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8월호

센디 염상준 대표, 낡은 물류를 뒤집다

물류 사업은 단순히 기술이나 자본의 문제가 아니다. 매일 다른 상황과 사람, 화물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를 관리하고 연결하는 일이다. 이 변수투성이의 물류 시장을 AI 기반으로 바꾸고 있는 회사, 지금 소개할 ‘센디’다.

EDITOR 박이현 GUEST EDITOR 이기원 PHOTO 박용빈

물류의 기본은 길이다. 모든 물류업은 길 위에서 사라지거나 성장한다. 한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수많은 물류가 각자의 속도와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산업을 지탱한다. 문제는 길 위에 존재하는 변수들이다. 화물의 종류와 무게, 거리와 날씨, 기사들의 컨디션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사람이 감에 의존해 풀어왔던 이 문제를 AI 기반으로 해결하려 나선 것이 센디의 창업자인 염상준 대표다.

“본사는 부산에 있지만, KTX를 타고 서울을 자주 오갑니다. 매출의 60~70%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투자사의 대부분도 서울에 있거든요.” 부산대 재학 시절, 그는 과외와 작은 상점을 운영해 꽤 괜찮은 수익을 올렸고, 그 자본으로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도전해 성공을 맛봤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서울로 올라와 더 큰 사업을 벌였지만,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사업이 실패하면서 30대 초반에 신용 불량자가 됐습니다. 매일이 전쟁이었죠.”

힘든 상황에서 이사 플랫폼을 창업해 실패를 회복했지만, 사람이 직접 방문해 견적을 내야 하는 이사 사업은 품질과 가격을 표준화하기 힘들었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지탱해야 하는 구조에는 한계가 있었다. “플랫폼이 가격과 품질을 제어하지 못하면 결국 주문만 모으는 데서 끝나더군요. 당시 저희가 보유하고 있던 실시간 위치 기반 기술은 오히려 이사보다 용달이나 화물 운송과 더 잘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한국 화물 운송 시장은 40조 원 규모에 달했지만, 낮은 IT 활용도로 인한 비효율이 만연해 있었다. 다단계 구조에 따른 높은 수수료, 느린 정산, 낮은 운임으로 기사들의 불만도 높았다. “택시는 거리만 입력하면 예상 요금이 뜨지만, 화물은 다릅니다. 거리, 날씨, 교통 상황, 짐의 무게, 차종, 기사님의 컨디션 등에 따라 모두 다르거든요. 화주는 더 저렴하게 이용하고, 기사님은 더 높은 수익을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센디는 현재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최적의 운임을 계산하고, 가장 적합한 기사를 매칭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평균 50일 뒤에나 받을 수 있었던 기사들의 정산 기간도 크게 줄이면서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이 과정을 만들어가는 일이 쉬웠을 리 없다. 거친 화물 시장에서 염 대표와 직원들은 날마다 현장으로 나가 ‘거친 소리를 들어가며’ 묵묵히 데이터를 쌓았다.



센디의 직원 50여 명은 대부분 부산 본사에서 일한다. 인재 채용에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센디를 네이버만큼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부산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요.”


화주와 기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센디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35억 원을 거둔 데에 이어 올해 목표는 3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고객들의 목소리도 변했다. 한때는 불만의 목소리가 훨씬 많았지만, 이제는 만족의 평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간 여러 대기업이 자체 플랫폼 구축을 시도하기도 했었고 그중에는 센디를 인수하려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쟁쟁한 대기업 중 좋은 성과를 낸 곳은 드물다.

“자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거든요. 복잡하고, 까다롭고, 매일 바뀌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 같은 작은 기업이 더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센디의 단기 목표는 2027년 IPO(기업 공개)를 통해 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물류 플랫폼으로 성장해 일본과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2026년까지 SaaS 형태의 센디를 완성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주에게는 운송비와 물류 운영비를 절감해주는 AI 에이전트가, 기사님에게는 보험, 금융, 회계, 결제까지 지원해주는 슈퍼 앱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염 대표는 오늘도 길 위에서 배운다고 했다. 화물의 무게, 기사들의 땀방울, 매 순간 바뀌는 현장의 소란 속에서 그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한다. “제가 배워야 할 대부분의 것을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힘들 때면 늘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다짐합니다. 기사님들처럼 컨디션이 좋은 날엔 더 많이, 힘든 날엔 조금만. 그렇게 매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에 닿아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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