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4월호

AP 소셜 클럽이 깨운 시간의 맥박

창립 150주년, 오데마 피게가 알프스에서 쏘아 올린 시간의 서사

EDITOR 박수빈, 남정화

유니버설 캘린더를 탑재한 ‘150 헤리티지’ 회중시계.


1875년 쥐라산맥 깊숙한 르 브라쉬의 작업실에서 비롯된 오데마 피게의 역사. 시작은 소박했으나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151년 후인 2026년 2월 초, 오데마 피게는 생고타르Saint-Gothard, 푸르카Furka, 오베랄프Oberalp의 고갯길이 교차하는 스위스 알프스 심장부에 전 세계 주요 언론을 초대했다. 도시와 동떨어져 워치메이킹에 집중하기 좋은 르 브라쉬와 많이 닮은, 스위스 본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간직한 안데르마트Andermatt에.

브랜드가 자체 기획한 행사 ‘AP 소셜 클럽’은 국제 시계 박람회 대신 브랜드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프레스 & VIP 이벤트다. 신제품 공개 이상의,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로 매번 새롭게 펼쳐지는데 이번 2026 AP 소셜 클럽은 안데르마트의 랜드마크인 ‘더 체디 안데르마트 호텔’에 오데마 피게의 공방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크래프팅 아워 퓨처Crafting Our Future’와 ‘크래프팅 타임피스Crafting Timepieces’, ‘크래프팅 아워 타임Crafting Our Time’의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한 공간에서 아이디어의 발현에서부터 기술 연구와 구현, 소재 탐구, 제품화, 테스팅까지 모든 과정을 르 브라쉬와 르 로클 공방의 장인들이 직접 펼쳐 보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데마 피게의 22개 신작을 접하며 기계식 시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시선을 모은 신작 4개는 시계사에 족적을 남길 만하다. 세기를 가로지르는 회중시계, 아방가르드 미학을 담은 점핑 아워, 기술적 진화를 보여주는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이 네 가지 타임피스는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도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오데마 피게의 박동은 계속된다고.

CEO 일라리아 레스타Ilaria Resta는 ‘시계 산업의 문턱을 낮추고, 애호가든 수집가든 모두가 시계 제조의 깊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브랜드의 방향임을 강조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알프스의 설원을 배경으로, 오데마 피게의 2026년은 조용하되 묵직하게 시작했다.




2026 AP 소셜 클럽에서 르 브라쉬와 르 로클 공방의 장인들이 시연하는 모습.


이 행사는 스위스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안데르마트에서 매우 프라이빗하게 진행되었다.


다시 손 위로, 150 헤리티지 회중시계

역사적 시계를 탄생시키는 것은 오데마 피게의 사명이 아닐까? 1899년, 오데마 피게는 독일 시계 제조사 유니온 글라슈테Union Glashütte의 의뢰를 받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회중시계 ‘뤼니베르셀L’Universelle’을 완성한 뒤 1921년 영국의 S. 스미스 앤드 선즈S. Smith & Sons에 납품한 ‘라 그로스 피에스La Grosse Pièce’로 그 계보를 이었다. 그리고 100여 년 후인 2023년, ‘RD#4’ 워치의 ‘칼리버 1000’으로 복잡도의 새 기준을 세웠다.
‘150 헤리티지’는 초복잡 회중시계로, 칼리버 1000의 핵심 구조를 계승한 ‘칼리버 1150’을 탑재했다. 이는 그랑드 소네리, 미닛 리피터, 준그레고리력 퍼페추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드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플라잉 투르비용 등 22개의 컴플리케이션을 담았다. 여기에 ‘RD#1’ 워치의 특허 기술인 슈퍼소네리와 ‘RD#2’ 워치에 적용했던 초박형 무브먼트 구조, 진폭을 증가시킨 ‘RD#3’ 워치의 진동자를 더해 매뉴팩처의 혁신적인 연구 기술을 모두 집약했다.

이 시계의 진정한 혁신은 케이스 백에 있다. 180도로 열리는 시크릿 케이스 백 안쪽에는 무브먼트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유니버설 캘린더’가 자리한다. 인류가 오랜 세월 하늘을 관측해 만들어온 태양력·태음력·태음태양력을 하나의 디스플레이에 통합한 이 장치는 바깥 링에 월과 계절을, 안쪽 링에 날짜·주·달의 정보를 담았다. 크리스마스·라마단·디왈리·베삭·춘절 등 9개 문화권의 축제일이 매년 자동 갱신되며, 케이스 백 양방향 휠을 한 바퀴 돌리면 19년 주기(메톤 주기)가 즉시 업데이트된다. 단 2점의 플래티넘 에디션으로 생산하며 수작업 조각한 케이스, 그랑 푀 에나멜링 다이얼, 수제 플래티넘 체인 등 오데마 피게의 ‘메티에 다르’ 전통을 남김없이 구현했다.

오늘날 포켓 워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념비적 마스터피스를 회중시계로 만든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오데마 피게 앞에 불가능의 영역이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직사각형 18K 핑크 골드 케이스에 블랙PVD 처리한 사파이어 다이얼을 얹은 '네오 프레임 점핑 아워’ 워치.


우아하게 시간을 음미하는 네오 프레임 점핑 아워

점핑 아워 시계의 역사는 17세기 야간용 시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취약했던 미네랄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금속 다이얼에 2개 의 창을 뚫어 시와 분을 숫자 디스크로 표시한 이 방식은, 기능적 필요에서 탄생했지만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가 됐다. 1924년 부터 1951년 사이 오데마 피게는 점핑 아워 손목시계를 347점 제 작했고, 이 중 2개의 창을 지닌 모델만도 무려 135점에 달했다. 그 중심에 ‘프리-모델 1271’이 있다. 1929~1930년 판매된 이 시계는 화이트 골드, 투톤 화이트-옐로 골드, 투톤 화이트-그린 골드, 그 리고 단 1점의 플래티넘까지 총 14점만 제작됐다. 기선과 기차의 유선형에서 영감받은 아르데코의 마지막 분파였던 스트림라인 모던 양식, 일명 ‘파크보Paquebot’ 스타일을 손목 위에 옮긴 걸작 이었다. 그러나 뉴욕 증시 대폭락으로 광란의 1920년대가 막을 내리면서, 14점 대부분이 폭락 직전 팔려나갔다. 브로드웨이의 유 명 구두 제조업자 아들에게 팔린 단 한 점의 플래티넘 모델이 오 늘날 오데마 피게 뮤제 아틀리에Musée Atelier에 영구 소장되었 고, 이것이 ‘네오 프레임’의 원형이다.

그리고 올해 ‘네오 프레임 점핑 아워’ 워치가 그 유산을 현재로 소 환했다. 케이스 양측에 8개씩 배열한 세로 고드롱 장식은 정밀하 게 CNC 가공하고, 동일한 모티프를 케이스 백·크라운·진동 추에 반복해 새겼다. 과거 금속 다이얼의 자리는 블랙 PVD 처리한 사파 이어 크리스털이 대신한다. 무브먼트 역시 최초다. ‘로열 오크 점보 칼리버 7121’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칼리버 7122’는 오데마 피 게 최초의 셀프와인딩 점핑 아워 무브먼트다. 정각이 되는 순간 시 간 디스크가 즉시 다음 숫자로 교체되는 ‘순간 점핑 아워’ 방식과 분 디스크가 창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트레일링 미닛’ 방식을 결합해 일상 충격 시 숫자가 의도치 않게 점프하는 것을 막는 충 격 흡수 시스템은 특허까지 받았다.


‘칼리버 6401’을 탑재한 그랑드 타피스리 다이얼의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38mm 워치. 18K 핑크 골드 케이스에 그레이 다이얼 버전, 스틸 케이스에 블루 다이얼 버전, 18K 핑크 골드 케이스 베젤에 40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샌드 골드 다이얼 버전 세 가지를 발표했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 장르의 시작과 끝,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1972년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가 설계한 ‘로열 오크’는 럭셔리 스포츠 시계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팔각형 베젤과 통합형 브레 이슬릿, 그리고 노출된 나사의 이 아이콘은 수십 년에 걸쳐 다양 한 크기와 기능,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케이스 지름 38mm 크로 노그래프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라인 중 하나로, 1997년부터 무려 27년간 ‘칼리버 2385’ 무브먼트를 탑재해왔다.

2026년, 오데마 피게는 5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칼리버 6401’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핵심은 기존 가로형 클러치 방식을 세로형 클러치와 칼럼 휠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이 구조 변경으로 크로노그래프 작동 시 초침의 불규칙한 출발을 원천 차단하고, 통합형 칼럼 휠 크로노그래프로 설계해 무브먼트 전체가 단일한 오브제로 기능한다. 38mm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라인 최초로 케이스 백에 사파이어 크리스털 창을 적용해 칼리버 6401 무브먼 트를 감상할 수도 있다. 이 라인업은 세 가지 레퍼런스다. 전통 로 열 오크의 매력을 지닌 스틸 케이스에 블루 다이얼을 매치한 버 전, 드레시한 품격의 핑크 골드 케이스에 그레이 다이얼을 매치한 버전, 주얼리 타임피스의 정석인 핑크 골드 케이스에 샌드 골드 다 이얼과 다이아몬드 세팅 베젤을 매치한 버전이 그것이다.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칼리버 7139’를 장착한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워치.


눈으로 만끽하는 달의 자취, 오픈워크 퍼페추얼 캘린더

퍼페추얼 캘린더는 시계 제조의 고난도 기술 중 하나로, 달의 길이와 윤년을 자동으로 인식해 2100년 2월 28일까지 수동 수정 없이 정확한 날짜를 표시한다. 오데마 피게는 1955년 로열 오크에 퍼페추얼 캘린더를 최초 탑재했고, 이후 수십 년간 ‘칼리버 5135’가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리고 올해, ‘칼리버 7139’로 그 계보를 잇는다.
‘칼리버 7139’의 가장 큰 혁신은 특허 받은 올인원 크라운 조정 시스템이다. 무브먼트 와인딩, 시간 설정, 그리고 모든 캘린더 기능을 크라운으로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어 케이스 측면의 별도 수정 버튼이 필요 없다. 두께 4.1mm의 무브먼트는 423개 부품과 41개 보석으로 구성했으며, 오픈워크 구조로 설계해 기어 트레인과 캘린더 디스크의 정밀한 맞물림을 육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서브다이얼 배치도 새롭게 재편했다. 12시 위치에 날짜, 9시에 요일, 3시에 월을 배치해 직관적인 가독성을 높였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버전은 18K 화이트 골드 베젤에 블랙 세라믹 케이스와 41mm 지름으로 현대적인 대비를 강조한다. 로열 오크 버전은 티타늄 케이스에 BM(벌크 메탈릭) 글라스 베젤을 결합한 스포티한 조합에 핑크 골드 시침·분침이 우아한 대비를 연출한다.




CEO 일라리아 레스타와의 4문 4답


2026 AP 소셜 클럽 장소를 안데르마트로 선택한 이유는? 특별하고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브랜드의 근원과 닮았을 뿐만 아니라 스위스 건국과 연결된 역사적 의미, 관광지화되지 않은 ‘하드코어 스위스’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뛰어난 자연환경, 그리고 게스트 맞춤형 독점 이벤트를 연출할 수 있는 호텔이 있다는 점이 이유가 되었다.


이번 이벤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무엇인가? 시계 제작의 본질이다. 출발점은 맞물린 기어가 에너지를 보존·전달하는 ‘에너지의 열차Train of Energy’, 즉 순수한 기계적 과정에 대한 매혹이었다. 이 관심은 이후 소재 과학으로 확장되어 R&D 팀의 세라믹 혼합·개발로 이어지고, 지난해 공개된 새로운 골드 합금 ‘샌드 골드’를 탄생시켰다. 오데마 피게의 시계 제작은 무브먼트를 넘어 소재, 디자인의 창조적 가능성 전체를 포괄한다. 이러한 다재다능함은 스파이크 장식을 도입한 역사적 시계 같은 파격적인 창의성에서 비롯되며, 끊임없는 발명과 재발명의 전통으로 이어진다.


다른 산업의 경험도 풍부해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브먼트 제작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기술 전문가들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신제품에 대한 방향성과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넓고 미래적인 관점에서 브랜딩을 명확히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나 ‘로열 오크’ 같은 브랜드의 핵심 제품 축이 분명한 역할과 정체성을 갖도록 정렬하는 식의 대화와 관점 공유를 통해, 모든 신제품이 서로 명확히 구분되는 포트폴리오로 완성되도록 한다.


오데마 피게의 중요한 어젠다 하나만 꼽는다면? ‘급진적 개방성’. 나는 ‘익스클루시브’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단어는 사람들을 시계 제작 세계 밖으로 밀어내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적은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음악·문화·역사만큼이나 중요한 시계 제작에 대한 열정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 유산적 워치메이킹을 보존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념의 해에는 전시회를 열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5만 명 이상이 방문하도록 했다. 이들은 고객만이 아니라 학생, 학교, 그리고 기계식 시계를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몰랐던 이들이, 그 역사적 중요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급진적 개방성은 미래 세대가 언젠가 워치메이커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워치메이커는 채용과 유지가 가장 어려운 자산이며, 이것이 지금 이 산업의 가장 큰 병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AP 랩, 공개 마스터 클래스, 그리고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도 열려 있는 워크숍을 시작했다. 마스터 클래스는 항상 만석이다. 이제 나는 ‘고객’이 아니라 ‘오디언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우리는 구매자뿐 아니라, 배우고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워치스앤원더스에도 참가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업계 전체가 함께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COOPERATION 오데마 피게(543-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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