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5월호

FROM FATHER TO SON

뒷좌석에 태웠던 아들이 어느덧 자라 스스로 운전대를 잡기까지 채 가늠하지도 못할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왔을 테다. 무엇이든 물려주고 싶겠지만, 자신만의 그늘을 만들어갈 아이에게 거침없이 나아가라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면 자동차만큼 의미 있는 것도 없을 터.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5인이 고심해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자동차를 선정했다.

EDITOR 이호준

차로 전하는 취향,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잔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려보았으면 한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별빛이 스며든 공기가 어떤 향을 머금었는지 맡아보기를 바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의 결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런 섬세함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언제나 아름답지는 않겠지. 그러나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질 수도 있을 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마주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채,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낼 시간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바랄 게 없겠다. 언젠가 창 너머로 스쳐 가는 보통날에서 위안을 받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남자로서 취할 수 있는 멋은 온전히 너의 몫이다. 값비싼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유 없는 가격표가 붙는 법은 없다는 걸 알아차렸으면 한다.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취향을 대변해주는 물건. 그런 것 하나쯤은 꼭 지니고 있는 게 어떨까. 우아하면서도 격렬하고, 때로는 그 무엇보다 고요한 태도를 지닌 것 말이다. 이탈리아 장인들이 빚어낸 스포츠카에는 모든 게 숨어들어 있다. 부드러운 미소로 친절을 베풀다가도, 필요할 땐 대중을 압도하는 표정을 짓곤 한단다. 언젠가 연인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질 때, 취향에도 멋이란 게 존재한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될 거다. 부러움을 산다는 건 결국 남들이 갖지 못한 어떤 것을 지녔다는 의미다. 그 눈길쯤은 너답게 품어냈으면 한다. 비구름이 몰려와도 페르솔 선글라스를 쓰고, 한여름에도 묵직한 머스크 향을 걸치는 나처럼. 마지막으로 잊지 말았으면 하는 건 낭만은 찾아오는 게 아닌, 스스로 만드는 거라는 거다. 너와 함께 로맨스 장르에 출연할 여배우를 찾았다면, 호텔 라운지처럼 아늑한 조수석을 내어주어라. 그녀의 소중한 샤넬 백은 뒷좌석에 가볍게 던져두고, 둘만의 언어로 비현실적 세상 속에 빠져들면 그만이다. 영화보다 더 그럴싸한 신이 연출되겠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그 위에 트로페오 배지까지 얹혔다면, 더할 나위 없다. 남자 취향의 완성체이니까. _ <모터트렌드> 에디터 주영삼



세대를 이어줄 클래식 카의 가치, 볼보 EX30


아들을 보면 내가 무엇을 지녔는지를 알게 된다. DNA에 담긴 기질, 그러니까 쓸데없는 고집이나 불현듯 튀어나오는 울적함 같은 것. 그딴 정서가 아이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되겠나 싶지만 손에 쥔 게 무른 칼일지라도 어쨌든 지닌 것이다. 아이와 내가 연결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것. 자동차 브랜드 이름을 줄줄 외는 아들은 계절마다 최애 브랜드가 변한다. 무릇 성년이 된 어느 봄날, 그때 즈음이면 아들도 클래식 카에 대한 사랑이 싹틀 거라 믿는다. 내가 그 나이 때 그랬듯 말이다. ‘볼보 EX30’은 볼보가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을 선언하고 발표한 첫 번째 모델이다. 현재 볼보의 비전을 바탕으로 빚은 최신 기술과 철학이 작은 차체에 야무지게 들어 있다. 20년 뒤에도 EX30은 볼보 연대기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기록되어 있을 거다. 그 정도면 클래식 카로 소장할 만하다. 차량에는 볼보가 가진 철학들, 안전에 대한 집요함과 북유럽 특유의 담백한 실용주의, 자연 친화적인 감성이 고집스럽게 담겨 있어 우리 부자의 성향과도 닮았다. 기능성을 갖춘 정직한 디자인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새롭게 디자인한 토르의 망치 LED 헤드라이트와 프레임리스 도어 미러, 다채로운 수납공간, 홈 사운드 바를 연상시키는 스피커들, 스웨덴 소나무 오일로 만든 바이오 소재 등을 들 수 있다. 안전성도 탁월하다. 운전자 모니터링 경보 시스템이나 저속 자동 제동 등 플래그십 수준의 안전 사양이 기본 탑재됐다. 누구 오토를 통한 음성인식과 직관적인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같은 기능도 유용하다. 파워트레인은 69kWh 배터리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200kW 모터로 1회 충전 시 최대 475km를 주행해 지금은 쓸 만하지만, 20년 뒤에도 가치가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때까지도 달릴 수만 있다면 분명 쓸 일이 있을 거다. _ 프리랜스 에디터 조진혁



좋은 자동차의 기준, 폭스바겐 골프


세상에 나쁜 자동차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모든 차는 나름의 쓰임과 목적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 “어떤 차를 좋아해요?”라고 물어올 땐 대답을 한참 망설인다. 취향과 상황에 따라 좋은 차의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하지만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차를 골라달라는 질문에는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폭스바겐 ‘골프’다.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심미안審美眼이라고 한다. 폭스바겐 골프는 ‘심미차審美車’를 길러주는 차다. 지난 3월 국내 출시한 8세대 부분 변경 모델이어도 좋고, 그 전 모델이라도 상관없다. 경험해본 6세대, 7세대, 8세대 골프 모두 만족스러웠다. 지난 50년간 약 3700만 대의 누적 판매 대수를 기록한 골프는 탄탄한 하체 세팅이 무엇인지, 코너를 예리하게 돌아 나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족집게 선생님처럼 알려주는 몇 안 되는 자동차 중 하나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자동차 전문가가 ‘해치백의 교과서’ 혹은 ‘서민들의 포르쉐’라는 수식어를 골프에 붙인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물론, 골프보다 잘 달리고 멋있고 값비싼 차는 많다. 미래의 아들이 “아빠 바보야? 소장 가치가 높은 한정판 차량을 골랐어야지!”라고 외치는 게 귀에 들리는 것 같지만, 선택을 바꿀 의사는 없다. 그건 아들이 장차 스스로 이루어야 할 영역이다. 지금은 어떤 차가 좋은 차인지 구분할 줄 아는 눈을 기를 수 있는 차면 족하다. 골프를 통해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가치는 하나 더 있다. ‘혁신을 향한 도전’이다. 폭스바겐은 자사의 새로운 자동차 기술을 골프에 가장 먼저 적용해왔다. ABS 브레이크 시스템과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대표적이다. 차 한 대 물려주면서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부모 마음이 그렇다는 걸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_ <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박호준



나의 낭만을 너에게, 포르쉐 550 스파이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운전면허를 땄다. ‘이 차는 정말 비싸구나, 이 차는 정말 멋지구나.’ 세상에 어떤 차가 있을까 살펴보게 된 지도 최근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찾다 보니 나에게도 드림 카가 생겼다. 포르쉐의 ‘550 스파이더’. 세간에는 제임스 딘의 애마이자 그의 마지막을 함께한 차로 더 잘 알려졌지만, 내게는 삶의 이정표이자 나침판인 퍼렐 윌리엄스가 소유했던 차로 기억된다. 그의 차 컬렉션에는 물론 다른 멋진 슈퍼카가 많다. 하지만 커스텀이 더해진 차는 포르쉐 550 스파이더가 유일하다. 퍼렐 윌리엄스의 포르쉐 550 스파이더는 15년 전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실버 컬러의 차체에 솟아오른 보닛에는 레드 컬러가 포인트로 들어갔고, 곳곳에는 그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아티스트 카우스의 아트워크가 그려졌다. 퍼렐 윌리엄스는 프랑스 뮤지션 어피의 곡 ‘ADD SUV’의 뮤직비디오에서 프로듀싱 팀 넵튠스로 시대를 풍미한 영혼의 단짝 채드 휴고와 함께 이 차를 몰고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누볐다. 그렇다. 이 차는 사실 15년 전 처음 그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부터 이미 오래도록 품어왔던, 그리고 후에 물려주고픈 드림 카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포르쉐 550 스파이더의 4기통 1.5리터 수평 대향 가솔린엔진, 약 110마력은 포르쉐라는 명성과 지금의 슈퍼카 표준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떤가.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과 그의 친구가 특별히 만든 역사가 있는 차라면 그 자체로 나에겐 완벽하다. 언젠가 이 차를 사게 된다면 내 멋진 친구 중 한 명에게 꼭 커스텀 디자인을 맡기고 싶다. 하지만 내가 딴 면허는 2종 보통이라 이 드림 카를 구해도 함께 도로를 달릴 수가 없다. 그러니 아들아, 너는 꼭 1종 보통을 따렴. 차는 아빠가 어떻게든 구해볼게. _ 프리랜스 에디터 심은보



작지만 강한 힘을 응축해 나아가라, 미니 JCW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빨간색 미니 JCW를 꼽았다. 여러 의미와 마음을 담아 골랐는데 먼저, 콤팩트한 차체다. 해치백 형태의 3-도어 쿠퍼는 짧은 길이와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놀라운 기동성을 발휘한다. 그만큼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고 손쉽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항상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다음으로는 디자인이다. 발랄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동시에 JCW 특유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똘망똘망한 눈과 한껏 입을 벌린 하이글로스 블랙 그릴, 대형 공기흡입구의 조화가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투톤 컬러로 감싼 지붕과 미러 캡, 보닛에 붙은 스트라이프 디캘과 새롭게 디자인한 로고는 덤.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리어 스포일러와 리어 디퓨저, 중앙에 배치한 배기구, 여기에 18인치 JCW 투톤 경량 알로이 휠은 개성을 드러낼 줄 아는 아들에게 더없이 좋은 구성이다. 디지털을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줄 아는 세대에게 미니 JCW 실내는 안심이 된다. 대시보드 중앙부 지름 240mm 원형 OLED 디스플레이는 화려한 볼거리와 풍부한 기능을 제공한다. 기본적인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실내 공조 제어, 차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통합 지원하며 내 휴대폰을 컨트롤러 삼아 친구와 콘솔 게임도 즐길 수 있고 사진을 찍거나 영상 시청도 가능하다. 내 자식이 지루함 없이 차와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강력한 심장은 혈기 왕성한 내 아들이라면 주저 없이 반길 만하다. 미니 JCW에는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8.8kg·m를 발휘하는 미니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가솔린엔진과 7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더블클러치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6.1초 만에 가속한다. JCW 전용 서스펜션 세팅으로 펀 드라이빙 요소인 고카트 감각과 민첩한 핸들링 성능도 갖췄다. 무엇보다 아빠가 이 차와 함께 달리며 스트레스를 날렸던 그 기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_ <오토타임즈> 에디터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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