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5년 3월호

‘송지오 인터내셔널’ 대표 & CD 송재우, 흔들림 없는 진심의 내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송지오의 뒤를 이어 브랜드 도약을 주도하고 있는 송재우 대표에게는 매일이 새로운 기회이자 꿈꾸는 시작이다. 진심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일상과 생각, 그리고 취향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

EDITOR 이연우 PHOTOGRAPHER 이창화

송재우  프랑스 파리 에콜 자닌 마뉘엘을 수석 졸업하고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국내 최고의 남성복 1세대 디자이너인 아버지 송지오의 뒤를 이어 2018년부터 송지오 인터내셔널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한국 패션신을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패션 하우스 ‘송지오 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송재우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인터뷰가 진행된 ‘갤러리 느와’는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32년 전, 브랜드가 탄생한 압구정동에 세워진 이곳은 지난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온 아트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한다.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기획한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현대미술 갤러리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 국내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이죠. 브랜드의 근간인 예술과 패션이 조화롭게 결합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송지오 인터내셔널이 추구하는 ‘아트 패션’은 결과물 만큼 예술적인 창작 과정을 중시한다. 고유한 스타일과 아이덴티티를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펼쳐낸다. 그렇게 완성한 의상은 각각이 하나의 작품이자 한데 모여 아방가르드적 미학을 보여주는 동시대적 예술이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감각을 더해 브랜드의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송 대표는 2025년, 또 다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2025년 S/S 시즌을 시작으로 여성복을 선보이며 한 차원 높은 아트 패션을 구현하게 된 것. 브랜드 론칭 초창기부터 늘 그려왔던 송지오만의 여성복은 아방가르드한 우아함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한층 독창적이고 극적인 매혹을 선사할 예정이다. “오랜 기간 최고의 남성복 브랜드로 인정받아온 만큼 이제는 ‘가장 여성스러운’ 옷을 만드는 브랜드로도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인식되길 바라고요. 오는 7월에는 파리에 여성복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인데, 아마도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이후 뉴욕에도 남성복과 여성복은 물론 아트를 결합한 복합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고요. 오래도록 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로 멋진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융합.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이고, ‘에지edges’ 있으면서 부드럽고,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인 스타일을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한 끗’이다.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떠오르는 이들이 몇 있는데, 최근 작고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그중 한 명이다. 그가 남긴 영화의 많은 장면과 분위기, 대사와 음악 등은 감각적인 자극이 되기도 하고, 아트적인 영감이 되기도 한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15년 정도 된 송지오 재킷. 송지오 선생님이 직접 만들어주셨다. 중학생 때부터 체격이 큰 편이었는데, 그래서 그 때 맞춘 옷이 지금도 여전히 잘 맞는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내 옷은 모두 ‘송지오’였고, 그중 여러 벌이 아직도 옷장에 남아 있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블랙 재킷. 블랙은 나에게 그리고 송지오라는 브랜드에 가장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색이라 생각한다. 아방가르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니 실험적 패턴을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실루엣을 찾아내는 시도를 다양하게 해보는데 그런 것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이 블랙이더라.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여러 종류의 펜과 연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일이 많다 보니 다양한 펜과 연필을 항상 가방에 넣 어다닌다. 재킷 주머니에도 언제나 몇 자루씩 꽂혀 있는데, 가끔은 좀 과하게 챙겨 다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쇼핑할 때의 기준은?

글쎄, 특별한 기준을 정해놓진 않는다. 사실 내 옷은 사본 기억이 없다. 늘 송지오의 옷을 입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다만 가끔 어머니의 옷을 사드리곤 하는데, 그럴 땐 디자이너와 옷을 만든 작업자의 세심한 작업 과정이 느껴지는 옷을 고르는 것 같다.


최근에 구입한 것은?

사실 뭘 잘 사는 편이 아니다. 그나마 시장조사를 나가거나 브랜드 매장을 다니다 보면 뭔가 구매해야 할 것 같은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 보통 향초를 선택한다. 사무실에서 주로 향초를 켜놓고 향을 느끼며 일하는 편.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정신이 산만해질 때 가만히 들여다보며 다시 집중할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마르다. 다음 시즌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무화과와 파촐리 향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송지오 선생님 서재에 들어서면 무화과 향이 났다. 그 친숙한 느낌 때문에 지금도 무화과 향에 끌리는 것 같다. 동양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파촐리 향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파촐리 향 디퓨저나 향초를 가져다 두곤 한다.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곳 역시 파촐리 향이 배어 있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최근 선보인 컬렉션이 바로크 시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컬렉션을 준비하며 바로크 음악을 즐겨 들었다. 자주 듣는 음악은 작업하는 컬렉션의 분위기와 테마에 따라 많이 변한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고등학교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표범>이란 책을 최근 다시 꺼내보았다. 이탈리아의 ‘국민 소설’로 불릴 만큼 사랑받아온 책인데, 제목의 ‘표범’은 우리가 떠올리는 표범과는 좀 다르다. 소설 속 귀족 가문의 상징으로,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해태’ 같은 느낌이랄까? 소설은 이탈리아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힘을 잃고 몰락하는 시칠리아 귀족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다. 변화하는 세상 앞에 선 인간의 심정과 고뇌 등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예전에 읽었을 땐 크게 느끼지 못했던 삶의 비애와 교훈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패션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할 것이다. 패션쇼를 준비하며 <8과 1/2>을 꺼내봤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미학적 장면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벨라스케스. 최근 시즌 콘셉트가 바로크여서 한동안 계속 그의 작품을 봤다. 바로크나 르네상스 시대 전후 작가들의 그림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그리고 잠들기 전 하는 일은?

항상 자기 전에 다음 날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정리해둔다. 아침에는 대체로 일찍 일어나 상당히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곧장 출근한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몸을 돌보는 것 이상으로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모든 시간을 내가 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에 맞춰 쓰려 한다. 늘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냉장고 속 필수품은?

컨디션이 좋고 머리가 맑아야 다양한 생각을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먹는 것도 신경 써서 먹으려 한다. 몸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들을 채워놓는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해산물 요리를 좋아하니까,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할 수 있는 흰 살생선 요리를 꼽겠다.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작업실이자 사무실이 나에게 가장 의미가 있다. 몰두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그만큼 더욱 큰 의미를 쌓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최고의 여행 기념품은?

솔직히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본 적은 없다. 여행을 하며 보고, 듣고, 겪고, 느끼는 경험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가끔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 “컬렉션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혹은 “옷이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든다”라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선물을 남겨두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런 피드백이 내겐 가장 감동적이고 고마운 선물이다.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삶의 모든 포커스가 일에 맞춰져 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건, 송지오만의 새로운 아트 패션을 만들어내는 것. 지금은 특히 새롭게 론칭한 여성복 컬렉션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 브랜드 탄생 32년 만에 드디어 여성 컬렉션을 시작하는 것이다. 부드러움과 강인함, 우아함과 전위성, 화려함과 유려함이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선보이려 한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분명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개인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꿈을 크게 가져라”라는 말을 늘 되새기곤 한다.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특별히 다른 모습의 삶을 그려본 적은 없는데, 지금 생각을 해본다면 한적한 자연 속에서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새로운 컬렉션을 앞두고 있거나 혹은 새로운 사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전, 나 스스로 준비가 잘되었다고 느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하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특정한 어떤 것이라기보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모아져 영감이 된다. 마음먹고 영감을 찾아나서야 한다면 미술, 문학,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고전 작품을 참고하는 편이다. 고전은 현대 작품에 비해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낯선 자극으로 다가오기 때문.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진정성 아닐까? 창작자의 깊은 고뇌와 세심한 정성이 담겨 있는 물건과 행위, 그것이 럭셔리라 생각한다.


답변을 마치는 소감은?

직업적 특성상 항상 나 자신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 그리고 일반 대중 등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며 오랜만에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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