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1월호

BE TRUE TO MYSELF

우리는 누구나 ‘보이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유독 그 간극이 컸던 배우 김지호와 인간 김지호.
오랜 시간 스스로를 탐구하며 중심을 찾은 그의 미소엔 한결 자유로움이 스며 있다.
‘오롯한 나’로서 더 단단해진 김지호의 온전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EDITOR 김나림 CONTRIBUTING EDITOR 강옥진 PHOTOGRAPHER 주용균

블루 스트라이프 파자마 셔츠와 스커트 팬츠는 나일로라.


‘나답게’ 나이 든다는 것

그 누구도 노화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저마다 노화를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다.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꾸준히 이어져왔으며, 오늘날에는 ‘웰에이징’과 ‘슬로 에이징’, ‘리버스 에이징’ 등 다양한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잘만 관리한다면 겉모습으로 보이는 나이가 10년 이상 어려질 수 있다는 것. 외모가 자산인 만큼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관리에 투자하는 스타들의 사례들이 이를 입증한다. 노화에 대처하는 스타들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뉜다. 치열한 자기 관리와 각종 의술의 힘으로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또 지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성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인생에서 비껴간 스포트라이트의 그림자에 묻혀버린 사람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징후를 고스란히 품은 채 다른 차원의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지향하는 길이 다르겠지만, 세 번째 방향이 가장 이상적인 노화가 아닐까?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은 어쩌면 팽팽한 피부대신 ‘나다움’에서 비롯하는 매력을 찾는 일일 것이다.


아름다운 노화의 정석, 김지호

그런 의미에서 50대에 접어든 배우 김지호는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스타 중 대표 격이다. 20대 시절 브라운관을 뚫고 전해지던 생기발랄한 매력 대신 50대의 그에게는 나이에 걸맞은 새로운 매력이 깃들었다. 피부에는 주름살이 늘고, 볼륨감이 사라졌을지언정 여전히 그의 미소는 아름답다. 아니, 전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단지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요가로 자신을 단련하고 글쓰기로 내면을 정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꾸준히 거치면서 그가 지나온 삶이 후광으로 작용하는 것 인지도 모른다. 온몸으로 익히고, 그야말로 자신을 갈고닦아며 다듬어온 사람에게 전해지는 단단함에서 우러나오는 매력은 더 깊은 법이니까. 그가 지난 10년간의 요가 수련을 통해얻은 것을 담은 책 <마음이 요동칠 때, 기꺼이 나는 혼자가 된다>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느껴질 것이다. 지금까지 안다고 믿었던 배우 김지호는 이제 없다는 것을. 그 대신 ‘배우’라는 프레임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결 자유롭고 그래서 더 다채로운 매력을 품은 인간 김지호가 여기 있다.


리넨 로브는 모제이. 화이트 코튼 브라 톱은 부디 무드라. 실키한 소재의 팬츠는 파비아나 필리피.


“알아차리는 순간들이 많아졌어요. 또 화내고 있네, 왜 화났어? 또, 작아지네? 왜 또 그래?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면 감정적으로 가려다가 멈추게 되죠.”


책 <마음이 요동칠 때, 기꺼이 나는 혼자가 된다> 속에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았어요. “매트 위에서 몸으로 익힌 배움들은 부족하던 나의 자신감을 채워줬다”라는 문장도 그중 하나였는데, 그렇게 많은 인기를 얻었음에도 왜 자신감이 부족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언니와 비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늘 나에 대해 ‘모자라다’, ‘부족하다’, ‘다 떠먹여준 걸 먹지도 못하는 바보야’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컸어요. 나도 모르게 키워진 주눅 든 마음과 소심함, 자책이 저를 힘들게 했죠. 그런데 늘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매트 위에서 알게 됐어요. 그것은 ‘넌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믿는 마음이더라고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 혹은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탐구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 결국 자신감을 북돋은 발판이 되었습니다.


등 근육이 조각처럼 아름다워요. 요가를 통해 탄력 있는 몸매도 얻었지만, 내적으로도 큰 변화를 얻은 것처럼 보이네요. 그게 요가의 매력인가요? 요가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저는 근력을 많이 쓰는 아쉬탕가로 시작했어요. 각 종류마다 매력이 달라서 그 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다가, 부동의 자세로 조금 더 머무르는 하타 요가를 하면서 제 성향과 기질을 많이 들여다보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굉장히 변덕스럽고 꾸준하지도 못했어요. 집중력도 짧았고 말이죠. 그런데 하타 요가의 힘들고 불편한 동작을 따라 하면서 호흡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것이 견뎌지고 편안해지더라고요.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네’ 라고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실은, 우린 다 가지고 있는 거예요. 몸이나 기질, 성격도 익숙한 것만 쓰던 거였지 저에게 다른 모습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타이다이 브라 톱, 오가닉 코튼 조거 팬츠, 하늘하늘한 리브드 티셔츠 모두 모제이.



좌) 블루 스트라이프 파자마 셔츠는 나일로라. 우) 그린 컬러 케이블 니트 카디건은 위크엔드 막스마라. 브라운 컬러 리브드 브라 톱은 룰루레몬. 레이어드 골드 링은 코스.


운동 외에 식단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라면을 끓여 먹는 날도 있지만 가급적 클린하고 담백하게, 채소도 다양하게 챙겨 먹으려고 합니다. 이것은 요가하면서 생긴 습관이에요. 낮 12시 전까지는 배가 안 고파서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위 역류가 사라졌어요. 가볍게 먹으면 몸도 가벼울뿐더러, 머리도 맑고 선명해서 좋아요.


화장 안 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것도 일종의 내려놓는 용기인가요? 수련이 끝나고 상기된 얼굴이 건강해 보이고, 제 마음에 쏙 들어서 올렸던 거예요. 하하. 외출할 때 요가복을 입고 편하게 나설 때가 많은데, 딸과 남편은 “그러고 나가게?”라며 놀라곤 해요. 물론 자리에 맞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스스로의 편안함을 선택하는 편이죠. 평소에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요. 다들 휴대폰을 보느라 아무도 저를 안보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남들은 저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요. 잠깐 떠들 수는 있지만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어요.



블랙 미니드레스는 막스마라. 체인 링크 네크리스는 멀버리. 볼드한 링 귀고리는 코스.


“그동안 참 많은 이유를 대며 머뭇거리는 삶을 살았어요. 스스로를 깎아먹는 말로 포기한 일이 내 안에 얼마나 많았던지. 이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잖아요. 그래서 시작도 하기 전에  엄살 부리는 건 그만두기로 했어요.” 


책에서 “얻으면 잃고 잃으면 얻는 게 자연의 섭리니까. 다 쥐고 있으면 새로운 걸 쥘 수 없으니, 내가 진짜 추구하는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라고 했어요. 진짜 추구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결국 쓸데없는 것들, 예를 들면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 혹은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해 맞추려고 애쓰면서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을 추구하면서 살고 싶어요. 나에게 솔직한 삶!


끝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요? 제가 한창 연기할 때만 해도 부장님과 직원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엔 이야기의 배경도 참 다양해졌습니다. 드라마 중에서도 형사물을 좋아하는데, 그런 법조계 종사자나 형사로서 사건을 풀어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혹은 완전 사람 냄새나는 것도 해보고 싶네요. 제가 가진 역량을 100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 죽기 전에 한 번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긴장과 욕심을 빼는 법을 알았으니, 좀 편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못하면 어때요? 그게 성장의 과정인 걸!




김지호의 자기 돌봄 아이템

찻잔과 자사호 차를 마시면 비 내리고 피곤한 날, 몸을 따뜻하게 데워줘 편안해지고, 아침 일찍 일어난 날엔 뱃속이 뜨끈해지며 몸도 말랑말랑하게 풀린다. 어반트라이브 헤어 오일 모발이 건조해 꼭 바른다. 이제 몸에서 안 나오는 건 밖에서 채워야 하는 나이니까. 벨레다 수퍼 푸드 데이 크림 피부가 워낙 건조한 편이다. 이 크림은 유·수분 밸런스가 좋고, 향도 좋을뿐더러 인공적이지 않은 원료를 사용해 믿음이 가서 좋다. 자연에서 추출한 허브 향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리부트 슬릿 매일 아침 먹는다. 장 건강에도 좋고, 내장 지방을 제거해준다니 심리적 위안도 된다. 책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요즘 명상에도 관심 있는 것을 아는 지인이 추천해 읽고 있다. 샤넬 르 베르니 기분 전환에 최고다. 발림이 정말 좋고, 빨리 말라서 초심자도 바르기 편하다. 헤라 센슈얼 누드 글로스 462 좋아하는 색상으로 몇 년째 재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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