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영은 한일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뜨겁던 2002년, 전라남도 나주시에서 태어났다. 안세영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아마추어 권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며, 어머니는 체조 선수였다. 운동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우수한 운동 DNA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타고난 체력,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연성은 그 어떤 선수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드민턴 동호인이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린 시절 라켓을 잡은 안세영은 본격적으로 배드민턴을 배우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 때 나주에서 배드민턴 명문 학교인 최용호 감독의 광주 풍암초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풍암초 2학년 때 안세영은 심한 스트레스로 운동을 그만둘 위기에 처했으나 감독의 “너 공부로 세계 1등 할 수 있어? 배드민턴으로 세계 1등 시켜줄게”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운동을 직업으로 삼겠노라 다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단식 선수로 개인전 금메달을 휩쓸고, 광주체중 시절 역시 단식과 복식을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따거나 입상권 순위를 놓치지 않던 안세영은 2017년 12월 중학교 3학년 신분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다. 당시 만 15세의 참가 선수 중 최연소로 현역 실업팀 선수들이자 세계 랭킹 상위권인 국가대표 선배들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며,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단식 조 1위로 통과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중학교 3학년 단식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승률 100%를 거둔 것은 대한민국 배드민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던 안세영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안세영은 32강전 첫 경기에서 당시 세계 5위이던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해 단 1경기 만에 짐을 싸야 했다. 또한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에서도 안세영은 천적인 천위페이를 8강전에서 만나 0-2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당시 천위페이는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제1인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중국의 천위페이와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 한국의 안세영이 3강 체제를 굳히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안세영은 드디어 2023년 3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120년 역사의 전영 오픈 배드민턴 선수권대회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다. 그해 8월 세계선수권에서도 천위페이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 역시 우승을 차지했다. 안세영이 천위페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결정적 경기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이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와의 결승전에서 1세트 막판 무릎 부상을 입었음에도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2-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내 우리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마침내 2024년 8월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은 중국의 허빙자오를 2-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안세영의 금메달은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의 금메달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이며, 여자 단식으로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의 금메달이다. 그러나 20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 결코 그의 최종 결과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안세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2025년 중국에서 개최될 아시아 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배드민턴 ‘그랜드슬램’의 퍼즐이 완성된다. 나아가 2028년 LA 올림픽에서도 또 한 번의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안세영을 ‘배드민턴 천재’라 부른다. 배드민턴 전문가들은 안세영이 “마치 상대방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다는 것 같다”라며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상대보다 한 발짝 더 뛰는 끈질긴 체력과 끈끈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넓은 코트 커버력을 보유해 상대의 범실을 유도해내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일품이다. 흔히들 안세영을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 표현한다. 그만큼 안세영은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건 안세영이 타고난 소질에 자만하지 않는 지독한 연습 벌레라는 점이다. 운동 중독이라 할 만큼 안세영은 노력에서도 남다르다 할 수 있다. 안세영은 “나는 꼭 빛날 거고 언젠가도 빛날 거야”라고 생각하고 주문한다. 그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이미 화려하게 빛났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4년 뒤에도, 그 다음 4년 뒤에도 안세영의 빛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안세영, 당신은 우리의 빛이야.”

김기원 스포츠 전문잡지 기자와 편집장을 거쳤고 <월간 배드민턴>을 비롯해 스쿼시, 야구, 테니스 등 스포츠 전문 주간·월간지를 발행하며 스포츠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한국잡지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잡지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 구축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WRITER 김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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