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4월호

2026 SEOUL LIVING DESIGN FAIR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1회 2026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총 510개의 브랜드, 1910개 부스가 참여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13만여 명이 방문했던 뜨거운 현장.
그중에서도 유난히 시선을 머물게 한 하이라이트를 모았다.

EDITOR 김혜원 PHOTOGRAPHER 이기태

과거 좌식 생활을 소환해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도록 의도한 intg.의 전시 공간. 지붕 모양 천장을 연출한 점도 관전 포인트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다양한 콘텐츠로 풀어낸 전시의 주요 전경.


NEW WAYS OF LIVING

가구와 가전, 주거 공간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과 브랜드가 집결한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변화하는 일상의 면면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템과 감각적인 부스가 가득한 현장에서도 매해 기대를 품게 만드는 콘텐츠는 바로 기획 전시 공간이다. 올해 역시 라이프스타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섹션 ‘디자이너스 초이스’를 비롯한 각종 전시가 펼쳐졌는데, 잠시 멈춰 사유하게 하는 기획전이 특히 흥미로웠다. AI와 자동화, 기술 과잉의 시대에 우리가 바라보고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기 때문. 해마다 새로운 풍경을 펼쳐 보이며 페어의 백미로 자리 잡은 디자이너스 초이스의 올해 전시 주인공은 건축·공간 스튜디오 intg.의 송승원·조윤경 대표와 공간·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 U.lab의 김종유 소장이었다.

먼저 intg.는 <(DESIGN {MATTERS) MATTERS}> 전시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공간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탐색했다. 오프라인 공간만이 가능한 경험에 대한 해답으로 ‘머무름’과 ‘체류’를 제시한 것이다. ‘The Cube’, ‘The Roof’, ‘The Round’ 3개의 콘셉트로 나뉜 공간에는 각각 가구와 오브제, 휴식을 위한 좌식 공간이 펼쳐졌으며 한쪽에는 자연을 옮겨온 듯한 작은 모래언덕과 나무가 자리했다. 관람객이 자연스레 구역을 지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 삶에 필요한 가치와 경험을 사유하도록 의도한 구성이었다.

한편 김종유 소장과 U.lab은 장자의 <인간세>에 등장하는 ‘산목’에서 영감을 받아 <쓸모없음의 쓸모, 무용지용>을 전시 주제로 공간을 구성했다. 산목은 재질이 좋지 않아 목재로 쓰이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무다. 전시에서는 삼베, 갓, 깨진 도자기, 문방사우 등 버려지거나 잊힌 한국적 오브제를 활용해 공간을 연출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용접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작품으로 승화해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 새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 점도 마찬가지. 효율과 기능을 중시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히려 본질적 가치를 바라보게 하는 제안이었다.

비주얼이 압도적이었던 기획전 <시작재>는 원초적인 재료에 주목했다. 착착건축사사무소가 인테리어 전문 기업 란치아니, 토로, 머드웍스, PH우진과 함께 인류가 사용해온 가장 오래된 건축 재료인 ‘흙’을 중심으로 질감과 촉감이 살아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시대 속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지지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흙 고유의 질감과 패턴으로 만든 벽체가 미로처럼 세워진 <시작재> 현장.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이한 렉슨이 마련한 부스 구조물. 한쪽 벽면을 알록달록한 시그너처 포터블 램프로 채웠다.


다비데 그로피 조명으로 미니멀하게 연출한 라인테이스트의 전시 공간 일부. 2026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공간상에 선정됐다.


모스 카펫과 일광전구의 협업 전시 . 일상 속 쉽게 지나치는 재료를 새로운 구조와 비례로 재배치해 전혀 다른 존재성을 부여하는 데 목적을 뒀다.


LIGHTING IS AN OBJECT

조명 브랜드의 존재감도 두드러졌다. 여러 조명 브랜드가 선보인 다채로운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공간을 완성하는 오브제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다비데 그로피의 국내 독점 유통사 라인테이스트는 군더더기를 덜어낸 미니멀한 공간 속에서 조명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부각시키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감각적인 조명을 선보이는 아고AGO 역시 단독 구조물을 중심으로 기존 제품과 신제품을 전시했다. 갤러리에 작품을 배치하듯 디스플레이한 조명 중에선 새롭게 선보인 ‘아스터’가 돋보였다. 이는 뒤집힌 원뿔형 모듈을 연결해 원하는 형태로 조합할 수 있는 펜던트 조명. 단독 혹은 샹들리에처럼 연출이 가능해 작은 유닛에서 건축적 스케일까지 유연하게 확장된다. 조명의 예술적 감성과 공간적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낸 사례이기도 하다. 올해로 페어에 10회째 참여한 일광전구의 부스 앞은 긴 줄을 이뤘다. ‘Originality’를 주제로 한 부스에서는 아이코닉한 ‘스노우맨’을 중심으로 제품 디스플레이와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모스 카펫과 협업한 별도의 전시도 눈길을 끌었는데, 익숙한 소재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기획이었다. 단순히 신제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조명 브랜드의 변화된 흐름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스틸케이스의 ‘카르만’ 체어. 패브릭 컬러와 소재를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헤이 부스 입구. 발랄한 컬러칩과 북유럽만의 유니크한 감성을 담은 리빙 아이템을 판매했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노메싸는 새롭게 출시한 컬러풀 아웃도어 퍼니처를 장내에 야외 공간처럼 꾸민 점이 돋보였다.


COLORFUL & CUSTOMIZABLE

취향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한 흐름으로 떠올랐음을 증명하듯 수많은 브랜드가 ‘나다운’, ‘원하는’, ‘취향에 맞는’ 등의 메시지와 함께 다양한 컬러와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아이템을 소개했다. 일례로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헤이 HAY에서는 1960년대 디자인을 재해석한 ‘아만타’ 소파를 배치했다. 커넥터를 연결하면 1인용부터 2인용, 3인용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모듈 구조라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오피스 가구 역시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줬다. 대표적인 업체가 스틸케이스로, 패브릭 옵션과 더불어 업무 공간에서도 개인 취향을 반영한 디자인을 제시했다. 작은 제품군에서도 마찬가지. 조명 브랜드 렉슨은 포터블 조명 라인 ‘미나’, 신제품 ‘노바’의 보디 컬러 스펙트럼을 넓혀 고르는 재미를 더했으며 베딩·패브릭 브랜드 핀카의 경우 침대 미니어처 위에 시트와 베개, 이불을 원하는 색과 패턴으로 조합하는 체험형 코너를 마련해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색과 소재, 구성을 자유롭게 고르는 경험이 이번 페어에서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의 제품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된 셈이다.



덴마크에 뿌리를 둔 10개 브랜드가 참가해 덴마크 국가관 부스 곳곳을 장식했다


다채로운 컬러와 모양의 캔들이 가득했던 양초 브랜드 에스터 & 에릭의 제품 디스플레이 공간.


포르투갈관 전경. 포르투갈 스타일을 입은 브랜드 제품이 즐비했다.


GLOBAL DESIGNS

국가 단위로 자국의 디자인 철학과 스타일을 소개한 전시도 주목할 만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페어에도 덴마크가 참여했으며, 포르투갈관이 처음으로 자리해 이목을 모았다. 각국의 문화와 미감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국가관. 앞으로 더 많은 국가가 동참한다면 페어가 한층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풍경으로 확장될 것이라 기대된다. 작년에 이어 참석한 주한 덴마크대사관은 이라는 덴마크 국가관을 마련했다. 현장에는 심플한 데니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리빙 브랜드 앤트레디션&Tradition을 비롯, 1756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텍스타일 브랜드 게오르그 옌센 다마스크Georg Jensen Damask, 스칸디나비아 자연의 색채에서 영감을 받은 양초 브랜드 에스터 & 에릭ester & erik, 고품질 인조 플로럴과 마우스 블론 유리 오브제, 그리고 수공예 세라믹 화병을 제작하는 리빈 스튜디오Reevin Studios 등 총 10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데니시 디자인 특유의 색감과 미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강조한 자리였다.

또 다른 참여 국가는 포르투갈이었다. 익숙한 브랜드를 보유한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 포르투갈관. 한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들이 첫선을 보였고, 최상급 백색 태토와 24캐럿 골드, 플래티넘을 사용하는 파인 포슬린 테이블웨어 브랜드 포르셀PORCEL, 우아한 핸드메이드 샹들리에 등 포르투갈 기반의 다양한 브랜드 아이템이 한자리에 모였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매력의 오브제와 그라피티를 입힌 찌그러진 스프레이 캔 형태의 소파처럼 서로 대비되는 인상의 제품들이 어우러지며 개성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단독 부스 외에 VIP 라운지에 별도로 자리한 뵈브 클리코 부스.


STAY & EXPERIENCE

전시를 넘어 잠시 머무르며 체험하는 공간이 페어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관람객들의 호응을 크게 불러일으킨 곳은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 상징적인 옐로 컬러와 태양 모티프를 중심으로 대형 부스를 꾸며 밝고 경쾌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했다. 국내 디자인 페어와의 첫 협업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의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함께한 자리다. 부스 한편에는 브랜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스토리 존’을 구성하고 한정 디자인 기프트 아이템 ‘뵈브 클리코 에로우 서울’을 진열했으며, 스탠딩 테이블과 좌석도 배치해 관람객이 여유롭게 샴페인 한 잔을 즐길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제품과 브랜드 소개를 공간 경험으로 친근하게 풀어냈다.


한국적 미감이 돋보였던 VIP 라운지.


취향의 집약체로서 집을 제안한 ‘행복관’.


CURATED LOUNGES

다채로운 브랜드의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는 결합형 라운지 겸 휴식 공간이 장내 곳곳에 자리해 관람 중 여유로운 리듬을 더했다.

먼저 D홀 한편에 마련된 VIP 라운지는 호흡을 가다듬고 재정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한옥의 배치 방식에서 착안한 공간 디자인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겹겹이 이어지는 지붕의 형태와 절제된 구조가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한국적 오브제 등을 함께 두어 전통적 미감을 한층 높인 점도 돋보였다. 전통 티 브랜드 하운과 뵈브 클리코가 함께 참여해 음료를 제공했으며 관람객이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티 또는 샴페인 테이스팅을 즐기며 잠시 감각을 환기할 수 있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 주도한 ‘행복관’ 역시 편안한 인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야외 정원과 코티지 테마의 카페 라운지가 이어지는 ‘행복 빌리지’ 콘셉트로,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집 같은 공간을 선보인 것. 건축 스튜디오 이건축연구소와 디자인 스튜디오 고고작업실이 공간 기획을 맡고 유리공예가 양유완, 스타일리스트 최희승 등 인플루언서 4인이 공동으로 큐레이팅에 참여해 ‘취향의 집약체’로서 집을 제안했다. 각자가 추천한 브랜드 제품과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각양각색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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