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자연에서 형태를 빌려오고 곡선으로 신성을 표현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서거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그가 세상을 떠난 6월 10일을 맞아 140여 년 동안 미완으로 남아 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예수의 탑’ 준공 기념식과 축복식이 열렸다. 이 뜻깊은 해를 기념해 가우디의 건축 세계를 조명하는 서거 100주년 기념 특별전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8월 1일~10월 31일)가 서울 신사하우스에서 열린다. 한 세기를 넘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기나긴 여정과 가우디의 건축 언어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 신사하우스에서 열린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우디 재단이 기획한 ‘서거 100주년 기념 월드 투어’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서울에 앞서 도쿄와 오사카에서 총 관람객 약 33만 명을 모으며 흥행했다. 서울 전시 이후에는 대만을 순회한다. 전시는 자연의 법칙 안에 숨은 아름다움과 질서를 건축물로 승화한 가우디의 사상과 건축 세계를 현대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한편, 디자인하우스는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의 파트너사로 도록 제작 등을 협업한다.

자연에서 형태를 빌려오고 곡선으로 신성을 표현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가우디의 생애
1852년 스페인 카탈루냐 레우스Reus에서 태어난 가우디는 열여섯 살에 바르셀로나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교사를 꿈꿨지만 건축으로 진로를 바꿔 바르셀로나 고등건축학교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 본격적으로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첫 공공 프로젝트는 바르셀로나 플라사 레이알Plaça Reial과 플라 데 팔라우Pla de Palau에 설치한 가로등이다. 그해 말에는 그의 첫 번째 주요 건축 프로젝트인 ‘카사 비센스Casa Vicens’를 의뢰받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또 다른 프로젝트가 그의 인생을 바꾼다. 바로 어느 장갑 판매상의 의뢰로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진열장이었다. 당시 이 진열장은 스페인 사업가 에우세비 구엘Eusebi Güell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는 이후 가우디의 중요한 후원자가 되어 가족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우디에게 맡겼다. 덕분에 가우디는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험하고 확장할 수 있었다. 구엘 저택Palau Güell, 구엘 복합 단지Colònia Güell, 구엘 공원Parc Güell, 구엘 와이너리Bodegas Güell, 구엘 파빌리온Pabellones Güell 등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구엘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다.

도쿄에서 열린 < NAKED Meets Gaudi Exhibition 2026 >

오사카에서 열린
< NAKED Meets Gaudi Exhibition 2026 >
가우디의 건축 세계
가우디의 건축물은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1880년대 초기 작품은 ‘오리엔탈리즘 시대’로 불린다. 카탈루냐 문화 부흥 운동 ‘레나이셴사Renaixença’의 영향으로 이슬람, 페르시아, 인도 건축에서 영감을 얻어 무어풍 아치와 화려한 세라믹 타일, 노출 벽돌을 활용했다. 이후 ‘신고딕 시대’에는 고딕 건축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자연에서 가져온 형태를 석조 구조와 결합하고 성채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더해 자신만의 건축 언어를 쌓아나갔다. 대표작인 ‘아스토르가 주교궁Palacio Episcopal de Astorga’은 해자(성 주위를 둘러싸는 도랑)까지 갖춘 독특한 모습으로 유명하다.
가우디의 건축 철학이 제일 완성도 높게 드러나는 시기는 ‘자연주의 시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이때 탄생했다. 이 시기에는 신고딕 양식과 자연의 유기적인 형태를 결합한 게 특징이며 카사 칼베트Casa Calvet,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카사 밀라Casa Milà, 구엘 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도쿄에서 열린
< NAKED Meets Gaudi Exhibition 2026 >
인생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난 6월 10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예수의 탑이 처음으로 점등되며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장면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1883년 가우디가 처음 설계를 맡은 이 성당은 그의 건축 활동과 인생을 아우르는 프로젝트였다. 최초 설계안은 당시 건축 양식에 따라 교구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 이 로자노Francisco de Paula del Villar y Lozano가 뾰족 아치 창이나 첨탑형 종탑 같은 네오고딕 요소를 반영해 설계했다. 하지만 자재 비용을 둘러싼 기술적 견해 차이로 그가 프로젝트에서 물러났고, 당시 건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가우디가 이를 이어받았다. 그가 기존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지금과 같은 형태의 기틀을 만든 것이다. 고딕 성당의 웅장한 규모를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나무를 닮은 독창적이고 유기적 구조로 이루어진 이곳의 외관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독창적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가우디는 인생 대부분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바쳤다. 특히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은 오로지 여기에만 매달렸고, 1925년에는 거처를 성당 안으로 옮길 정도였다. 그렇게 열정을 쏟던 건축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건 그 이듬해다. 당시 공사 현장 근처에서 전차에 치여 치명상을 입고 생을 마감한 그의 유해는 지금도 성당 안에 안치돼 있다. 올해 완공된 ‘예수 그리스도의 탑’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제일 높은 중앙탑으로 172.5m에 이른다. 가우디는 이를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173m)보다 0.5m 낮게 설계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작품이 신이 만든 피조물(자연)보다 높을 수 없다”라는 철학 때문이었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 완성된 부분이었던 지하 예배당과 파사드 등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아 1984년과 200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렇게 자신만의 굳건한 신조로 세계 건축계에 족적을 남긴 가우디 서거 100주년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새로운 발걸음을 기념해 전 세계에서 전시와 공연, 몰입형 체험 등 다양한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신사하우스에서 진행 예정인 서울 전시를 총괄한 (주)가우디서울 조윤지 대표를 만나 이번 전시가 전하는 메시지와 가우디 건축의 의의를 물었다.
INTERVIEW
서울 전시를 총괄한 (주)가우디서울 조윤지 대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합니다.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은 가우디재단의 오리지널 월드 투어 전시입니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중앙 탑인 ‘예수의 탑’ 완성을 기념해 스페인의 가우디재단이 공식적으로 선보인 프로젝트죠. 재단이 소장한 방대한 아카이브를 세계 최초로 한자리에서 공개하는 전시인 만큼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서울로 가져오려고 노력했어요.
전시는 어느 도시, 어떤 공간에서 만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월드 투어 전시의 내용과 흐름을 지키는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와 신사하우스라는 공간에 맞춰 전시를 다시 설계하는 데 공간 크리에이터 그룹 jpa.(Junglim Planning Advisory)와 함께 많은 공을 들였죠. 관람 동선을 신사하우스의 건축 구조에 맞춰 새롭게 짰고, 굿즈 숍과 라운지의 디자인 역시 서울 관람객의 정서에 맞춰 구성했습니다. 가우디재단의 원 전시를 존중하면서도 어떻게 현지화할지 균형을 잡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관람객이 전시에서 가우디의 건축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체험하고 몰입할 수 있나요? 가우디의 건축을 사진만으로는 온전히 전할 수 없어요. 그가 창조한 곡선과 빛의 흐름,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구조는 다각도로 경험해야 이해할 수 있죠. 가우디재단이 소장한 오리지널 아카이브를 통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오리지널 설계 도면, 가우디의 친필 수기와 서신, 그가 실제 사용한 제작 도구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의 ‘역현수선 inverted catenary’ 실험(줄이나 쇠사슬을 늘어뜨려 만든 곡선 ‘현수선’을 180도 뒤집어 안정적인 아치와 돔 구조를 찾아낸 건축 모형 실험)을 AI로 체험하는 콘텐츠와 문고리나 의자 레플리카를 직접 만져보는 체험, 구엘 공원 도마뱀 프로젝션 매핑, 대형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까지 더했어요. ‘지식으로 이해하는 가우디가 아닌 경험하고 느끼는 가우디’를 제안합니다.
도쿄 전시와 다른, 서울 전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별점은 가우디라는 IP를 한국의 브랜드와 창작자를 통해 다시 이야기한다는 점이에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야이야앤프렌즈와의 협업 굿즈는 가우디의 조형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옮긴 결과물입니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함께하는 ‘Art & Brain Salon’은 우리가 왜 가우디의 건축 앞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를 뇌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이죠. 대중이 전시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류승룡 배우가 목소리로 참여한 오디오 도슨트도 준비했습니다.

전시명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
기간 8월 1일~10월 31일 장소 신사하우스(강남대로162길 27)
홈페이지 gaudiseoul.com 파트너사 디자인하우스
가우디 서거 100주기를 맞은 지금까지 그의 건축이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요? 올해는 그가 평생 완성하지 못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중앙탑과 전체 외관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더욱 뜻깊은 해가 됐죠. 가우디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그의 건축물이 특정 시대의 양식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원리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연을 스승 삼아 나무의 형태와 뼈의 구조, 빛과 중력이 만드는 질서를 건축으로 옮겼습니다. 대표적 예가 앞서 언급했던 ‘역현수선’ 실험이에요. 사슬을 늘어뜨려 얻은 곡선을 뒤집어 기둥과 아치의 구조로 삼은 실험이죠. 당대의 기술을 앞선 이러한 사고는 현대의 첨단 기술과 만나며 새롭게 읽힙니다. 여기에 100년이 지나서야 완성을 향해 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서사까지 더해 가우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의 건축가로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 전시의 관람 포인트를 꼽으신다면요? 전시 콘텐츠뿐 아니라 공간 자체도 경험하길 추천해요. 이 전시는 승효상 건축가가 리모델링한 신사하우스의 개관전이거든요. 자연을 건축으로 옮긴 가우디의 작품을 또 다른 건축가가 만든 공간 안에서 만나는 것이 전시의 특별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전시는 신사하우스 1층부터 5층 전체를 활용합니다. 관람객은 5층에서 시작해 1층으로 내려오며 건물의 구조와 동선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동시에 층마다 다른 가우디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건물 밖에 있는 나선형 계단도 꼭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가우디와 이야이야앤프렌즈의 협업 그래픽을 적용한 공간으로, 가우디의 곡선을 외부 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는 포토 스폿이에요. 그 앞의 ‘가우디 스트리트’와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히든 테라스까지 함께 둘러보면 전시를 더욱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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