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존재 너머 큰 세상을 발견하는, 스다 요시히로



스다 요시히로Suda Yoshihiro는 일본 전통 목조각을 바탕으로 극사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조각을 만들어내는 일본의 중견 예술가다. 스스로 목조 기술을 터득한 작가는 박나무를 재료로 삼아 다양한 꽃과 식물, 동물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박한 존재를 실물에 가까운 정교한 조각 작품으로 구현해낸다. 그는 예리한 관찰력과 디테일을 살려 정교하게 나무를 깎아내는 기술로도 유명하지만 실물 크기로 제작, 채색까지 그대로 재현한 잡초와 꽃 한 송이 등을 벽의 갈라진 틈이나 창틀 등 예상치 못한, 혹은 지나치기 쉬운 공간에 절묘하게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는 관람객이 뜻밖의 장소에서 익숙한 식물을 맞닥뜨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안하는 데 의의가 있다. 스다 요시히로가 소속된 엘비라 곤잘레스 갤러리Elvira González Gallery에 따르면, 작가는 “저는 작은 것을 조각합니다. 때로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존재들이지만 공간을 감상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예술이 우리의 관점과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예술은 우리가 다른 방법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렇게 그는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와 관람객 사이의 만남의 장이자 매개체로 생각한다. 자그마한 식물 같은 존재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관람자의 선입견을 거스르는 작품을 제안하는 작가 덕분에 우리는 그의 작품을 계기로 작품을 보는 방식을 확장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존재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을 성찰할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 스다 요시히로의 개인전(~2월 2일)이 도쿄 시부야에 있는 쇼토미술관The Shoto Museum of Art에서 열리고 있다. 도쿄 내의 미술관에서는 25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 전시는 그의 초기작과 드로잉은 물론, 최근 몰두하고 있는 시리즈이자 고미술품의 결손 부분을 목조각으로 보완하는 작품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신작까지 스다 요시히로의 다양한 면모를 집중 조명한다. 타마 미술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다 수업 시간에 조각을 접한 후 목조각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스다 요시히로가 학창 시절에 제작한 희귀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쇼토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이자 일본에서 ‘철학의 건축가’로 불리는 시라이 세이이치Shirai Seiichi의 공간에서 설치 작품의 일부로 자리한 스다 요시히로의 독특한 접근 방식 또한 이번 전시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스다 요시히로 1969년 일본 태생. 파리 팔레 드 도쿄, 도쿄 모리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 무대에서도 이름을 떨친 일본의 중견 작가다.
자연물로 구축한 멈추지 않는 생태계, 와타나베 시오리



와타나베 시오리Watanabe Shiori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에 집중하며 인간 대인 관계에 내재한 문제, 일본의 생태계를 형성해온 자연과 인간 사이의 역학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 세계를 펼쳐 나가는 작가다. 지난해 12월 26일까지 도쿄 시세이도 갤러리에서 개최한 개인전 <숙宿>에서 작가는 자연물을 사용해 직접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낸 작업을 선보이며 자연, 인간을 둘러싼 모든 관계를 ‘숙(거주 또는 거처)’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나섰다. 작가의 대표작이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Sans Room’(2017~)은 수경 재배 온실과 물탱크를 순환 튜브를 통해 서로 다른 수조로 분리, 연결해 물과 박테리아가 순환하도록 만든 인공 시스템으로, 인류가 멸종한 후에도 생명체들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자율 생태계를 구축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위해 시오리는 도쿄 황궁에서 식물, 물고기, 박테리아 등을 수집해 스튜디오로 가져오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전력이 지속되는 한 사라질 리 없는 인공 시스템 안에서 식물, 물고기, 박테리아 등이 영역을 확장하거나 밀려나며 마치 인간세계처럼 복잡한 투쟁을 보여주었고, 이 과정에서 작가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킹과 수평적인 물 순환 과정을 통해 위계적 정치를 비판하고 페미니즘 이슈를 연결하는 등 인간 사회를 포함한 이상적 생태의 모습을 파고든다.
와타나베 시오리 1984년 일본 태생.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3331 아트 치요다Arts Chiyoda, S.Y.P 아트 스페이스, SACS 등 도쿄의 다양한 예술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인간 세상을 형성하는 유무형의 힘, ‘MAM 스크린’ 프로젝트


도쿄 현대미술 신을 이끄는 모리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MAM 스크린’ 프로젝트
일상 오브제로 창조해낸 새로운 세상, 모리 유코



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미술가인 모리 유코Mohri Yuko는 ‘2024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로 참여해 썩어가는 과일을 연결한 전기 시스템을 만든 작품으로 분열과 갈등을 겪는 동시대인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질문하며 국제 무대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모리 유코는 전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여러 일상용품 등 레디메이드 오브제와 기계 부품, 악기 등을 결합해 키네틱 조각, 사운드 설치 등 소리와 동작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을 제작하며 공기, 먼지, 물, 온·습도, 빛, 자력, 중력, 풍력 등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 무형적, 비가시적 에너지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주목한다. 이러한 존재들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흐름과 변화하는 요소에 권한과 형태를 부여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사물 사이 다양한 측면을 강조한다. 악기를 사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이를 나중에 전기 전류로 변환해 예측할 수 없는 구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일시적 현상에 초점을 맞춘 모리 유코의 작품들은 주변 공간의 임의적 요소에 반응해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유기적 공간으로 변화하며, 서로 다른 기계 요소로 이루어진 모리 유코만의 독립 생태계를 완성해낸다.
지금 도쿄 아티존 미술관에서 모리 유코의 개인전
모리 유코 1980년 일본 태생. 2015년 일본의 저명한 예술상인 닛산 아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2024년에는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오는 2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4: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에 참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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