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1월호

손목 위 경기장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시계의 영역 다툼에 관하여.

EDITOR 남정화 PHOTOGRAPHER 이창화

2017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베른하르트 랑거.



롤렉스, 스포츠 후원의 전설을 쓰다

1927년, 영국의 젊은 수영 선수 메르세데스 글라이츠가 영국 해협을 횡단하는 동안 손목에 찬 ‘롤렉스 오이스터’ 워치는 10시간 이상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도 완벽히 작동했다. 이는 제품 테스트 이상의 의미로, 스포츠 마케팅 사상 최초의 테스 티모니얼 광고의 탄생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롤렉스의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1905년 런던에 시계 회사를 설립하며 “영국처럼 스포츠가 대중화된 국가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그의 선견지명은 오늘날 롤렉스가 요트, 모터스포츠, 골프, 테니스, 승마 등 거의 모든 주요 스포츠 분야의 최정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롤렉스와 골프의 끈끈함은 남다르다. 1967년은 롤렉스와 골프의 관계에서 전환점이 된 해였다.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일명 ‘빅 3’와의 파트너십은 골프를 현대화하고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스포츠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후 롤렉스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PGA 챔피언십, U.S. 오픈, 디 오픈 챔피언십 등 남녀 골프의 모든 메이저 대회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하며 타이거 우즈, 안니카 소렌스탐, 스코티 셰플러 등 세대를 아우르는 최정상급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지금도 남녀 주요 토너먼트는 물론 아마추어부터 시니어에 이르는 다양한 골프 선수들을 폭넓게 지원하며, 골프 분야 대표 후원사로 활약 중이다.


세계적인 여러 골프 대회의 타임키퍼로 활약 중인 롤렉스.


(왼쪽부터) 1978년, 롤렉스 ‘데이토나’ 워치를 차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잭 니클라우스. ‘킹’이라 불린 아널드 파머의 상징적 스윙.



전설들과 함께한 여정, 태그호이어와 포뮬러 1

1860년 설립 초기부터 타임키핑 기기 제조사로 명성을 쌓은 태그호이어는 1911년 최초의 대시보드 장착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이며 모터스포츠와의 인연을 예고했다. 이후 1916년 100분의 1초 단위 측정이 가능한 마이크로그래프는 스포츠 고정밀 시간 측정의 표준이 됐다. 진정한 전환점은 1969년에 찾아왔다. 당시 CEO인 잭 호이어와 스위스 드라이버 조 시페르트의 만남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외에 시계 제조사 로고를 차량에 부착한 포뮬러 1(F1) 최초의 사례다. 이는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새롭게 정의하는 혁신적 전략의 시작인 셈. 이후 1988년 당시 신예였던 브라질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가 맥라렌에 합류하며 세 번의 월드 챔피언십을 차지하는 동안 태그호이어와 함께했고, 세나 재단과의 지속적인 협력도 이어갔다. 2000년대에는 루이스 해밀턴이 태그호이어 시계를 차고 2008년 첫 월드 챔피언십을 획득했으며, 2016년부터 레드불과 파트너십을 맺은 막스 베르스타펀은 네 번의 월드 챔피언십을 따냈다. F1 탄생 75주년이자 태그호이어가 공식 타임키퍼로 복귀한 2025년은 태그호이어와 F1의 관계를 재정의한 해다. 전 세계 7억5000만 명의 팬과 9000만 명 이상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한 F1과의 파트너십은 정밀 엔지니어링, 최첨단 기술, 정확성이라는 공유 가치를 상징한다. 특히 모나코 그랑프리 100년 역사상 최초로 타이틀 파트너가 되어 ‘포뮬러 1 태그호이어 모나코 그랑프리’라는 대회명이 드디어 탄생하게 됐다.


(왼쪽부터) 1860년 개발된 ‘호이어’ 스톱워치. 모나코 그랑프리 최초의 타이틀 파트너로 선정된 태그호이어.


(왼쪽부터) 태그호이어를 착용한 아일톤 세나. 태그호이어의 F1 공식 타임키퍼 복귀 기념 모델인 ‘모나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워치.



물 위의 우아함, 샤넬과 조정

2024년 10월, 샤넬은 약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보트 레이스에 브랜드 최초로 타이틀 스폰서 겸 공식 타임키핑 파트너가 됐다. 2025년 4월 13일 템스강에서 열린 첫 ‘샤넬 J12 보트 레이스’는 25만 명이상의 관중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함께한 런던 최대 스포츠 행사 중 하나였다. 특히 조정 경기에서 선수들의 일관된 노 젓기와 리듬감은 우승의 필수 요소이며, 이는 고도의 워치 메커니즘과 연결된다. 또 정밀한 시간 측정은 조정 경기의 승패를 좌우한다. 1910년 창립 이래 샤넬은 스포츠에 가까이 뿌리를 두고 있었다. 가브리엘 샤넬은 당시 남성들의 스포츠 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저지, 트위드 같은 소재로 선구적 디자인을 창조했고, 이를 통해 여성에게 움직임의 자유를 선사했다. 마침내 2000년 출시한 아이코닉한 ‘J12’ 유니섹스 워치는 20세기 초 등장한 ‘J 클래스’와 12m 레이스 보트에서 따온 것으로, 샤넬과 수상 스포츠의 깊은 연결을 보여준다.


‘샤넬 J12 보트 레이스’ 대회 모습.


‘J12 리버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워치.



파도 위의 용기, 튜더와 빅 웨이브 서핑

2023년, 닉 폰 루프는 고향 포르투갈 나자레 해변에서 서핑 역사상 가장 큰 파도를 탔다. 그의 손목에는 튜더 ‘펠라고스’ 워치가 있었다. 아홉 살부터 서핑을 시작해 2013년 ‘유럽 올해의 서퍼’로 선정된 폰 루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파 도를 찾아다니며 빅 웨이브 서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2022년 튜더 나자레 토우 서핑 챌린지에서 베스트 팀 퍼포먼스를 거머쥔 날, 튜더 ‘펠라고스’ 워치를 받았다. 그 후 한 번도 시계를 벗은 적이 없다는 그는 HBO 다큐멘터리 시리즈 <100 풋 웨이브>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 문구 ‘본 투 데어Born to Dare’에는 1946년 롤렉스 설립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극한 환경에서도 착용 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손목시계를 제공하겠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육지, 빙하, 하늘, 심해에서 과감하게 모험을 하는 이들의 손목에서 함께해온 튜더는 데이비드 베컴, 뉴질랜드 럭비 팀 올 블랙스, 그리고 닉 폰 루프 같은 홍보대사들을 통해 삶에 대한 대담한 도전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왼쪽부터) 빅 웨이브 서퍼 닉 폰 루프. 튜더 프로 사이클링 팀.



엔지니어링의 만남, IWC와 메르세데스-AMG

두 브랜드의 우연은 운명처럼 맞닿아 있다. 1894년 7월,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에서 고틀리프 다임러와 빌헬름 마이바흐가 개발한 차량이 우승을 차지했던 해, IWC는 뇌샤텔 천문대에서 자체 대회를 열어 ‘칼리버 65’ 무브먼트를 테스트했고, 당시 포켓 크로노미터 중 가장 뛰어난 시계로 우승을 선언했다. 이윽고 2004년 두 회사는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고, IWC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의 파트너가 되었다. 2013년에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공식 엔지니어링 파트너’로 합류했는데, 이 파트너십의 핵심은 성능과 디자인을 향한 열정, 그리고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탁월한 엔지니어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IWC는 퍼포먼스 엔지니어링에서 영감받아 세라믹, 5등급 티타늄, 카본 파이버 같은 자동차 엔지니어링 소재로 시계를 제작했다. 2021년에는 최초의 티타늄 소재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를 출시했고, 2022년에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첫 번째 공식 팀 워치를 선보였다. 조지 러셀,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를 비롯해 팀 엔지니어들과 함께하며 모터스포츠가 선사하는 짜릿한 순간을 한 몸처럼 공유하고 있다.


(왼쪽부터) IWC는 2013년,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IWC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 토토 울프X메 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TM 팀’ 워치.



속도를 재정의한 모저앤씨와 알핀

2024년, 모저앤씨는 프랑스 스포츠카 브랜드 알핀과 처음 손잡았다. 1828년 설립 이래 전통 오트 오를로즈리의 길을 걸어온 브랜드가 모터스포츠 세계로 과감히 발을 내디딘 것이다. ‘스트림라이너 알핀 드라이버스 에디션’ 워치는 F1 머신처럼 정밀한 200개 한정 모델이다. ‘메카닉스 에디션’ 워치는 기계식과 디지털의 경계를 허문 무브먼트로 블루투스 연결과 GMT 기능을 갖춘 500개 한정판이다. 진짜 하이라이트는 2025년 10월 공개한 ‘스트림라이너 투르비용 피에르 가슬리 에디션’ 워치다. 알핀 F1 드라이버 피에르 가슬리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시계는 100개 한정 생산했으며, 특별히 10개는 가슬리의 등번호 ‘10’을 새기고 5N 로즈 골드로 마무리했다. 6시 방향 투르비용은 F1 머신의 심장처럼 쉬지 않고 회전하며, 트랙 위의 정확성과 스피드를 시각화한다. 연간 4000개만 생산하는 모저앤씨가 모터스포츠를 선택한 것은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F1의 세계와 시계 제작의 극한 정밀함이 본질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알핀 모터스포츠와 협업해 출시한 ‘스트림라이너 알핀 드라이버 에디션’ 워치. ‘스트림라이너 투르비용 피에르 가슬리’ 워치 협업에 적극 참여한 피에르 가슬리.



축구로 시간의 열정을 새긴 위블로

2015년, 위블로는 UEFA 챔피언스 리그의 공식 타임키퍼가 됐다. 1980년 골드 케이스와 러버 스트랩을 과감히 결합하며 ‘아트 오브 퓨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이 스위스 브랜드는, 축구 무대에서 또 다른 퓨전을 완성했다. 올해는 공 식 타임키퍼 선정 10주년과 유러피언 컵 탄생 70주년을 맞아 ‘클래식 퓨전 크로노그래프 UEFA 챔피언스 리그 티타늄’ 워치로 그 순간을 기념한다. 2025년 여름엔 스위스 본고장에서 열린 UEFA 여자 유로에도 위블로는 다시 한번 공식 타임키퍼 로 나섰다. 주심과 부심은 ‘빅뱅 e Gen3 커넥티드’ 워치를 착용하고, LED 스크린마다 블랙 & 화이트 위블로 로고가 선명하게 빛났다. 특히 2명의 전설이 함께했는데, 2019년부터 프렌즈 오브 더 브랜드로 활동 중인 아다 헤게르베르, 2023년 과 2024년 2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한 아이타나 본마티. 두 선수 모두 ‘빅뱅 원 클릭 조이풀’ 컬렉션 워치를 착용하며 생동감 넘치는 서머 캠페인을 이끌었다. 혁신은 축구를 넘어 테니스로도 확장된다. 브랜드의 얼굴인 ‘노박 조코비치 에디션’은 테니스와 시계 마니아 모두를 흥분시켰다. 2024년 11월 파리에서 공개된 ‘빅뱅 유니코 노박 조코비치’ 워치는 지속 가능성과 극한의 경량화를 동시에 구현 한 걸작이기 때문이다. 24회 그랜드 슬램 우승자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코비치가 2023년 시즌에 사용한 25개의 헤드 라켓과 32개의 라코스테 셔츠를 재활용해 케이스와 베젤을 제작했다. 무브먼트는 기존 대비 27% 가볍고, 사파이어 대신 고릴라 글라스를 사용해 탄성 스트랩 착용 시 총 무게가 49.5g에 불과해 테니스공보다 가볍다. 조코비치의 사인이 담긴 라코스테 티셔츠와 함께 구성해 100피스 한정 생산됐다.


(왼쪽부터) 노박 조코비치의 흔적을 담은 ‘빅뱅 유니코 노박 조코비치’ 워치. UEFA 챔피언스 리그의 공식 타임키퍼인 위블로.



항해사의 시간, 파네라이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항해 분야의 탁월함과 혁신을 상징하는 아메리카 컵과 함께 해온 파네라이의 항해 여정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트 세일링 종목에 진출한 파네라이는 그 후 권위 있는 요트 경기의 공식 파트너, 오라클 팀 USA와 소프트뱅크 팀 재팬의 후원사 등으로 항해 분야를 탐험해왔다. 그리고 2019년 마침내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팀의 공식 스폰서로 임명됐다. 해군의 시계로 시작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바다를 정복하려는 이들의 시계로 거듭난 파네라이는 이제 ‘루나 로사 AC75’ 요트를 시계 디자인으로 재해석하기에 이르렀다. ‘섭머저블 쿼란타콰트로 루나 로사 PAM01681’ 워치는 그야말로 손목 위에 요트를 그대로 옮겼다 해도 부족함이 없으며 이탈리아 디자인과 스위스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루나 로사 AC75’ 요트.


파네라이 ‘섭머저블 쿼란타콰트로 루나 로사 PAM01681’ 워치.



COOPERATION 롤렉스(ROLEX.COM), 모저앤씨(6905-3363), 샤넬(080-805-9628), 위블로(540-1356), 태그호이어(3479-6021), 튜더(517,3568), 파네라이(1670-1936), IWC(1877-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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