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8월호

호박포크아트갤러리 대표 김정열: 골동, 젊은 감각을 입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 2동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작은 숍 ‘호박포크아트갤러리’. 김정열 대표는 젊은 감각을 불어넣은 ‘힙’한 골동의 장면과 변주를 보여준다.

EDITOR 김혜원 PHOTOGRAPHER 김연제

김정열 빈티지 패션 아이템 을 판매하는 ‘수박 빈티지’와 ‘호박포크아트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포크 아트, 특히 우리 골동에 대한 관심을 담아 유 니크한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호박포크아트갤러리를 오픈한 배경이 궁금해요. 저는 빈티지숍 수박 빈티지를 운영해왔어요. 진작부터 민속공예품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른 숍들과는 차별화된 것, 내가 좀 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뭘까’ 생각하다 보니 네이티브 아메리칸 주얼리 같은 포크 아트 folk art까지 닿게 됐죠. 포크 아트의 투박한 에너지, 박력! ‘우리나라 것들 중에도 이런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다가 조선시대 전후의 골동으로 관심이 이어졌어요. 보통 일상에서 사용하던 것들인데, 과한 꾸밈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박 빈티지의 확장된 세계관 같은 곳일까요? 수박 빈티지의 연장선, 형제 같은 느낌이죠. 이름에서 ‘호박’은 보석을 뜻하는데요.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모기가 호박 속에 갇혀 있는 걸 볼 수 있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호박’이란 단어에 은유적으로 시간을 가둔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포크아트’와 ‘갤러리’는 방향성을 의미하고요. 이곳이 그저 골동 가게가 아니라 어떤 맥락이 담긴 아름다운 것들을 큐레이팅하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호박포크아트갤러리 한쪽에는 제프 쿤스의 ‘벌룬 도그’ 액자와 19세기 말에서 일제강점기 사이에 쓰인 농기구를 함께 걸어뒀다. 아래의 토기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제작된 것들.


고미술 상가 안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요? ‘고미술 상가’이기 때문이에요. 그 자체로 의미가 성립되니까요. ‘본진에 깃발 꽂아보자!’ 그런 마음이 있었죠. 마침 소품 상점 ‘고복희’가 고미술 상가 2동 안에 오픈하기도 했고요.


스테인리스 랙과 골동품을 매치한 것이 인상적이에요. 이런 점들이 호박의 스타일이라 느껴집니다. 모든 것은 관계성이 중요합니다. 고미술과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에 관계성을 만들어 줬을 때 생기는 새로움이 있죠. 매장에서 제프 쿤스의 작품을 담은 액자와 조선시대 농기구를 나란히 배치한 것도 비슷한 논리입니다. 조선백자를 조선의 고가구에 놓는 건 잘 어울리겠지만 이미 많이 본 장면, 혹은 박물관에서 봤던 방식을 집으로 가져오는 건 별로 특별하지 않다 생각해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오래된 물건을 단순히 진열하기보다 보통의 집에 어떻게 둘 수 있을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왔을 때 오히려 ‘이 조합 웃기지 않아?’, ‘신기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경험을 판매하고 싶어요.


고조선 멸망 이후 형성된 낙랑 문화 시기에 만들어진 해태 진묘수.


실제로 그런 매칭이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매장에서 인기 있는 골동은 무엇인가요? 사실 손님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과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사뭇 다릅니다. 고미술 오브제가 보기에는 독특하고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구매 경험이 적고, 가격도 높은 편이니까요. 그래서 저뿐 아니라 김재윤 매니저도 함께 ‘어떻게 하면 특이하게 고미술품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예를 들면 조선 말기의 연상(테이블처럼 생긴 수납함)을 와인 테이블처럼 세팅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좀 더 친숙하니까요.


고미술품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소재의 대비. USM 모듈 가구 위에 작은 목가구를 올려두어도 잘 어울리는 편인데요. 모던한 것, 군더더기가 없는 것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해 서로 잘 어우러집니다.


벽에 걸어둔 나무 의자는 20세기 초에 사용된 입식 가구 교의.


제품 판매 외에 전시를 진행하는 점도 흥미로워요. 저희 같은 신생 가게에겐 새로운 물건(골동)을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경쟁력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건 이미 고미술 상가 안에 있는 선배 매장들이 잘하고 있으니까요. 전시를 하면 색다른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국내 작가 또는 가구 브랜드와 외부에서 협업 전시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애정하는 골동품을 꼽는다면요. 강원도 땅제기를 애정합니다. 제사 지낼 때 쓰는 작은 목기 접시로 위판과 아래판을 하나로 깎은 형태인데, 저에게는 맛이 깊고 좋다고 느껴졌어요. 고조선 시대로 추정되는 무덤 지킴이도 아끼는 친구고요. 아, 언젠가 제대로 된 멋드러진 달항아리 하나는 꼭 가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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