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7월호

메리고라운드 컴퍼니 대표 김지욱, 오늘의 콘텐츠

콘텐츠가 넘쳐 흐르는 시대지만 좋은 이야기에 대한 기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다른 감각과 믿음으로 반짝이는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김지욱 대표는놀이동산에 들어서는 순간 그 꿈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메리고라운드’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일상을 행복으로 인도하길 바란다.

EDITOR 이연우 PHOTOGRAPHER 이기태

김지욱  20년이 넘는 시간을 PD로서 한길만 걸어왔다. CJ ENM에서 셀러브러티들의 진솔한 매력을 담은 다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스타일 아이콘 아시아’ 등의 시상식 연출도 맡았다. 이후 SM C&C 본부장으로 작품 제작을 총괄했다. 지금은 ‘메리고라운드 컴퍼니’를 설립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회전목마처럼 세상에 즐거움을 전파하는 콘텐츠 제작사 ‘메리고라운드 컴퍼니’의 김지욱 대표는 20년 넘게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해온 베테랑 PD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은 프로그램 <겟잇뷰티>를 비롯해 <도수코 가이즈 & 걸스>, <채널 소시> 등 굵직한 히트작을 배출했고 <진리상점>, <소녀 포레스트> 등의 작품 제작을 총괄하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지평을 넓혔다. 그가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갖고 지향점이 비슷한 동료 PD와 함께 설립한 회사 메리고라운드 컴퍼니는 그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철학이 응집된 곳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감각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내놓는 것은 물론 탄탄한 콘텐츠 IP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자 한다. “미디어 환경이 크게 바뀌었고 또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죠. 저희는 TV 환경에서 오래 일했고 다양한 서사를 지닌 이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써왔어요. 그 특성을 최대한 살리되 조금 더 새롭고 친절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의 프로그램은 기존 유튜브의 문법에서 벗어나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독창성과 진심을 담죠. 진부한 단어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진정성이야말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의 전제 조건이자 상대를 설득하고 공감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가치라 믿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가 재미있는 이야기 안에서 뛰놀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통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발견하고 또 펼쳐나갈 생각이다. 덕분에 한층 흥미로워질 세상을 기대하며 그의 일상과 취향에 관한 크고 작은 질문을 던져봤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좋아한다. 스타일에도 많은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요즘은 주로 모자로 하루를 스토리화하는데, 그날 마음에 새기고 싶은 텍스트가 디자인된 것을 고른다거나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모자를 쓰는 식으로 나름의 메시지를 만들고자 한다. 그런 행위가 적어도 나에게는 강렬한 메시지가 되거든. 최근에는 ‘행복’이란 단어가 새겨진 모자를 즐겨 쓰며 매일의 행복을 찾고 있다. 혹은 이미 행복할지도.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베르디’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 ‘걸스돈크라이’의 디자이너 호소카와 유타Hosokawa Yuta와 오래전 “걸스 돈 크라이”라는 문구를 봤을 때 느낀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의 친구이자 ‘휴먼메이드’를 만든 니고Nigo 역시 좋아한다. 니고가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으며 베르디와 협업했을 때, 정말 오랜만에 백화점을 찾기도 했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그때그때 유행한 후드 티셔츠를 거의 다 소장하고 있는데 얼마 전 옷장을 뒤적이다가 ‘슈퍼드라이’ 후디를 발견하고 놀라서 옷을 다 꺼내 한번 정리했다. 정식 수입되기 전 버전을 그대로 갖고 있더라.



출연자들과는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서로의 활동을 응원하며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편이다. 여러 편을 함께한 소녀시대 멤버들은 특히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검정 베트멍 후디. ‘위고비’에 버금가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지 않을까.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언젠가부터 삶의 향기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 늘 갖고 다니는 인공 향기, 향수를 챙긴다.


쇼핑할 때의 기준은?

내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인지를 고려한다. 제품에 얽힌 이야기가 있든 혹은 내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든, 결국에는 감흥을 느낄 수 있어야 지갑을 열게 된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구매 목록을 열심히 살폈는데, 최근 들어 딱히 산 게 없음을 알고 조금 서운해졌다. 딱 하나, 롤렉스를 오마주한 베이프(베이싱 에이프Bathing Ape)의 ‘베이펙스BAPEX’ 워치를 산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국내 입고되기를 학수고대한 제품이다.



오래전 촬영차 배우 하지원 자매와 남프랑스의 한 도시를 찾았을 때 그들이 회전목마를 타며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회사를 차리면 이름을 ‘메리고라운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순수하고 맑은 웃음을 전하고 싶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늘 멋진 턴테이블을 사고 싶다. 눈여겨보고 있는 건 HYM의 ‘시드’ 턴테이블 블루투스 스피커 ‘ADOY 에디션’이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트루동’의 시그너처 향이라 할 수 있는 ‘아브 델 카데르’. 은은한 허브 향과 우디 향이 어우러져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이들에게 숲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용할 때마다 나를 떠올리길 바라며 구입한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제작 프로그램인 <유인라디오>의 고정 게스트로 고영배 님을 모시고 나서 밴드 ‘소란’의 음악에 빠졌다. 최근 함께 전국 투어 중인 김현철, 윤상, 이현우의 음악도 자주 듣는다. 들을수록 세련된 시티 팝이라 생각한다.



이 시계를 사기 위해 거의 매일 매장에 전화를 하며 기다렸다. 구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든든하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사회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로빈 던바가 쓴 <프렌즈Friends>. 인간이 사귈 수 있는 친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분석하는 과학적 해석이 매우 흥미롭다. 내 진정한 친구가 몇 명일지, 그간 쌓아온 나의 인간관계는 어떠한지, 곰곰이 돌아보게 한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상 작품은?

지난 4월 국내 공개된 영미 합작 드라마 <갱스 오브 런던>의 세 번째 시리즈. 보는 내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숨 죽이며 다음 장면을 기다렸다. 영화 <공모자들>, <늑대사냥>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리드 디렉터’를 맡은 작품이다. 김홍선 감독 특유의 뱃심 두둑하고 묵직한 미장센이 감동으로 밀려왔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대중 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카우스KAWS의 작품. 판화 한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난다.



언젠가 꼭 갖고 싶은 턴테이블 블루투스 스피커. 같은 제품이라도 특히 아티스트의 개성이 표현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 인생의 스타를 꼽는다면?

PD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휴대폰에 개인 연락처를 저장한 아티스트가 고 신해철 형이다. 학창 시절부터 그의 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좋아했었다. 그다음은 전인권 선생님. 그분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했고 더 치열하게, 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존경하는 분들이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레몬즙을 마시고 그날 입을 옷을 꺼내 순서대로 침대에 배열한다. 마지막 모자까지 빼먹지 않고.


잠들기 전 하는 일은?

특별한 루틴은 없다. TV를 틀고 틱톡을 보다가 스르르 잠드는 것 같다.



모자를 쓰지 않는 날을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모자는 나의 시그너처 스타일이다. 매일 모자로 그날의 다짐과 메시지를 새긴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관리하는 게 없다. 그나마 나름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저녁에 일과 관련한 약속을 절대 잡지 않는다는 것. 웬만하면 좋아하는 사람들과저녁 식사를 즐긴다. 저녁 시간만큼은 부담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보내려 한다.


냉장고 속 필수품은?

물 그리고 들기름.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들기름은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김치찌개. ‘김치 귀신’이라 불릴 만큼 좋아한다.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는?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갖고 회사를 설립하며 또 다른 시작을 알린 이곳, 메리고라운드 컴퍼니가 위치한 청담동 언덕.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회사를 세우고 나서 아무래도 메리고라운드, 즉 회전목마와 관련된 선물을 많이 받는다. 차근차근 성장해서 더 큰 회사가 되어 사옥 1층 입구에 멋진 회전목마를 설치해 선물 주신 분들께 보여드리는 그날까지, 더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다.


요즘 내가 가장 집중하며 빠져 있는 것은?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까 하는 것 아니겠나. 좀 더 많은 이가 재미있어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최근에는 특히 세대를 연결하는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요즘 친구들과 내 또래들을 연결하는 음악 프로그램 같은 것. 일부러 예전 음악도 더 찾아듣고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 외에도 커머스 비즈니스, IP 사업 등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회사 1층에서는 F&B 사업으로 ‘한입베이글‘을 운영하고 있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내 자신을 설득하는 것. 스스로 설득이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도전한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If is not fun, Why do it?” 노홍철 님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적혀 있던 메시지다. 어느 날 문득 보게 됐는데, 그 후로 수년째 내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가 됐다.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PD의 삶을 살아야지. 그리고 <럭셔리>와 다시 한번 인터뷰해보고 싶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쏟아지는 연락이 뜸해지는 밤 10시즈음.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할 시간이다.


내 영감의 원천은?

의외로 책이다.(웃음) 물론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니지만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생각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사실 PD라는 직업상 콘텐츠를 엄청 찾아볼 것 같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괜히 신경이 쓰이고 나도 모르게 따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모니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대신 시기별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사서 쌓아놓고 하나씩 읽으며 영감을 확장한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가장 어려운 질문 같은데…. ‘나에게 맞는 것’ 아닐까 싶다. 아무리 화려하고 좋은 것이라 해도 나한테 편안하게 잘 어울리고 또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이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럭셔리’를 찾기 위해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확대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다.


답변을 마치는 소감은?

인터뷰를 하며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있었고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다. 어쨌든 PD는 콘텐츠로 말하는 사람 아니겠나. 앞으로 사람들이 즐겁게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소통하고 싶다. 모두가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럭셔리’한 날이라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아끼는 것들. 그를 위한 문구가 새겨진 카우스의 작품, 라디오의 포맷과 유튜브의 장점을 결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 <유인라디오>로 받은 유튜브 실버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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