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5월호

활기와 신중함 사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라는 상투적인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트바젤 홍콩 2026’은 관객 수와 판매 실적을 넘어 지금의 미술 시장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현장이었다.

EDITOR 박이현

‘아트바젤 홍콩 2026’ 리만머핀 부스 설치 전경. Courtesy of Lehmann Maupin.


숫자 너머의 분위기

3월 25~26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7일부터 29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트바젤 홍콩 2026’은 총 9만 1500명이 방문했고, 41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170개가 넘는 미술관 및 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에 아트바젤과 홍콩 문화체육관광국(CSTB)의 5년 협업 발표까지 더해지며 올해 행사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위치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숫자들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아트바젤 홍콩 2026을 흥미롭게 만든 건 규모보다 기류였다. 과거의 낙관과는 결이 다른 활기. 페어장의 온도를 지배한 것은 차분한 자신감이었다. 거래는 빠르게 이루어지되 이전보다 선별적이었다. 좋은 작품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는 과잉된 기대감이 아닌 높아진 안목에서 기인한 듯했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미술 시장의 완만한 반등이 있다. 2026년 ‘아트바젤과 UBS의 글로벌 아트 마켓 리포트The Art Basel and UBS Global Art Market Report’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미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 성장한 596억 달러(약 88조 53억 6000만 원)였다. 경매를 통한 공공 및 개인 거래(6% 증가한 248억 달러)와 딜러 부문(2% 증가한 348억 달러) 모두 회복 기조를 띠었으며, 거래 건수도 2% 증가한 약 4150만 건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회복은 무조건적인 낙관보다는 신중함에 가까웠다. 상단 시장이 먼저 움직였고, 중간 가격대 이하는 여전히 비용 상승과 소비 위축의 압력을 받았다. 시장이 살아난다는 사실과 누구나 과감하게 매수에 나선다는 게 반드시 궤를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3월의 홍콩은 정확히 그 틈을 반영했다. 눈에 띄는 거래는 이어졌지만, 선택의 기준은 이전보다 상향된 것처럼 보였다.


콩키Kongkee와 함께한 gdm 갤러리 ‘인카운터스’ 설치 전경. Courtesy of Art Basel.


견고한 중간 시장

“경기 침체와 전쟁 등으로 인한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이 나쁘지 않았다고 여겨집니다.” _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
“페어 개막 첫날부터 매우 활기찬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컬렉터들은 서두르기보다 시간을 두고 작품을 깊이 있게 살피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개막 당일에만 소장 문의가 집중되던 과거의 양상에서 벗어나, 페어 기간인 5일 내내 관람과 거래가 꾸준히 지속되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의 변화를 잘 방증합니다. 미술계 주요 기관 관계자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미국 및 유럽 컬렉터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 점 또한 매우 고무적입니다.” _ 타데우스 로팍 디렉터 돈 주Dawn Zhu.

400만 달러(약 58억 7000만 원)의 파블로 피카소 작품 ‘Le peintre et son modèle’, 380만 달러(약 55억 8000만 원)의 류 예Liu Ye 작품, 350만 달러(약 51억 4000만 원)의 마를렌 뒤마스Marlene Dumas 작품 등 몇몇 수백만 달러대의 거래만으로 2026년 홍콩의 성과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수십만 달러 선의 작품들이 안정적으로 수용되었다는 것. 글래드스톤은 알렉스 카츠Alex Katz의 ‘Flowers 2’를 90만 달러(약 13억 3000만 원)에 판매했고, 하우저앤워스는 에이버리 싱어Avery Singer의 ‘Chambers St(v.2)’와 추 샤오페이Qiu Xiaofei의 ‘Garden’을 각각 57만 5000달러(약 8억 5000만 원)와 39만 5000달러(약 5억 8000만 원)에 매도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마르타 융비르트Martha Jungwirth의 ‘Ohne Titel’과 메건 루니Megan Rooney의 ‘The Reclining Sky’를 46만 유로(약 8억 원)와 28만 유로(약 4억 9000만 원)에, 화이트큐브는 모나 하툼Mona Hatoum의 ‘Still Life(Medical Cabinet) IV’를 22만 5000파운드(약 4억 5000만 원)에 새 주인에게 넘겼다.

한국 작가의 성과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하우저앤워스는 이불의 ‘Untitled(Infinity Wall)’를 27만 5000달러(약 4억 600만 원)에 거래했고, 조현화랑은 김택상, 박서보, 이배를 포함한 작가의 작품 37점을 최대 18만 달러(약 2억 7000만 원)에 판매했으며, 리만머핀은 김윤신의 목조각을 10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15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에, 국제갤러리는 하종현의 작품을 17만 6000달러(약 2억 6000만 원)~64만 8000달러(약 9억 5000만 원)에, 강서경의 작품을 8만 달러(약 1억 2000만 원)~9만 6000달러(약 1억 4200만 원)에 갤러리를 떠나보냈다.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의 ‘Iceman in Reality Park’를 선보인 에스더 쉬퍼 부스 설치 전경. Courtesy of Art Basel.


신세대의 유입

“홍콩을 향한 글로벌 미술계의 긍정적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합니다. 무엇보다도 신규 컬렉터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 중요했어요.” _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설립자 데이비드 즈워David Zwirner.
아트바젤은 이번 페어의 특징 중 하나로 ‘젊은 컬렉터와 첫 구매자의 증가’를 꼽았다. 이는 단순한 현장 인상에 그치지 않았다. 가고시안 아시아 수석 디렉터 닉 시무노비치Nick Simunovic와 티나 킴 갤러리 설립자 티나 킴Tina Kim, 펠로십 공동 설립자 프레데리크 아르날 Frederic Arnal 역시 기존 클라이언트와의 재회는 물론 새로운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판매 결과가 시장의 탄력을 입증했다면, 이들의 등장은 그 활력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지표이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지역 기반이 있다. 처음 합류한 32개 갤러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전체 참가 갤러리 중 29곳은 홍콩에 실제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행사 기간 내내 갤러리들은 중국 본토와 홍콩, 한국,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의 컬렉터들과도 활발히 교류했다. 이는 아트바젤 홍콩이 외부의 관심이 잠시 머무는 이벤트가 아니라, 아시아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수요와 네트워크가 더욱 두터워진 장이었음을 시사한다.

아트바젤 홍콩 2026은 몇몇 화제성 높은 판매 사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풍경을 남겼다. 상징적인 고가 거래와 중간 가격대의 안정적인 흐름, 그리고 새롭게 진입하는 컬렉터들의 존재가 한데 겹치며, 오늘의 미술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지를 보다 선명하게 대변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홍콩은 거래의 결과를 넘어, 앞으로의 시장을 형성할 또 다른 세대와 수요가 어디에서 태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정교한 큐레이션이 남긴 질문들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예술적 사유와 기술적 도약이 교차하는 네 가지 섹션을 통해 오늘의 미술이 마주한 과제와 확장 가능성을 짚어본다.


고故 강서경의 멀티미디어 텍스타일 설치 작업을 선보인 국제갤러리 ‘인카운터스’ 설치 전경. Photo: Sebastiano Pellion di Persano, Courtesy of Kukje Gallery.


ENCOUNTERS, 스케일보다 깊어진 구조의 미학
대형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섹션 ‘인카운터스’는 도쿄 모리 미술관 관장 가타오카 마미, 홍콩 M+ 큐레이터 이자벨라 탐, 자카르타의 큐레이터이자 연구자 알리아 스와스티카, 모리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도쿠야마 히로카즈가 공동 큐레이팅을 맡았다. 인카운터스의 핵심은 ‘페어 속 전시’. 가타오카 마미가 “일종의 실험 A bit of an experiment”이라 명명한 이번 섹션을 돌아보니, 대형 작업을 병렬로 늘어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작품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큐레이터 팀은 동양철학의 근간인 ‘다섯 원소(공간, 땅, 물, 바람, 불)’를 테마로 서사를 구축했다. 고故 강서경의 멀티미디어 텍스타일 설치 작업은 ‘공간’의 확장을, 파라그 탄델의 섬세한 실 설치는 바다를 둘러싼 기억과 혈연을 길어 올렸다. 야스나가 마사오미의 유약 세라믹은 ‘불’이 빚어낸 시간의 궤적을, 제럴딘 하비에르의 에코 프린트 패브릭 기둥은 ‘땅’의 생명력을 미학적으로 치환했다. 여기에 수전 빅터의 회전식 키네틱 작품은 식민지 시기의 기록물과 동시대 도시 이미지를 교차하며 아시아의 시간이 직선적 흐름이 아닌 중첩과 회귀의 역사임을 피력했다.

특히 이번 인카운터스는 전시장 내부라는 물리적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틴 선 킴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퍼시픽 플레이스 파크 코트에 구현되며 아트페어의 동선을 도시 공공 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했기 때문. 올해 인카운터스가 보여준 진화는 명확했다. 단순히 더 크고 화려한 장면에 매몰되기보다 아트바젤 홍콩이라는 거대 플랫폼이 얼마나 밀도 높은 큐레이션을 품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예술적 에너지가 도시 전체와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나탈리아 자우스카Natalia Załuska와 함께한 더블 Q 갤러리 ‘에코스’ 설치 전경. Courtesy of Art Basel.


ECHOES, 동시대의 파동
첫선을 보인 ‘에코즈’는 사유의 틈을 만드는 섹션이었다. 제작한 지 5년 미만의 작품을 엄선해 10개 부스에서 소수의 작가에 초점을 맞춰 소개한 이 섹션은 지금 막 형성되고 있는 예술적 감각에 집중했다. 덕분에 동시대 갤러리와 작가들이 무엇에 기민하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현재의 서사를 어떤 재료와 방식으로 해석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실제 구성에서도 이러한 지향점은 분명히 읽혔다. 막스 에스트레야 갤러리가 선보인 티파니 청의 자수 지도는 향신료 교역과 식민의 경로를 실과 바늘로 재구성하며 이동과 역사, 그리고 권력의 흐름을 촘촘하게 되짚었고, 밀러 라고스는 책 조각을 통해 지식의 물성과 기억의 구조를 물리적으로 뒤틀었다. 더불어 더블 큐 갤러리의 나탈리아 자우스카는 몰입형 설치로 회화와 공간의 경계를 흐리며 감상자를 작업 내부의 서사로 깊숙이 끌어들였다. 재료와 형식은 각기 달랐으나, 이들이 공유하는 압축된 미학 안에서 지금의 미술이 어떤 지점에 민감하게 공명하고 있는지를 포착할 수 있었다.


양주혜, 우한나 작가의 작업을 병치한 지갤러리의 ‘인사이트’ 설치 전경. Courtesy of Art Basel.


INSIGHTS, 겹쳐진 시간의 표면
아트바젤 홍콩이 오랜 시간 고수해온 섹션 ‘인사이트’는 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작가의 생애 궤적이나 특정 주제, 혹은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미술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밀도 있게 조명했다. 화제성과 거래 수치가 전면에 놓인 여느 섹션들 사이에서 인사이트가 남기는 잔상은 늘 남다르다. ‘무엇이 팔리는가’라는 시장의 논리보다, ‘지금의 작업이 어떤 맥락을 공유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와 서사를 교차시키는 기획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지갤러리는 한국 여성 미술의 두 축인 양주혜와 우한나를 한자리에 병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양주혜의 엄격한 기하학적 질서와 우한나의 유동적인 유기적 형태가 맞부딪친 지갤러리 부스는, 단순한 2인전을 넘어 한국 여성 작가들이 시대를 가로질러 감각을 계승하고 변주해온 흐름을 한눈에 제시했다.


ZERO 10, 기술 이후의 미술

지난해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디지털 아트의 시장성을 입증한 ‘제로 10’이 아시아 무대에 데뷔했다. 기술이 미술의 구조에 어디까지 침투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섹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14개 부스로 구성된 제로 10은 스크린 작업을 넘어 알고리즘, 블록체인, 로봇 기술을 아우르며 디지털 아트가 더는 단일 형식이 아님을 선언했다. 기술의 새로움보다 그것이 창작과 유통의 문법을 어떻게 재정의하는가에 집중한 이 섹션은 동시대 미술의 논쟁적인 이슈를 가감 없이 펼쳐 보였다.

현장의 작품들은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담아냈다. 수그웬 청은 대형 두루마리를 통해 서예의 필치와 기계 협업을 중첩했고, 요나스 룬드는 관람자와 컬렉터의 개입이 작품의 상태를 바꾸는 구조를 전면에 드러냈다. 로버트 앨리스는 블록체인 구조를 동아시아 인장 문화와 결합해 소장과 진위, 권위의 문제를 흔들었다. 이 외에도 커뮤니티와 알고리즘이 함께 작동시켜 작업을 축적해가는 분산 자율형 작가 보토는 아트페어에 데뷔하며 디지털 작업이 관객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존재(DAO의 투표 데이터가 알고리즘의 미적 기준이 되고, 이것이 물리적 전시를 통해 대중과 실시간으로 교감하는 유기적 창작 체계)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흥미롭게도 제로 10은 심오한 화두를 던진 구역이기도 했다. 대중의 시선을 붙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AI와 디지털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소장하고 평가할 것인가라는 제도적 합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 이 대목에서 제로 10은 완성된 결론을 상정하기보다 현재 가장 빠르게 확장되면서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오는 예술적 최전선을 선명하게 시각화했다. 결과적으로 홍콩의 제로 10은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기술 이후’의 미술이 마주할 감각과 시장의 미래를 노골적으로 시험한 무대로 남았다.


‘제로 10’에서 수그웬 청Sougwen Chung은 대형 두루마리를 통해 서예의 필치와 기계 협업을 중첩했다. Courtesy of Art Basel.


브랜드가 예술을 입는 법

지속 가능성, 유산의 계승, 일상의 예술 향유라는 고유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펼쳐 보인 글로벌 브랜드의 모먼트. 일본 설치미술가


일본 설치미술가 가와마타 다다시와의 협업 결과물을 소개한 루이나. © Harold de Puymorin.


Ruinart, 자연을 감싸안는 방식

루이나는 샴페인 하우스가 추구해온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시각화했다. 일본 설치미술가 가와마타 다다시와 협업해 제작한 작업은 폐목재를 활용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환기하는 것이 특징. 작가는 버려진 재료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는데, 자연과 인류의 연결 고리를 시각화한 인 시투 In Situ(공간 특성을 작품의 일부로 삼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은 아트페어에 자연의 리듬을 선사했다. 또 작품과 같은 나무 조각으로 감싼 제로보암Jeroboam 패키지는 루이나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미학이 병과 패키지, 전시 구조 전체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이야기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화려한 연출 대신 물성과 태도를 앞세운 루이나와 가와마타 다다시의 작업은 럭셔리 하우스가 제안하는 생태적 감수성의 방식이 어디까지 정교해질 수 있는지를 관람객에게 각인시켰다.


거장의 숨결을 일상의 공간으로 옮겨놓은 삼성전자의 ‘아트바젤 홍콩 2026’ 컬렉션.


Samsung, 스크린 위로 옮겨온 컬렉션

삼성은 올해 2026년형 OLED와 더불어 ‘더 프레임 프로’ TV,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통해 거장의 숨결을 일상의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아트바젤 홍콩 부스의 백미는 마이클 나자르, 쑨이티엔, 하빅춘 등의 작품 25점과 이건희 컬렉션을 함께 전시한 것. 고전의 깊이와 동시대의 실험적 시선을 하나의 디스플레이 안에 공존하게 한 시도는 ‘거실에서의 예술 향유’를 손에 잡히는 생활양식으로 구체화했다. 특히 더 프레임 프로와 마이크로 RGB는 작품 고유의 색과 질감을 정교하게 살려내며, 가전 기기를 미술 감상을 위한 독보적인 미디어로 탈바꿈시켰다. 즉 예술이 일상의 틈새로 스며드는 방식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재구성했다는 의미다.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1986년형 ‘635CSi’ 아트 카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 BMW.


BMW, 달리는 미술관

BMW는 로버트 라우션버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1986년형 ‘635CSi’ 아트 카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1975년 시작된 BMW 아트 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에디션. 차체 위에 사진 이미지를 전사하듯 입힌 이 차량은 자동차를 이동하는 조형적 매체로 재정의했다. 라우션버그 특유의 사진적 콜라주는 기술과 예술이 산업디자인 위에서 만나는 접점을 정교하게 구현하는 것이 핵심. 이번 전시는 거장의 탄생 100주년을 향한 오마주인 동시에, 브랜드의 깊은 유산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환기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아트바젤 홍콩 2026에서 BMW는 과거의 기록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기능함을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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