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VUITTON 아르데코의 귀환
루이 비통은 팔라초 세르벨로니Palazzo Serbelloni에서 아르데코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피에르 르그랭Pierre Legrain에게 경의를 표하는 전시를 열었다. 그의 북바인딩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가구, 테이블웨어, 텍스타일 등이 하우스의 초기 트렁크나 여행 액세서리와 함께 전시되며 마치 하나의 여정을 따라가듯 공간을 구성했다. 에스투디오 캄파나Estudio Campana의 ‘캐비닛 칼레이도스코프’, 로 에지스Raw Edges의 ‘스텔라’ 암체어 등 신작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도 함께 공개했다.
“루이 비통이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도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던 시간. 피에르 르그랭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기하학적 요소들을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BOTTEGA VENETA 가죽이 빛이 되는 순간
보테가 베네타는 산탄드레아 매장 천장에 숲을 들였다. 한국 아티스트 이광호와의 협업으로 작품 ‘라이트풀 Lightful’을 만들어낸 것. 전통 가죽 띠 페투체fettucce를 손으로 직접 엮어 만든 조형물들이 공중에 매달려 은은한 빛을 품고 있었다. 전통 직조와 소재 실험을 기반으로 작업해온 이광호의 언어와 보테가 베네타의 장인 정신이 조명이라는 형식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냈다.
“작년 서울 아름지기에서 연 전시에 이어 보테가 베네타와 이광호 작가의 협업이 밀라노에서 다시 이뤄졌다. 매장 윈도에 새긴 것은 한글 “라이트풀”. 밀라노 한복판에 이 글자가 놓여 있었다.”

HERMÈS 오브제들의 도시
에르메스는 올해도 전시 장소로 라 펠로타La Pelota를 택했다. 아티스틱 디렉터 샤를로트 마코 페렐망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 파브리Alexis Fabry는 석고와 너도밤나무 기둥 약 30개를 공간 전체에 느슨한 격자 형태로 배치했다. 오브제를 기둥 위에 하나씩 올려놓았는데, 그 사이의 빈 공간은 의도된 여백이었다. 손으로 두드려 완성한 ‘팔라디온 데르메스’ 라인의 화병·피처·센터피스, 바버 & 오스거비Barber & Osgerby가 디자인한 마블 마키트리 기법의 ‘스타디움 데르메스’ 테이블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대 영웅의 역동적 힘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는 에르메스의 이번 홈 컬렉션. 메탈과 가죽, 말총 등의 조합에서 말과 검투사가 떠올랐다.”


다양한 색의 건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피아노 박스. © Hermès2026
GUCCI 105년의 기억을 직조하다
구찌는 꽃으로 만개한 산심플리치아노 수도원Basilica of San Simpliciano 회랑에서 아티스틱 디렉터인 뎀나 그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큐레이션한 전시 를 공개했다. 전시의 중심에는 하우스의 105년 역사를 피렌체 전통 공예로 직조한 태피스트리 12점이 자리했다. 구찌오 구찌의 런던 사보이 호텔 시절부터 톰 포드,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거쳐 뎀나 그바살리아의 현재까지, 각 태피스트리는 하우스의 결정적 순간을 전통의 시각언어로 기록하고 있었다. 플로라 모티프에서 영감받은 ‘보태니컬 가든’과 하우스의 카페 겸 칵테일 바인 ‘구찌 자르디노Gucci Giardino’에서 제작한 맞춤 벤딩 머신도 공간에 활기를 더했다.
“아마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인기 있던 전시가 아니었을까? 드넓은 수도원 회랑을 가득 채운 꽃들도, 구찌의 역사를 배울 수 있던 태피스트리도 4월의 밀라노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LORO PIANA 플래드, 하나의 연구
로로피아나는 밀라노 본사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는 새 프로젝트 ‘스터디스Studies’의 첫 번째 챕터를 공개했다. 1980년대 중반 메종 최초의 완제품으로 등장한 플래드를 중심에 두고 총 24점의 작품을 선보인 것. 비쿠냐, 베이비 캐시미어, 리넨, 캐시퍼 등 다양한 섬유 위에 자수, 아플리케, 니들 펀칭, 패치워크, 스크린 프린팅 등 다채로운 기법을 사용했으며 각 플래드는 오트 쿠튀르처럼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 메종 아카이브에서 비롯된 상징적 요소와 그래픽을 현대적 구성으로 재해석해 정교한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플래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까? 각 플래드마다 사용한 기법과 소요된 시간까지 상세하게 설명해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으로 로로피아나다웠던 전시.”


TOD'S 아이콘이 만난 아이콘
토즈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미노’ 로퍼를 20세기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들의 언어로 재해석한 프로젝트 를 선보였다. 조 콜롬보Joe Colombo의 ‘엘다’ 암체어,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의 ‘크로스비’ 체어,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의 크리스털 테이블, 카스틸리오니Castiglioni 형제의 ‘브리온베가 RR226 라디오포노그라포’까지. 네 가지 디자인 아이콘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네 가지 고미노 한정 에디션은 각각 하나의 컬렉터블 오브제로 제작됐다. 현장에서 장인들이 핸드 스티칭 과정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의 작품을 고미노 로퍼로 해석한 토즈의 귀여운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시 현장에서 고미노를 한 땀 한 땀 만들던 장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아이콘 ‘브리온베가’와 고미노.

미켈레 데 루키의 크리스털 테이블 패턴에서 모티프를 딴 고미노.
BUCCELLATI 물의 신화를 빚다
‘실버 캐비어’ 컬렉션을 기념하는 이번 부첼라티의 전시는 고대 수공간 님파에움Nymphaeum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 안에서 펼쳐졌다. 관람객은 해왕성과 물의 요정 나이아드 등 로마신화 속 존재들을 지나 바다에서 담수로 이동하는 철갑상어의 흐름을 따라가며 캐비어 모티프의 역사와 상징성을 감각적으로 경험했다. 세계적인 영국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Luke Edward Hall의 벽면 드로잉이 고대 로마부터 르네상스까지 이어지는 이탈리아 캐비어의 역사를 시각적 서사로 풀어냈다.
“루크 에드워드 홀이 방한했을 때 본 적이 있어 내적 친밀감이 느껴졌던 전시. 그의 손길로 완성한 캐비어의 역사 일러스트를 소장하고 싶었다.”

Photo: Giulio Ghirardi
PRADA HOME 찻사발 하나의 무게
프라다는 조각가이자 도시계획가 시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와 협업해 기획한 전시 을 선보였다. 전시의 중심에는 일본 차 문화의 핵심 기물인 찻사발, 차완이 있었다. 도자 바닥 타일과 흙빛 석회 마감의 벽, 재생 목재 테이블, 그리고 빈티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공간의 밀도를 짙게 만들었다. 게이츠의 작품들과 일본 도예가 4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오브제를 소유가 아닌 관계와 의례의 매개체로 바라보는 시선을 제안했다.
“프라다 로고가 새겨진 도자 기물을 바라보며, 언젠가 있을 한국 도예가들과의 협업을 상상해보았다.”


사케를 담기 위한 주병 ‘가요이 도쿠리’.
ARMANI/CASA 기원으로 돌아가다
아르마니/까사는 밀라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전시 프로젝트 를 공개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아르마니 스타일은 어디서 왔는가’. 1층에는 ‘벌룬’ 암체어, ‘센’ 콘솔, ‘도쿄’ 암체어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8개의 오리지널 디자인과 그 최신 버전이 나란히 놓였다. 시간의 전후를 한 공간에 두는 방식으로,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남았는지를 드러냈다.
“아르마니 까사를 대표하는 로고 테이블 램프의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NILUFAR 호텔이라는 이름의 실험
닐루파 데포Nilufar Depot에서는 이 열렸다. 창립자 니나 야샤르가 상상한 이 호텔은 실재하지 않지만 한없이 실재에 가깝다. 체크인 공간으로 연출한 입구를 지나자 닐루파 에디션과 컨템퍼러리 작품이 뒤섞인 홀과 알레그라 힉스Allegra Hicks와 필리포 카란디니Filippo Carandini 등이 각자의 언어로 꾸민 시그너처 룸이 자리했다. 2층에는 조 폰티와 프랑코 알비니의 빈티지 피스가 현대 작품과 나란히 놓였다. 층마다 시대와 감각이 교차하는 이 공간은 호텔이라는 형식을 빌려 컬렉터블 디자인이 일상 속에 어떻게 깃들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밀라노에서 닐루파를 빼놓으면 반만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사랑스러운 호텔로 변신한 닐루파는 구석구석 마음에 들지 않는 가구가 없었다. 특히 하늘색 드 고네이 벽지로 마감한 ‘다비드/니콜라스’의 방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Photo: Emanuele Tortora
베선 로라 우드
Bethan Laura Wood의
‘메이센 캐비닛’.
ALCOVA 도시 안의 또 다른 도시
알코바는 올해 2개의 공간을 무대로 삼았다. 프랑코 알비니가 설계한 빌라 페스타리니Villa Pestarini와 바조 군사병원Baggio Military Hospital 복합 단지가 그것. 서로 전혀 다른 두 공간 안에 131개 팀이 자리를 잡았다. 병원 안뜰과 격납고, 식당 등 공간마다 다른 설치가 펼쳐졌고, 올해 처음 개방된 성당에는 브라질 디자이너 레우 라그Leo Lague와 브뤼셀의 디자인 그룹 버사Versa의 몰입형 설치가 들어섰다. 확립된 브랜드부터 독립 디자이너까지 뒤섞인 알코바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실험적인 온도를 유지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힌 듯 보였다.
“입장에만 2시간이 걸린다는 알코바의 어마어마한 대기 줄을 뒤로하고, 프레스 입장을 할 때의 쾌감이란. 올해 메인은 바조 군사병원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빌라 페스타리니가 더 취향에 가까웠다.”

CC-TAPIS × FORNASETTI 바닥 위의 초현실
밀라노를 기반으로 한 두 이탈리아 브랜드의 만남이었다. 1940년대부터 초현실적 이미지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포르나세티와 러그를 컬렉터블 오브제로 재정의해온 씨씨-타피스가 협업 컬렉션을 선보인 것. 태양 얼굴과 뱀, 열쇠구멍 속 눈, 고전 건축의 폐허 등 포르나세티 아카이브의 상징적 모티프들이 히말라야 울과 실크로 직조된 러그 위에 새롭게 번역돼 눈길을 끌었다.
“평소 애정하는 두 브랜드의 만남이라 빼놓을 수 없었던 전시. 역시는 역시였고, 러그를 전시해놓은 광경도 참 멋스러웠다.”

© Piotr Niepsu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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