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3월호

나만의 럭셔리를 위한 길라잡이, 손이천

미술 컬렉션은 소수만을 위한 럭셔리가 아니다. 예산 한도 내에서 각자의 컬렉션을 추구하며 누구나 자신만의 럭셔리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미술 컬렉션은 취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우리나라 경매 문화를 이끌고 있는 K옥션 손이천 수석 경매사와의 만남.

EDITOR 박이현 PHOTOGRAPHER 이창화


손이천  학부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석사과정으로 예술 기획을 전공한 뒤 2009년 K옥션 홍보팀에 입사했다. 입사 1년 차에 대표이사의 권유로 미술품 경매사 모집에 지원, 6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은 후 2010년 6월 경매사로 데뷔했다.


미술 컬렉션과 경매는 ‘소수만을 위한 럭셔리’라고 오해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술 작품 컬렉션은 럭셔리의 최정점으로 불립니다. 물론 미술 작품에 버금가는 고가의 물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하이 주얼리 브랜드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의 훌륭한 제품을 선보이죠. 그런데도 미술 작품이 럭셔리의 최정점인 것은 취향과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술 컬렉션은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좋은 차와 보석은 보여주기 위한 과시가 쉽지만 미술품은 그렇지 않죠. 미술품 수집은 정말 좋아해야 할 수 있어요. 미술 작품의 가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큰 자산가라고 할지라도 집에 그림 한 점 안 거는 경우가 많잖아요. 미적 감각은 저마다 다르고 정답이 없습니다. 럭셔리에는 객관적 지표가 없는지라, 자신만의 럭셔리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럭셔리는 연봉과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실용성과 기능성은 배제된 특별한 부분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럭셔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우리 회사에서도 Z세대 직원들이 컬렉팅하는 것을 발견하고 반가웠어요.


최근 세계 각국에서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컬렉션 고수일수록 불경기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불경기라고 해서 시장에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코로나 19 이후 경제가치가 반 토막 났지만, 이후 호황이 왔기 때문에 곧 다시 호황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는 합니다. 경매 회사 고객은 위탁자와 낙찰자(컬렉터)로 나뉩니다. 좋은 작품을 가진 분이 굳이 불경기에 내놓을 필요는 없겠지요. 지금 시기에 사면 좋다는 의견은 호황 때보다 경합이 덜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매의 묘미는 경합인데, 요즘 같은 때는 좋은 가격에 팔기가 힘듭니다. 반대로 낙찰자는 경쟁 없이 구입할 가능성이 높죠. 위탁자 입장에서 보면 더 고가에 못 팔기 때문에 망설이게 되고요. 그렇지만 여러 사정으로 위탁자가 좋은 작품을 내놓는 일은 항상 발생하고 그럴 때는 거품 빠진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가격이 높거나 이미지가 안 좋으면 안 팔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예로, 이번 K옥션 경매에 르누아르의 정물화가 10억 원에 출품되었는데, 4년 전 6억5000만 원을 기록했던 작품입니다.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불경기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합이 안 될 것으로 예상해서 아예 입찰가를 높였을 수도 있습니다.


컬렉터의 이상적 태도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2차 시장인 경매에서 일하는 전문가로서 미술품이 자산으로서 안정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작품을 구입할 때 아트 테크만을 위한 목적은 반대합니다. 컬렉션은 미학적, 자산 가치적 측면을 모두 가집니다. 미학적 측면이라면 내가 좋아서 수집하는 것이에요.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힐링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에 나중에 돈이 안 되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우선시됩니다. 포켓 사이즈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효용 가치를 얻기 때문에 자산 가치적 목적으로만 본다면 범위가 대단히 제한적이에요. 미술 시장은 불황과 호황이 반복됩니다. 호황일 때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젊은 작가들이 등장합니다. 최근 주목받은 우국원, 장마리아, 김선우같이 젊은 작가의 작품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과거 첫 호황기에도 있었지요. 그때도 매일매일 작품 가격이 오르고, 작품을 사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 과거 그 작가들의 작품은 안 팔립니다. 젊은 작가 작품은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있어요. 과거 호황기에는 1960~1970년대생인 당시 30~40대 작가들이 인기가 있었고, 지금은 1980~1990년생 컬렉터들이 또래 작가들과 소통을 즐깁니다. 젊은 컬렉터는 거장을 만나기 쉽지 않지만, 젊은 작가를 만날 기회는 많으니까요. 동시대 미술을 수집한다는 건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작품 구매를 통해 작가를 후원하며 같이 성장하는 거예요. 젊은 작가들이 단색화 거장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처럼 성장하고 예술사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계 3대 경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와 비교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K옥션만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경매 회사들과 비교해 국내 경매 회사로서의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작가의 발 빠른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고, 작품 수급이 수월한 것이죠. 한국 작가의 작품이 홍콩이나 뉴욕 경매에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 작가에게 포커스가 맞춰지지는 않아요. 그래서 한국의 흐름을 보고 좋은 작가를 만나려면 국내 경매를 추천합니다. 글로벌 경매 회사도 한국에 지사가 있어 프리뷰 전시를 하지만 경매는 해외에서 하며, 경매 출품 작품보다는 프라이빗 세일즈가 많아요. K옥션에서는 직접 경매를 경험하기에 수월하고 살 만한 작품도 많습니다. 요즘은 이배 작가의 작품이 인기가 높은데, 시장이 안 좋아도 프라이머리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니까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어요. 그럼에도 이배 작품도 이미지가 좋아야 팔립니다. 컬렉터가 가장 스마트하죠. 냉정하게 보고 구입합니다.


미술계는 크게 1차 시장인 갤러리와 아트페어, 2차 시장인 경매로 나뉩니다. 21세기 경매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사실 큰 변화가 없습니다. 중계하는 역할이죠. 화랑도 전시 판매가 우선이지만 많은 화랑이 세컨더리 판매도 합니다. 가장 규모가 큰 2차 시장이 경매인데요. 경매는 공개적으로 열리는 시장이기에, 미술 접근을 어려워하는 대중에게 유리합니다. 미술품의 작품 가격은 ‘가심비’예요. 합리적일 수가 없죠. 나의 가심비를 충족시키는 작품을 사면 됩니다. 매년 아트 마켓 리포트를 발표하는데, 경매는 미술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미술 시장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는 역할이지요. 경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시장입니다. 컬렉션이 부자의 전유물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보통 사람의 경제적 범위 내에서 살 수 있는 작품도 많습니다.


현대미술과 고미술 작품뿐 아니라 핸드백, 주얼리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경매 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역 확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미술 작품은 영화처럼 대중문화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3년 크리스티 글로벌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경매 회사들에 신규 유입된 고객의 루트는 럭셔리 파트였습니다. 가방, 시계, 와인 같은 분야요. K옥션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소비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비즈니스화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고 매장에서 팔아 곧바로 현금화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매에 올리려면 시계와 보석의 진위 감정을 해야 하는데 시장이 크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2009년 K옥션 입사 이후 현장에서 느낀 우리나라 경매시장의 진화가 궁금합니다.

일단 경매가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연 4회 정도였지만, 지금은 한 달에 기본 7회 열립니다. 코로나 19 이후 미술 시장 정보에 대한 접근이 대단히 쉬워졌어요. 2010년 스마트폰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전에는 종사자와 네트워크가 있는 소수에게만 허용되었던 정보가 이제는 세계 누구에게나 제공됩니다. 미술 시장은 일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컬렉터에게 이 같은 변화는 큰 혜택입니다.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십억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어요.


고수 미술 애호가와 초보 미술 애호가에게 각각 해주시고 싶은 조언이 다르리라고 봅니다.

고수에게는 조언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웃음) 경험이 없는 초보에게는 미술 시장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모든 분야에 사기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미술품을 매개로 한 시장이 호황일 때 사기는 언제나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는 신뢰도가 높은 곳을 통해 구입해야 합니다. 작품으로 돈 벌 생각이 없고 미학적 측면에서 소장하고 싶다면 상관없지만, 소중한 돈을 투자하면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로 아무 곳에서나 사면 안 됩니다. 일확천금이란 없습니다. 진실한 조언을 해주는 어드바이저가 있다면 소장과 향유에 유리하겠지요.


50% 미학적 가치, 50% 투자가치를 기대한다면요?

이런 경우에는 진정한 50%가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예산 대비 투자의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누구도 100% 수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단, 객관적 정보를 드릴 수는 있죠. 시장 흐름에 따른 객관적 수치는 말씀드릴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미술 작품은 다른 자산에 비해서는 객관화하기 어려워요. 삼성전자 한 주와 김환기 작품은 다르죠. 자산적 가치에 취향이 플러스됩니다. 심미성을 충족시키면서 투자적 가치를 완성하려면 구사마 야요이같이 정말 시장에서 안정적 위치에 있는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야 해요. 하지만 이미 블루칩 작가도 지금 같은 불황에는 드라마틱한 상승은 못 이끌어내죠. 2021~2022년 2억 원이었던 구사마 야요이 판화가 지금은 6000만 원 수준입니다. 주식이랑 투자 심리는 비슷합니다. 미술 시장에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있어요. 안 사면 나만 뒤처질 것 같아서 거품이 있을 때 사는 경우가 많죠. 경험을 해봐야 이해할 수 있어요. 실수도 하고 손해도 보고 다시 오르기도 하고, 이런 여러 경험을 한 사람만이 오랫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단, 빚을 낸 사람은 버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왜 예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19 시기를 겪으면서 증명되었어요. 많은 이가 해외도 못 나가고 공연도 못 봤지만, 대신 미술 관람 인구가 늘어났습니다. 그 시점을 계기로 미술 감상 문화의 저변이 확대됐어요. 전시장은 멋진 작품도 많고 인스타그래머블합니다. 미술은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고, 투자가치도 있습니다. 예술은 해소되지 않은 현대인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죠. 사회문제와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고요. 다만 작품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상대는 아닙니다. 미술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올해 K옥션은 어떤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고 있나요?

젊은 인재를 채용하고 교육을 시킬 계획입니다. 불경기일수록 영어를 잘하고, 미술 시장을 잘 아는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해서 호황기에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해요. 우리의 인재상은 겸손하고, 스마트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석 경매사로서, 미술 전문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경매사로서 목표는 미술품 경매의 대명사로 인정받는 것이에요. 또 미술 시장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를 알리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컬렉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 찾아오는 그런 사람. K옥션과 저를 통해 초보 컬렉터의 피해가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WRITER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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