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3월호

THE PARISIAN ATELIER

장인에서 예술가로 성장한 마티아스 키스Mathias Kiss는 하늘과 맞닿을 듯한 유리 천장 아래에서 자신만의 하늘을 창조 중이다. 다른 세계로의 통로이자 탈출구를 의미하는 하늘은 문화유산 복원 장인의 길에 들어선 14세부터 현재까지 창작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 꿈과 열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아드리안 보이타스


2층에 위치한 사무실. 식물에 물을 주는 일로 업무를 시작한다.


파리 19구, 대형 나무 출입문에서 ‘키스Kiss’ 이름을 찾아 벨을 누르고 들어가면 문 뒤편에 조용한 로프트 건물 단지가 나타난다. 좁은 폭에 위로 높이 올린 독특한 구조의 5층짜리 건물 중 한 곳에는 프랑스 유명 아티스트 마티아스 키스가 거주하고 있다. 키스는 4년 전 마레 지구에서 이곳을 처음 봤을 당시 유리 천장을 통해 빛이 1층까지 스며드는 열린 공간과 지하를 갤러리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 끌려 이사를 결심했다. “마레 지구도 좋지만 길에 나가면 지인들을 수없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시내 중심에 사는 건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여기도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지하철 역이 보이는 파리이긴 하지만, 출입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마치 시골에서 느껴질 법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 덕에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죠. 최근엔 1층에 있던 주방 가구를 모두 철거하고 작업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공사를 했어요. 저에겐 요리보다 창작의 시간이 더 중요하니까요.”


아틀리에에서 포즈를 취한 마티아스 키스.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 집

위로 여러 층이 겹쳐진 구조의 로프트에서 그의 창작 열정이 미치지 않은 공간은 없다. 1층의 아틀리에 공간은 물론이고 그 위의 사무실, 그리고 욕실과 침실까지 평범한 장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울창한 식물들에 둘러싸인 위층을 사무실이라 표현했지만 책상에 앉아 작품 스케치를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현실이 아닌 영화 세트장과 그 속에서 연기 중인 배우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인다. 한 층 위로 올라가면 나타나는 욕실에도 작품에 자주 쓰이는 테크닉인 거울 모자이크 장식이 적용되어 있고, 옆으로 몸을 틀면 이미 눈에 익은 침대가 자리한 침실이 나온다. 이전 파리 아트바젤의 장외 프로그램이었던 ‘프라이빗 초이스Private Choice’에 전시된 설치물이 아닌가! 여기에 사용된 패브릭 또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에서 작가와 함께 개발한 컬래버레이션 패턴으로 마티아스가 직접 그린 푸른색 대리석 패턴을 패브릭으로 구현한 것이다. 설치 작품 속에서 수면을 하면 어떤 기분일지 절로 상상하게 만드는 인상이다. 여러 층의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진 공간 중에서도 천장의 하늘을 직접 바라볼 수 있는 1층의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장 선호한다는 키스는 작가 생활 20년 동안 메인 주제로 사용한 하늘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설명했다. “엄격한 견습 제도와 그에 따른 규범에서 벗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고전주의 스타일의 하늘에서 모자이크 픽셀로 연출한 하늘로 발전하기까지 말이에요. 탈출과 해방을 의미하는 하늘을 직접 바라보고 있으면 아이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하늘을 보면서 하늘을 그릴 수 있는 이곳은 저에게 놀이터 같은 공간이죠.” 그야말로 여기는 장인이 살아가는 집이자, 때로는 아티스트의 상상력이 구현되는 공간으로,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오로지 창작에만 헌신할 수 있는 아틀리에인 셈이다.


아틀리에가 내려다보이는 구조의 사무실. 흰색으로 칠한 바닥과 무성한 초록 식물, 빈티지 소품들의 조합이 재미있다.



하늘을 주제로 완성된 작품들과 작품을 배경으로 한 마티아스의 모습.



크리스토플의 캔들 홀더. 작가의 손에 끼워진 반지 ’90 데그레90 Degrés’ 또한 웨어러블 아트 피스로 프랑스 보석 브랜드

세골렌 당글르테르Ségolène Dangleterre와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작가의 성격을 보여주는 정렬된 작업 도구들.



예술 세계에 대한 전망, 퍼스펙티브

최근 가장 흥미로왔던 작업을 묻자 그는 지난 1월, 파리 디자인 위크에 선보였던 금·은세공 하우스 크리스토플과의 협업 컬렉션인 ‘퍼스펙티브Perspectives’를 꼽았다. 브랜드의 전통적인 이미지에 혁신을 더하는 데 집중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표 에밀리 비르아게Emilie Viargues의 파격적인 결정에 따라 카르트 블랑슈(전권 위임)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컬렉션은 200년 역사를 가진 메종의 전통에 컨템퍼러리 디자인이 훌륭하게 적용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마티아스 키스 역시 처음으로 일상의 오브제를 만들었다는 점에 매우 보람을 느꼈다. “뮤지엄의 초대를 받아 전시를 하고, 유명 브랜드들의 요청으로 세트 디자인을 해보기도 했고, 리미티드 에디션의 피에르 아르디 신발을 제작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서 좋았지만 그들이 작품을 직접 소유하고 공감하기 위한 문턱이 높다는 점이 늘 아쉬웠죠. 누구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이번 크리스토플 작은 캔들 홀더의 경우 275유로로 접근이 용이하고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오브제라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합니다.” 틀에 벗어나는 행동과 작업을 추구하는 작가의 방향성과 비전이 맞은 브랜드의 협업은 1년간의 준비 기간이 헛되지 않게 대성공이었다. 지그재그로 비틀어진 액자가 은빛 촛대와 화병으로 구현된 ‘퍼스펙티브’는 장난기가 섞인 현대적 미학과 더불어 2세기가 넘는 메종의 전통과 기술로 인해 특별한 우아함도 간직했다.


지하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 . 화이트 큐브 양쪽에 마주하고 있는 강렬한 두 아트 피스를 통해

관객은 디지털 기계의 인공적 미학에 적응하고 명상적 경험까지 하게 된다. 갤러리는 누구나 예약을 한 후 방문할 수 있다.



아웃 오브 프레임의 삶

이런 결과물들은 어쩌면 마티아스 키스가 정규 미술대학 과정을 수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직업을 결정할 수 있는 프랑스 교육과정에 맞춰 일찍이 기술학교에서 건축 복원술을 익힌 그는 14세에 역사에 기록된 매뉴얼대로 훼손된 벽화를 재현하고, 몰딩 장식을 다시 제작하는 등의 작업을 시작했다. 대단한 테크닉을 배울 수 있었음에도 한편으로는 창의성을 표출할 수 없다는 게 그에겐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을 하면 할수록 가짜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프랑스어 표현 중에 규율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뜻으로 ‘프레임에 맞춰야 해Dans le cadre’라는 말이 쓰이는데 건축 복원 장인의 일은 규율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해요. 예를 들어 대리석 패턴을 파란색으로 칠해보고 싶은데 그런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요.” 그래서 스스로 그 프레임을 탈출하고 푸른색의 마블 패턴을 만들 수 있는 예술가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뒤샹이 되고 싶다면 안티-뒤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대학 학위 대신 그와 동등한 가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아티스트가 된 것은 나만의 개성이자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믿어요.” 실제로 과거의 경험 덕에 그의 작품들은 건축적이면서 실내장식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집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해야 하는 장소가 있다면 바로 지하 갤러리다. 설치작품 속에 살고 싶은 작가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지하 공간에서는 스스로가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작품을 설명한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프랑스 작가 장-피에르 레이노Jean-Pierre Raynaud(우리에겐 하나은행 ‘빅 팟 BigPot’ 광고에 사용된 빨간색 거대한 화분으로 친숙한)가 1974년 흰색 타일로 ‘자신의 집’을 지은 것처럼 마티아스 키스는 자신의 설치 작품으로 집과 아틀리에와 갤러리의 경계를 아우르는 독특한 환경을 구축하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 중이다.


마티아스 키스는 틀을 벗어난 생각과 시도에 거리낌이 없다. 침구 또한 틀에서 벗어난 형태를 보여준다.

패브릭의 푸른 마블 패턴부터 침구의 완성까지 직접 관여했다.



WRITER  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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