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8월호

DRIVING WITH THE SUMMER BREEZE

여행을 함께하고 싶을 만큼 무던하지만, 존재감만큼은 또렷한 4대의 럭셔리 카를 모았다.

EDITOR 박이현

하늘과 풍경의 파노라마 POLESTAR 2 LONG RANGE DUAL MOTOR


여행은 본디 비일상적인 즐거움을 좇는 일이지만, 일부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드라마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에 여행의 이상적인 동행자는 운전 내내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시끄러운 친구가 아닌, 무더운 날씨에 불쑥불쑥 솟구치는 짜증이나 적잖은 돌발 상황도 너그러이 포용해줄 수 있는 무던하고 깔끔한 친구다. 여행과 ‘폴스타2’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만난다. 전기 CUV 폴스타2를 처음 본 순간 시원한 바람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란한 시각적 잡음에 익숙해진 눈앞에 나타난, 이토록 청명하고 무해한 얼굴이라니. 현란한 크롬 도금 하나 없이, 차체 컬러와 동일한 톤으로 정갈하게 양각 처리한 엠블럼은 브랜드의 의도를 담담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단정한 외모 속에 숨어 있는 날카로운 디테일도 묘미다. T자 형태의 픽셀 헤드라이트는 미니멀한 프런트 디자인에 날렵한 인상을 더하고, 루프 라인에서 후미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쿠페 실루엣은 폴스타2가 가진 은근한 대범함과 민첩함을 암시한다. 주행 질감 또한 세련됐다. ‘롱레인지 듀얼모터’ 모델 기준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75.5kg·m의 강력한 스펙을 갖췄지만, 고속에선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뒤에서 넉넉한 힘으로 꾸준히 밀어주는 느낌이 든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은 물론이고, 세 단계로 조절 가능한 회생 제동 시스템은 직관적이면서도 매끄러워 원 페달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쏠쏠하다. 도로에서 시선을 단번에 붙드는 차는 아니지만, 내실은 누구보다 단단하다.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는 한여름의 새파란 풍경을 차 안으로 끌어들이고, 하만 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실내를 움직이는 청음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2열 완전 폴딩 기능으로 짐을 싣거나 차박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실용적인 데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중요한 길눈도 밝다. 내비게이션은 SKT 티맵과 공동 개발한 전기차 특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국내 충전 인프라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한 가지 빼어난 걸 꼽긴 어렵지만 부족한 건 하나도 없다. 폴스타2는 여행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약속한다.

폴스타2 롱레인지 듀얼모터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75.5kg·m  제로백  4.5초  주행거리  379km



감각적 실내에서 시작하는 여행 RANGE ROVER EVOQUE P250


이보크는 한마디로 ‘전천후’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레인지로버 라벨을 단 가장 작은 차로 작은 체구에도 정제된 디자인과 강인한 주행 성능, 그리고 실용성을 두루 갖췄다. 도심에서 부담없이 탈 수 있을 만큼 스포티하지만 오프로드에서도 그 존재감은 단연 빛을 발한다. 오프로드에 조예가 깊은 랜드로버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보크는 도심은 물론 외곽의 오프로드까지 넘나든다. 현행 레인지로버 라인업은 과거와 비교해 많은 장식을 덜어냈다. 그릴은 더 작아졌고 불필요한 라인이나 디자인 요소도 덜어내 한층 담백해졌다. 기존의 정체성이나 미학은 계승하면서도 섬세한 조율을 거쳤다. 지붕이 마치 떠 보이는 것처럼 의도한 플로팅 루프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쿠페형 실루엣, 뒤로 갈수록 살짝 올라가는 경사진 캐릭터 라인에서는 고급스러움과 경쾌한 멋이 동시에 느껴진다. 떠나기 위해 차 안에 들어서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다. 고도로 정제되고 절제된 실내에 들어서면 파노라믹 루프가 자연광을 들이고, 그 햇빛은 운전대와 센터 콘솔의 트림, 송풍구에 적용된 고아한 문라이트 크롬을 요요히 비춘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하나도 없는 정연한 차림새, 고급스러운 악센트,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이다. 실내 중앙 센터 콘솔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11.4인치 커브드 글라스 디스플레이는 우아할 뿐 아니라 차량의 거의 모든 기능을 매끄럽게 통합하는 지능적인 컨트롤 타워다. 운전 중에도 손끝에서 두 번의 터치로 90% 이상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단순히 스마트한 것이 아니라, 플로팅 디자인으로 감성까지 충족해준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1300~4500rpm의 넓은 토크 밴드에서 꽤 여유 있게 반응한다. 고속도로에서의 안정적인 주행은 물론, 외곽의 흙길에서 달리는 것도 능숙하다. 노면이나 지형 상황에 맞게 세팅을 조율해주는 ‘터레인 리스폰스 2’로 모드를 바꾸면 이보크는 곧장 운전자의 필요에 응답한다. 잔디밭 위에서도, 모래에서도 결코 불안한 기색이 없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건 여로에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뜻. 더 많은 선택지만큼 고급스러운 건 없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P250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kg·m  최고속도  221km/h  제로백  7.6초



북유럽 자연을 닮은 VOLVO V90 CROSS COUNTRY


계절을 사람에 비한다면 여름은 풋내 나는 첫사랑보다는 열렬하게 사랑하고 매섭게 돌아선 연인에 가깝지 않을까. 숨구멍 하나 없이 작열하는 낮과 달리, 열기가 누그러진 여름밤은 옅은 바람과 함께 단숨에 매혹적인 모습으로 돌변한다. 왜건은 그런 여름의 이면과 닮았다. 앞모습은 단정한 세단, 그러나 어딘가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는 D필러를 길게 뽑아낸 뒷모습. 왜건은 사실 세단의 세련미와 주행감, SUV의 공간성을 모두 살린 매우 실용적인 차지만, 왜건 불모지인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귀하고 섹시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V90 크로스컨트리’는 볼보의 기함급 왜건 모델이다. 짐을 실을 공간과 누울 자리가 넉넉하고(2열 폴딩 시 적재 공간 1526리터), 세단처럼 세련되게 달릴 수 있는 왜건의 장점은 어떤 목적의 여행에도 유연하게 부합할 수 있다. 전면은 볼보 특유의 패밀리 룩을 따르면서도 휠 아치와 사이드 가니시에는 블랙 컬러를 적용해 크로스컨트리의 강인함을 강조했다. 북유럽 자연에서 추출한 내장 컬러와 소재로 군더더기 없이 꾸민 심미적인 실내는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된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을 보장한다. 모든 트림에 초미세먼지 모니터링이 가능한 공기 정화 시스템과 전동식 파노라믹 선루프, 리어 폴딩 헤드레스트 등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챙긴 것이 대표적.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기반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티맵 오토와 누구 오토를 연동해 똑똑한 내비게이션은 물론 집을 비운 동안에도 조명이나 에어컨, 로봇 청소기 같은 스마트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누구 스마트홈’ 기능까지 품고 있다. 볼보는 그 유명한 ‘오디오 맛집’ 아니었던가. 바워스 & 윌킨스 프리미엄 오디오는 재즈 음악에 최적화된 ‘재즈 클럽’ 모드를 지원한다. 라나 델 레이 버전의 ‘Summertime’을 재생하자, 한여름밤의 매혹이 밖에서 안까지 가득 차오른다.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B5 AWD 플러스 기준)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엔진 35.7kg·m, 모터 4.1kg·m  최고속도  180km/h  제로백  7.4초



부드러운 여운이 빚어내는 안락함 GENESIS GV60


여행에서 7할은 이동이다. 이동이 즐거우려면 쾌적한 환경은 당연하고 운전하는 재미도 필요하다. 제네시스의 전기차 전용 모델인 ‘GV60’은 도심에서의 단정한 품격은 물론이고, 막히는 길이나 뻥 뚫리는 길이나 운전자를 각별히 보조하며 운전 재미까지 선사한다. 언뜻 반응이 선형적인 ‘전기차’와 가변적인 ‘운전 재미’는 공존할 수 없는 개념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GV60의 진짜 가치는 주행에서 드러난다. ‘퍼포먼스 AWD’ 모델 기준 최고출력 490마력, 제로백 4.0초는 강력한 응답성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증명해내는 수치. 물론 단순히 빨라서 흥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섬세한 모터 제어로 내연기관 차와 흡사한 변속감을 제공하는 VGS(Virtual Gear Shift) 가상 변속 시스템과 토크나 속도 같은 차체의 움직임을 직관적이고 생생한 소리로 전달하는 e-ASD 사운드 디자인은 주행에 몰입감을 높이는 첨단 기술이다. 거기에 노면과 주행 상황에 따라 좌우 바퀴에 구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해 코너링과 발진 퍼포먼스를 높여주는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e-LSD)와 ‘히든 드리프트’ 기능은 보다 역동적인 ‘펀 드라이빙’을 실현시킨다. 빌트인 캠, 디지털 센터 미러,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 같은 넉넉한 편의 사양 역시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와 불안을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부분 변경을 거친 GV60는 더욱 완성도 높은 디테일로 돌아왔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실내 공간은 조형미에 하이테크 기술을 덧입힌 모습.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크리스털 스피어 변속기,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된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이다. 조용하고 정제된 감성, 일순 힘을 낼 줄 아는 퍼포먼스, 그리고 빈틈없이 채운 편의성까지, GV60은 여행에 있어 가장 믿음직하면서도 화끈한 유머 감각까지 갖춘 이상적인 동행자다.

제네시스 GV60(퍼포먼스 AWD 기준)

최고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71.4kg·m  제로백  4초  주행거리  382km



WRITER  은지(자동차 콘텐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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