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6월호

GUIDE TO THE F1 2025

2025년 6라운드 미국 마이애미 그랑프리까지 진행하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는 포뮬러 원(F1). 속도의 축제에 첫 발을 디디는 입문자들을 위한 주요 하이라이트와 향후 F1 월드 챔피언십 관전 포인트도 예상해 본다.

EDITOR 이호준



포뮬러 원(F1)은 연간 7억5000명에 달하는 시청자를 확보하고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프랜차이즈로 여겨진다. 특히 올해는 F1 출범 75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다. 그만큼 F1은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인기 스포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만큼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던 적도 없었다는 것. 페라리 F1 팀 감독 프레데리크 바쇠르Frederic Vasseur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처럼, 2010~2017년 F1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다. 팬들은 고령화가 되었으며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시대에 F1은 잊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8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이후 F1은 다시 일반 대중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초 공개한 시즌 7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에는 F1 관련 정보와 입문자를 위한 각종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성됐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셀럽들이 앞다투어 F1 그랑프리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다뤘다.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 흐름에 따라서 글로벌 명품 그룹 LVMH는 F1과 향후 10년간, 10억 달러(약 1조3345억 원)의 글로벌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명품 브랜드의 리더가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스포츠를 통해 두 세계의 팬과 고객, 애호가를 통합하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로 한 것. 그에 따라 루이 비통, 모엣 헤네시, 태그호이어 등 LVMH의 상징적인 브랜드가 F1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실제로 2025년 F1 1라운드와 호주 그랑프리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위한 루이 비통 전용 트렁크를 제공했고, 모나코 그랑프리처럼 특정한 레이스를 기념하는 대회는 물론 향후 24개 라운드 모두에서 F1 챔피언십 우승자에게 트로피와 함께 트로피를 담을 수 있는 루이 비통 특별 트렁크를 수여한다. 명품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블랙핑크 리사와 로제, 티모테 샬라메, 제니퍼 로페즈, 안야 테일러 조이, DJ 페기 구 등 각종 브랜드 홍보대사 역시 F1 현장을 찾아 이슈화가 되었다.

최근 F1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데는 뉴 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거대 자본과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만든 드라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단 10개 팀, 20명 드라이버라는 희소성 뒤에는 연간 운영비 4000억 원 이상, 수천 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경주차 기술 개발 외에도 전문화된 마케팅 및 금융 회사의 지원이 뒷받침된다. 모터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F1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집요하게 취재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슈를 만든다. 드라이버 간의 갈등이나 팀 운영 불화는 각종 디지털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면서 파도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특히 올해 F1 월드 챔피언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이다. 5명의 신입 드라이버들이 기존 드라이버 시트를 대체해 합류했고, 지난 수년간 F1 최고 강자로 여겨진 레드불 레이싱 팀이 고전하고 있다. 작년까지 중위권이던 팀들의 반란도 거세다. 2025년 5월 현재, 6라운드 미국 마이애미 그랑프리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주요 하이라이트를 소개하고 앞으로 F1 월드 챔피언십 관전 포인트도 예상해본다.



루키 레이서의 대거 합류


2025년 시즌은 5명의 F1 신입 드라이버가 합류해 혹독한 데뷔전을 치르는 중이다. 아이작 하자르(레이싱 불스), 가브리에우 보르툴레투(킥 자우버)는 첫 레이스부터 사고를 내며 리타이어로 경기를 완주하지 못했으며 6라운드가 진행된 지금까지도 인상적인 경기 운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잭 두한(알핀)은 프랑코 콜라핀토로 교체되며 리저브 드라이버로 대기 조치됐다. 특히 작년까지 F1 최고 강자였던 레드불 레이싱 팀에서 서브드라이버 자리를 차지한 리암 로슨의 경우 단 2경기 만에 2군 격인 레이싱 불스 팀으로 강등 조치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신입 드라이버들 가운데서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에 속한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가 가장 주목할 만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18세의 최연소 F1 드라이버인 키미는 F1 데뷔전인 1라운드 호주 그랑프리부터 4등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6라운드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는 스프린트 레이스 폴 포지션 (가장 빠른 기록)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볼 때 올해 나머지 레이스를 포함해서 차세대 F1 리더 드라이버의 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 갈등 재점화의 불씨


3라운드 일본 그랑프리 이후, 맥라렌 리어윙이 유독 고속에서 휘어지는 듯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기술적 논쟁에 불이 붙었다. 맥라렌과 레드불 레이싱 경주차의 리어윙 비교를 통해 맥라렌 경주차의 윙이 고속에서 과도하게 휘어서 공기저항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맥라렌은 규정 안에서 최적의 해석을 한 것이라 밝혔고, F1을 주관하는 FIA(국제자동차연맹)는 공식 기술 제한 범위에 위반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사건을 정리했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인식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4라운드 중국 그랑프리부터는 리어윙 수직 하중 테스트 기준을 기존 0.5mm에서 0.25mm로 강화했으며, 6월에 있을 스페인 그랑프리부터 적용될 새로운 기술 지침을 준비 중이다. 더 강화될 새로운 규정에 따라서 맥라렌 경주차의 속도 경쟁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레드불 레이싱 팀의 고전


지난 몇 년간 F1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던 레드불 레이싱 팀이 2024년 하반기부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F1 역사상 가장 전설적인 기술 책임자 에이드리언 뉴이가 애스턴마틴 팀으로 옮기면서 ‘ RB21’ 경주차의 경쟁력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프리 테스트 주행부터 레드불 레이싱 팀의 퍼스트 드라이버 막스 페르스타펀은 RB21의 주행 균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실제로 3라운드 일본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맥라렌에 비해 경주차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세컨드 드라이버였던 세르히호 페레스 대신 레이싱 불스의 리암 로슨을 선택한 결과는 참혹했다. 로슨이 1~2라운드에서 각각 중도 포기와 12등을 기록하면서 레이싱 불스의 퍼스트 드라이버 쓰노다 유키로 교체를 결정했다. “단 두 경기 만에 드라이버를 교체하는 것은 가혹한 결정이다”라며 F1 업계가 비난조로 평가했지만, 레드불 레이싱 팀의 감독 크리스천 호너는 이런 결정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로슨이 경주차에 빠르게 적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 더불어 일본인 드라이버 쓰노다를 승격하는 상황에 맞춰 레드불 레이싱에 엔진을 공급하는 혼다가 약 1000만 유로(약 160억 원)의 재정적 지원을 약속한 것도 결정적 요인이 됐다. 쓰노다는 감정적인 드라이버라 위험 요소가 많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수년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물론 6라운드 현재 최고 기록은 9위로 팀을 견인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결국 혼란한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선두권에서 어떻게든 머물러야 하는 것이 막스 페르스타펀의 역할이 됐다. 그러니 팀 이적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상황. 당장은 애스턴마틴으로 이적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F1에는 언제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챔피언십 리더, 오스카 피아스트리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열 살에 레이싱 카트 입문, 15세에 영국으로 건너가 포뮬러 4와 GP3 프로 레이스에서 활약했으며, 2019년 포뮬러 르노 유로 컵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 포뮬러 2에서 활동하며 현재 F1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의 기록적인 타이틀을 모두 갈아 치운 신인 드라이버가 바로 오스카 피아스트리다. 그가 F1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2023년 시즌이다. 당시 피아스트리는 루키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빠르게 F1 경주차에 적응하면서 단 3개월 만인 데뷔 경기에서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은 맥라렌 팀의 경주차 경쟁력과 맞물려 날개를 단 수준이다. 지난 6라운드에 걸쳐 총 네 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챔피언십 포인트 131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그의 주행은 페이스가 일관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드라이빙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이는 차분한 성격, 집중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페라리로 이적한 해밀턴


F1의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루이스 해밀턴은 12년간 익숙했던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팀을 떠나 2025년 ‘스쿠데리아 페라리 HP’로 이적했다. 하지만 2025년 레이스의 4분의 1이 진행된 지금 해밀턴은 “충분히 잘하고 있지 않다”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특히 2025년 시즌 초반, 페라리 ‘SF-25’ 경주차의 성능까지 메르세데스와 레드불 팀에 밀리면서 우려를 증폭시켰다. 지난 6라운드까지 꾸준히 업그레이드 패키지를 도입한 것에 비해 성적은 처참했다. 6라운드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 샤를 르클레르는 6위, 해밀턴은 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두 드라이버는 SF-25 경주차의 업그레이드 및 성능 도약이 미비했다고 평가했다. 르클레르는 “다루기 편하지만 빠르지 않다” 해밀턴은 “좋은 주행이지만 기록을 내기에는 부족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다만 해밀턴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요? 모릅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차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26년, 리그의 뉴 게임 체인저


미국 거대 자동차 기업의 상징인 제너럴 모터스(GM)가 2026년부터 F1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F1은 참가 팀의 수가 10개로 제한되기에 아직 팀의 운용이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은 상황. 반면 GM은 2026년부터 캐딜락 F1 팀으로 3년간 페라리로부터 엔진을 공급받아 팀을 운영한 뒤, 2029년부터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GM 퍼포먼스 파워 유닛으로 미국산 엔진을 달고 출전하게 된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도 2026년 F1 무대에서 활동을 선언했다. 현재 킥 자우버 팀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고 아우디 포뮬러 레이싱 그룹이 개발한 독자적인 엔진으로 레이스에 참가할 예정이다. 두 팀 모두 내년부터 활동하며 당장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2026년 새로운 규정에 맞춘 기술 개발이나 올해는 밀려난 드라이버의 복귀 등 여러 측면에서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영화 도 흥행할까?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이 6월 정식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영화는 <탑건 : 매버릭>을 제작한 조지프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 ‘소니 헤이즈’, 댐슨 이드리스가 ‘조슈아 피어스’ 역을 맡는다. 한때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F1에서 성공하지 못한 드라이버(브래드 피트)가 젊고, 잠재적 재능이 있지만 레이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드라이버를 돕기 위해 가상의 F1 팀에 합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영화는 F1의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2023년부터 F1 그랑프리 현장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루이스 해밀턴을 비롯해 실제 F1 드라이버들이 일부분 참여해 스토리의 사실성과 현장감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이미 공개된 트레일러에 대한 반응은 F1 팬뿐 아니라 F1 팀에서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윌리엄스 팀 대표 제임스 볼스는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가 F1을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이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과연 영화 이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처럼 대중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WRITER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 COOPERATION 레드불 레이싱, 맥라렌, 제너럴 모터스, 페라리, 포뮬러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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