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3월호

프레스티지 주류의 선봉장, 프란츠 호튼

로얄살루트, 페리에 주에, 발렌타인 등 럭셔리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주류를 소개해온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수장 프란츠 호튼은 한국을 시장의 강력한 트렌드세터로 뽑는다. ‘덜 마시지만 더 좋은 제품을 찾는’ 가치 중심의 소비 패턴이 한국 프리미엄 주류 시장의 내일을 그릴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프란츠 호튼이 말하는 주류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 차세대 럭셔리에 대하여.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이경옥


프란츠 호튼  1995년 페르노Pernod의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해 무려 30여 년간 페르노리카 그룹에서 마케팅과 영업 관련 경력을 쌓았다. 이후 10년간 온·오프 트레이드 디렉터와 영업·마케팅 디렉터로 활동해 와인 및 스피리츠 유통에 대한 지식과 인사이트를 길렀다. 2014년 페르노리카 홍콩 & 마카오 지사의 대표로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페르노리카 아시아에 합류했다. 2021년부터 페르노리카 코리아 신임 대표로 선임되어 재직 중이다.



페르노리카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30여 년 동안 페르노리카에서 일해온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그룹의 정체성과 기업 지향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계실 테고요.

저는 페르노리카의 구성원을 “유쾌함을 만드는 사람들Créateurs de Convivialité”이라 표현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병에 담긴 술 그 이상의 것을 다루는 집단이라 믿기 때문이죠. 말씀하셨듯 페르노리카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룹에 30여 년간 몸담으면서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룹이 50년 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아보자면, 창립자가 구축해온 신념과 독특한 기업 문화가 계승,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키워드로 정리하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역량 강화empowerment, 글로벌 비전과 지역 시장에 대한 지속 가능한 맞춤형 접근excellence and extra mile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쾌한 문화가 페르노리카의 정체성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여러 주류업계 종사자들이 한국의 주류 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위스키나 샴페인 시장에서는 ‘다크호스’라 지목받고 있고요.

코로나 19 이후 한국 주류 시장은 이례적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정상화 과정에 있으며 동시에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의 양적·질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새로운 소비 세대의 등장과 와인 및 스피리츠에 대한 소비 패턴 변화가 시장을 회복하는 키포인트가 될 겁니다. 주류 시장에 등장할 신규 세대를 중심으로 와인과 스피리츠를 향한 그들의 소비 욕구와 소비 패턴이 주류업계로 하여금 제품의 프리미엄화와 혁신을 시도하게 만들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도 제품의 프리미엄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고요. 한국 주류 시장을 개괄해본다면 인터내셔널 와인 & 스피리츠 시장은 여전히 협소하지만, 위스키 시장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최근 발생한 하이볼 트렌드를 중심으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죠. 샴페인, 진, 테킬라 같은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 역시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고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한국의 현 상황상 시장의 장기적 비전을 섣불리 단정 짓기에는 사뭇 조심스럽습니다만, 한국이 강력한 트렌드세터라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 역시 ‘덜 마시지만 더 좋은 제품을 찾는’ 가치 중심의 소비 패턴이 자리 잡고 있어 프리미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리라 봅니다. 페르노리카 역시 2022년 ‘르서클 프라이빗 클럽’을 테마로 론칭한 프레스티지 & 럭셔리 비즈니스가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죠.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페리에 주에 등 럭셔리 주류를 기반으로 프레스티지·프리미엄 주류업계의 선두 주자로 자리해왔습니다. 어떠한 점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고 생각하시나요?

클래식 브랜드들은 풍부한 역사와 전통의 헤리티지와 일관된 품질을 기반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아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과 성공에만 의존해선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어요. 미래 세대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를 탐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로 ‘헤리티지’와 ‘도전’이라는 두 요소의 균형을 맞춰 기존 브랜드 애호가와 잠재적 소비층 모두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페르노리카의 타개책은 무엇일까요?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이 향유하는 브랜드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는 일명 ‘소셜 럭셔리’를 넘어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한된 유통, 독점성, 강력한 브랜드 콘셉트를 바탕으로 희소성을 강조하는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죠. 페르노리카에서도 ‘몽키 47’ 진, ‘키노비’ 진, ‘멈 RSRV’ 샴페인 같은 부티크 브랜드가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고요. 이들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수만이 공유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거죠. 저는 이를 ‘부티크 럭셔리’라 부르고 싶습니다. 위스키 시장 역시 흡사해요. 희소성과 정통성을 동시에 갖춘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페르노리카가 ‘롱몬’ 몰트위스키와 ‘캐퍼도닉’ 몰트위스키를 한국에 론칭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두 위스키 모두 장인 정신과 희귀성,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독점성 있는 제품인 데다 이미 대중적인 명품 위스키와 달리 소수의 애호가들에게 마치 특권을 향유하는 듯한 특별함까지 선사하니까요.




올해 주류 트렌드의 핵심 화두를 예상해본다면요?

2025년 주류 시장의 핵심은 ‘진정성’, ‘혁신’ 그리고 ‘지속 가능성’입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에 공감하며 더 깊은 연결을 원하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일 테고요.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열정이 담긴 이야기에 공감하며 정서적인 소통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브랜드 스토리를 어떻게 와닿게 하느냐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죠. 글로벌 테이스트 퓨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세계 각국의 고유한 맛을 조합한 퓨전 칵테일이 인기를 끌며, 감칠맛을 살린 음료나 독특한 재료 조합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레시피에서 벗어나 색다른 맛과 향을 제공하는 주류 제품이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겁니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도수 주류의 인기도 계속될 거고요. 나아가 단순히 도수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정교한 맛과 풍미를 제공하는 제품의 니즈가 높아질 겁니다. 특히 작년을 기점으로 다이닝 문화를 향해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진 점 역시 이런 트렌드의 주요 요인 중 하나죠.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음주 문화를 위한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2월에 개최한 ‘SIP 슈퍼노바 칵테일 그랑프리’ 역시 주류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젝트로 이해됩니다. 특히 대표님께서 올해 주목해야 할 프로젝트로 선정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이 갑니다.

SIP 슈퍼노바 칵테일 그랑프리는 지속 가능한 바텐딩을 이끌어갈 차세대 바텐더를 발굴하고자 개최한 페르노리카 그룹 최초의 국제 바텐딩 대회입니다. 총 114명의 바텐더가 참가했고 8명의 바텐더가 한국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심사 위원으로는 월드 베스트 및 아시아 베스트 바에 오른 시니어 바텐더들이 함께했죠. 최종 선정된 바텐더 3인은 내년 4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국제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9개국의 바텐더들과 경쟁하게 될 겁니다. 페르노리카는 해당 대회를 향후 지속 가능한 바텐딩 문화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프레스티지·프리미엄 주류업계에서 최고 품질의 브랜드라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고객 경험의 향상은 물론, 향후 바텐딩 업계와의 지속 가능한 교류까지 기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책임 음주Drink Responsibly’ 운동을 빼놓을 수 없죠. 실제 책임 음주 관련 활동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이기도 하고요.

페르노리카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하고, 안전하면서도 즐거운 방식으로 술을 즐길 수 있도록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음주 문화를 정착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건강한 음주 문화는 소비자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니까요.


<럭셔리>는 2025년, 창간 24주년을 맞이합니다. 축하의 순간을 위해 어울리는 한 가지 술을 제안해본다면?

<럭셔리>라면 단연코 답은 하나겠네요.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 오드 아 라 뇌튀르 리벨룰 by 아틀리에 몬텍스’죠. 샤넬의 자수 공방인 아틀리에 몬텍스와 협업해 완성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전 세계 단 10병만 한정 생산한 술입니다. 럭셔리의 가치에 더없이 적절하게 부합하는 프레스티지 퀴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짓궂은 질문일 테지만, 페르노리카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면요?

어떤 상황인지, 혹은 누구와 만나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하나를 꼽는 대신 제 루틴으로 답을 대신해보겠습니다.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실 때면 ‘리카Ricard’ 한 잔을, 메뉴로 굴 혹은 해산물이 나온다면 ‘메종 멈 RSRV 블랑 드 블랑’을 페어링합니다. ‘호요 데 몬테레이 에피큐어’ 시가에는 두말할 것 없이 ‘발렌타인 싱글몰트 글렌버기 15년’을 고르죠. 모두 제가 즐기는 루틴입니다. 답이 됐을까요?(웃음)


개인적으로 소장 중인 주류 컬렉션도 궁금합니다.

당연히 페르노리카 브랜드가 대다수지만, 제가 프랑스 에피큐리언epicurean이니만큼 주로 보르도와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프랑스 와인도 여럿 소장하고 있어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고급 와인, 카사 안티노리Casa Antinori나 베가 실리시아Vega Silicia의 ‘티냐넬로 & 솔라이아Tignanello & Solaia’ 와인도 즐겨 마시는 편이고요. 하지만 제게 가장 소중한 건 ‘마르텔 코냑 보더리Martell Cognac Borderies’를 보틀링한 와인입니다. 제 아이들이 태어난 해인 2001년과 2002년의 빈티지를 블렌딩했거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럭셔리 산업을 이끄는 리더 중 한 명으로서 당신에게 ‘럭셔리’란 과연 무엇인가요?

순간을 만끽하는 즐거움. 제게 럭셔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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