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년 전 천문시계,
기술과 예술이 대등히 공존하는 성물로 되살아나다

티파니가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 250주년을 기념해 21개의 컴플리케이션을 하나의 무브먼트에 통합한 기계공학의 결정체를 공개했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위해 제작했던 이 작품은, 당시 조지프 린다워Joseph Lindauer의 지휘 아래 약 2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그리고 2025년, 티파니가 이를 인수해 제네바 아틀리에에서 7개월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뒤 대중 앞에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골든 넘버, 에팩트, 도미니컬 레터라는 희귀한 종교력 컴플리케이션이 서로 연계되어 부활절 날짜까지 자동 산출한다는 점이다. 이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에서도 극히 드문 시도로, 현대 워치메이킹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기술이다. 여기에 태양과 달의 위치, 일출과 일몰, 태양과 달의 적위는 물론, 수평선 아래 바다를 표현한 디스플레이로 조수 변화까지 시각화한 점도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다른 걸작들과 구분되는 것은 공예적 완성도다. 18세기 프랑스 루이 15세 시대 양식을 반영해 화훼 문양을 조각하고 목재 상감을 더한 높이 2.5m의 케이스, 그리고 캘리포니아산 머더오브펄을 상감한 프레임 안에 놓인 13개의 실버·페인팅 다이얼은 기계공학과 순수 미술이 대등하게 공존하는 드문 사례를 보여준다. 수많은 워치메이커의 천문시계가 기술적 정교함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티파니의 천문시계는 조각과 상감이라는 장인 정신을 더해 예술품으로서 위상을 드높인다. 이 작품의 실물은 뉴욕 5번가 727번지에 위치한 티파니의 플래그십 스토어 더 랜드마크(The Landmark)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티파니가 국가를 위해 만들었던 물건으로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은 이토록 미학적·종교적·기술적으로 완벽한 일치를 이뤘다.

남정화 패션을 전공한
워치 & 주얼리 전문 디지털 디렉터. 미학과 쓸모,
브랜딩과 철학 사이를 오가는 물건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을 즐긴다.
모나코의 빛을 담은 마지막 챕터,
솔레이 도르의 귀환

7월 초, 파리의 갈레리 샤르팡티에에서 ‘무슈 프레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 3부작의 마지막 챕터가 공개되었다. 바로 ‘무슈 프레드 골든 라이트’. 전시장을 따라 이어진 여정은 단순한 하이 주얼리 감상을 넘어,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이 평생 매혹됐던 찬란한 순간들을 되짚는 경험에 가까웠다. 90년의 시간을 지나온 지금도 그의 철학과 미학은 브랜드 전반에 깊이 스며 있었고, 이번 챕터는 그 유산을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해내고 있었다.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에 ‘솔레이 도르 골든 라이트’가 있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섬세한 광휘를 머금은 주얼리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프레드 사무엘이 사랑했던 리비에라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 공간 전체는 그가 사랑했던 세계를 오롯이 구현한 하나의 무대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설수록 네크리스의 정교한 아름다움은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스처럼 정교하게 엮어낸 골드 구조와 10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만들어내는 찬란한 빛의 결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앙의 브로치에 머물렀고, 옐로 다이아몬드는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냈다. 마치 태양의 기운을 품은 듯 강렬한 존재감은 이 작품이 지닌 특별한 서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프레드 사무엘이 사랑했던 풍경과 기억은 무슈 프레드 골든 라이트를 통해 찬란한 하이 주얼리로 되살아났다. 리비에라의 따스한 햇살과 바다 위로 반짝이는 황금빛 물결, 모나코가 지닌 우아함이 컬렉션 곳곳에 녹아들어 프레드만의 감성과 철학을 완성한다. 파리에서 직접 마주한 무슈 프레드 골든 라이트는 프레드가 왜 ‘선샤인 주얼러’로 불리는지를 가장 아름답게 증명하는 결정체였다. 황금빛 노을이 하늘에 긴 여운을 남기듯, 그 감동 역시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렀다.

손소라 패션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패션 디렉터. 트렌드의 흐름을 읽되, 그 너머의 본질과 결을 좇는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시대의 감도를 기록한다.
클립쉬혼의 80년,
한쪽 귀퉁이에서 울려 퍼지는 고집

무엇이든 더 작고 가볍게 누리라고 권하는 시대, ‘클립쉬혼Klipschorn’은 방 한쪽을 통째로 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이토록 거대한 스피커를 들인다는 것은 벽과 바닥재, 의자를 놓을 자리, 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각도를 모두 다시 살펴야 하는 일이다. 1946년 폴 W. 클립쉬가 선보인 코너 혼 스피커가 브랜드 창립 80주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돌아왔다. 옛것을 그대로 복원한 회고판은 아니다. 방구석을 우퍼의 연장선으로 활용해 저음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고유의 공간 음향 원리는 계승하되, 내부는 새롭게 설계했다. 편리함이 웬만한 가치를 밀어내는 오늘날이지만, 클립쉬혼의 럭셔리는 버튼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좋은 소리를 위해 방 하나를 기꺼이 내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시선을 끄는 건 단연 생김새다. 미드센추리 가구처럼 단정한 선을 지녔지만, 존재감만큼은 대담하다. 짙은 타이거우드 베니어의 나뭇결은 거울처럼 서로를 마주 보게 이어 붙였고, 접혀 들어간 혼의 곡선 위로는 황동 인레이가 은은하게 흐른다. 전면을 장식한 특유의 혼 구조는 소리가 실제로 빠져나가는 출구이자, 스피커의 인상을 결정짓는 얼굴이다. 생산 방식도 독특하다. 전 세계 280쌍만 제작하는데, 클립쉬의 고향인 미국 아칸소주 호프Hope 공장에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한 대 한 대 손으로 조립하는 것이 핵심. 여기에 클립쉬가 1950년대에 남긴 클립쉬테이프KlipschTape 녹음을 180g 바이닐로 더했다. 결국 숫자와 사양을 넘어선 이러한 감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테다. 손끝으로 느끼는 나뭇결, 금속에 새긴 가느다란 선, 레코드판을 스치는 바늘 소리···. 클립쉬혼의 럭셔리는 가장 최신의 것을 자랑하는 데 있지 않다. 80년 전 발명품이 지금도 집 안의 공기를 흔들고 듣는 이의 시간을 붙잡아 세운다는 사실, 그 고집이 이 거대한 스피커의 품격을 만든다.

박이현 감상은 길고 질문은 엉뚱한 피처 디렉터. 미술, 자동차, 주류 그리고 대중가요와 클래식 음악 앞에서는 왕왕 직업인보다 팬이 되는 편이다.
COOPERATION 티파니(1670-1837), 프레드(514-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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