레스토랑과 활기 넘치는 라운지 바, 온종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 바도 함께 들어선다. 올해 하반기에 문을 열 예정으로 포르투갈 여행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궁전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레스토랑.


주소 Rua de São José, Lisbon, Portugal

웹사이트 sixsenses.com

인스타그램 @sixsenses



‘요코하마이즘’의 특색이 묻어나는 시청사

OMO7 YOKOHAMA BY HOSHINO RESORTS

1859년 개항 이래 일본과 세계를 잇는 관문 역할을 해온 요코하마. 수많은 공무 원이 행정 업무로 분주하게 오가던 시청사 행정동 건물에 ‘오모세븐 요코하마 바이 호시노 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일본 쇼와 시대를 대표하며 현대건축에 큰 영향을 끼친 건축가 무라노 도고Murano Tōgo가 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설계 한 이 역사적 건물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 지역이 패션과 문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요코하마이즘’ 트렌드 를 이끌어온 만큼, 요코하마 시민을 일컫는 ‘하마코’를 닮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눈에 띈다. 아홉 가지 타입, 총 276개의 객실은 과거 시청사의 인테리 어에서 영감받은 것이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머물 수 있는 ‘도그 프렌들리 스위 트’는 객실 내에 반려견용 화장실과 식기 등을 갖췄으며, 최대 두 마리까지 동반 숙박할 수 있다. 품격 있는 아침을 여는 ‘요코하마 모닝 스페셜리티’ 조식 뷔페와 더불어 브랜드 최초로 선보이는 ‘오모 베이커리’에서는 일본 카레의 관문이었던 요코하마의 역사를 살린 다섯 종류의 특제 카레빵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시 대표들이 사용했던 의자들은 현재 세련된 라운지 공간의 일부로 재탄생했다.


반려견과 머물 수 있는 도그 프렌들리 스위트.


요코하마의 활기가 느껴지는 호텔 전경.


1959년 완공한 구 요코하마 시청사 전경. (촬영: 오카모토 사부로; 기증: 오카모토 시게루; 요코하마 개항 자료관 소장)


주소 1-1-1 Minatomachi, Naka-ku, Yokohama-shi, Kanagawa 231-0017, Japan

웹사이트 hoshinoresorts.com/ko/hotels/omo7yokohama

인스타그램 @omo7yokohama


고대 동굴에서 묵는 특별한 하룻밤

VETERA MATERA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동굴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다면? 유서 깊은 이탈리아 마테라 지역의 ‘베테라 마테라’ 호텔에서라면 이 상상이 현실이 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도시의 골목길과 동굴을 따라 이어지는 이 5성급 호텔에서는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바위를 깎아 만든 23개의 객실은 자연석 벽과 아치형 천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지상과 지하의 객실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층고가 높고 밝은 공간을 갖춘 지상의 스위트룸과 대조적으로, 옛 동굴의 원형 속에 놓인 지하 객실은 우아한 가구와 고급스러운 마감재를 사용해 아늑한 은신처로 완성했다. 특히 눈여겨볼 부대시설은 ‘엘리시움Elysium’ 스파다. 저수조를 닮은 고요한 공간에서 일상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편안한 몸과 마음만 남는다. 온수와 하이드로 마사지 기능을 갖춘 고급 수영장 ‘칼리다리움Calidarium’, 향긋한 미스트와 은은한 스팀이 오감을 정화하는 ‘함맘Hammam 스팀 배스’, 건조하고 강렬한 열기로 독소를 배출하는 핀란드식 사우나, 차가운 물의 재생력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프리지다리움Frigidarium’ 등 취향에 맞는 트리트먼트로 진정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과거 마테라 사씨 지구의 모습을 담은 엽서. © Silvia Benedet


바위를 깎은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객실.


따뜻한 물 속에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수영장 ‘칼리다리움’.


포근한 라운지 침대에서 마테라의 사씨 지구를 내려다보는 야외 휴식 공간.


주소 Rione Vetera 28, 75100 Matera(MT), Italy

웹사이트 veteramatera.com

인스타그램 @veteramatera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한 벽돌 창고

POPULUS SEATTLE

다채로운 예술 갤러리로 가득한 시애틀 다운타운의 파이어니어 스퀘어Pioneer Square 거리. 그 중심에 부티크 호텔 ‘포퓰러스 시애틀’이 문을 열었다. 호텔이 자리한 곳은 1907년 자재 창고로 쓰였던 웨스틀랜드 빌딩이다. 산업 건물 특유의 견고한 회색 외벽과 철골 구조물을 그대로 살린 이 호텔은 지역 예술과 사회를 잇는 공간으로 단숨에 자리매김하며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원 키를 받았다. 포퓰러스 시애틀을 관통하는 정체성은 ‘친환경’이다. 국립산림재단과의 파트너십으로 객실 1박을 예약할 때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친환경 유기농 농가에서 생산한 식재료만 사용한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철학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여정으로도 이어진다. 300점 이상의 작품을 곳곳에 전시하며, 작품이 판매되면 태평양 북서부 지역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한다. 엄선한 예술 작품과 함께 호텔 최상층에서 탁 트인 파노라마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서밋 스위트룸은 호텔의 대표 객실 중 하나다. 태평양 북서부의 풍미를 담은 레스토랑 ‘솔트 하비스트Salt Harvest’는 화덕에서 영감받은 요리를 내며, 루프톱 바 ‘피른Firn’에서는 멋진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칵테일을 즐기며 완벽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땅과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솔트 하비스트’.


호텔로 개조하기 전의 웨스틀랜드 빌딩. Photo: Joe Mabel


주소 100 S. King Street, Seattle, WA 98104, USA

웹사이트 populusseattle.com

인스타그램 @populushotel_seattle



COOPERATION 그랜드 호텔 빌뉴스(grandhotelvilnius.com), 베테라 마테라(veteramatera.com), 식스 센스(sixsenses.com), 오텔 뒤 쿠르방(hotelducouvent.com), 페어몬트(fairmont.com), 포퓰러스 시애틀(populusseattle.com), 호시노 리조트(hoshinores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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