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필우 대표, 디렉터, 디자이너, 편집장, 에디터. 이름은 하나인데 앞에 붙는 직함은 여러 개다. ‘반드시 필必, 도울 우佑’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탓인지 부탁을 받으면 거절 못하는 성격을 지녔고, 이 때문에 남의 일을 돕고 함께하는 데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다.
글로벌 아트 에이전시 ‘핀즐Pinzl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남필우는 본업 외에도 몇 개의 직함을 더 갖고 있다. 독립 출판사 겸 디자인 스튜디오인 폴라웍스아트코의 운영자이자 필름 사진을 이야기하는 매거진 <hep>

집에는 그의 취향과 애호가 담긴 수집품이 가득하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이들과도 이 공간의 충만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지난여름에는 성수동에서 열린 ‘라이프집 집들이’ 팝업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들과 집에서의 시간을 공유했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 흔히 말하는 ‘믹스 매치’라고도 할 수 있겠다. 특히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옛것’과 ‘오래되어 보이는 요즘 것’의 조합을 좋아한다. 이건 내 인생 전반에 걸쳐 중요한 ‘스타일링’이 되고 있다.

십대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을 만큼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 진심이다. 턴테이블에 바이닐을 올릴 때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유효하다.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데이비드 보위. 뮤지션이라고 규정하기엔 음악, 패션, 퍼포먼스 등 그의 예술적 스펙트럼은 광활하다. 그는 독창적인 개성을 대중에게 어필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마법사’라고 칭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당장 필요한 일이 생겨서 큰 고민 없이 골라 구매하게 된 가죽 서류 가방. 시간이 흐를수록 멋이 더해져 가장 아끼는 아이템 중 하나가 되었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꽤 오래전 파리 여행 중 급하게 필요해서 서류 가방 하나를 샀다. 로컬 브랜드 카타나 파리Katana Paris의 가죽 가방이다. 애지중지할 정도의 가격은 아니어서 다소 험하게 사용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가죽의 멋이 더해져 지금까지 옷장을 지키고 있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의외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템을 좋아한다. 헤어스타일이나 수염 등 다른 요소들이 평범하지 않기에 옷까지 과하면 스스로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 그래서 후디에 하프 팬츠 그리고 반스 스니커즈의 세팅이 제일 끌리지만, 이 질문의 답으로는 좀 특별하게 베이식 셔츠에 스트라이프 넥타이, 하프 팬츠와 티롤리언 슈즈를 꼽고 싶다.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지는 시대. 하지만 과정에 최대한 개입할 수 있는 아날로그를 사랑한다. 필름 사진 특유의 질감과 색감, 불편한 기다림을 좋아하고 즐긴다.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필름 카메라 ‘라이카 미니2’. 멋진 사진을 위한 ‘찰나의 순간’은 우연 속 발견이라 생각하기에 언제 마주할지 모를 그 순간을 위해 항상 가지고 다닌다.
옷을 쇼핑할 때의 기준은?
기본적으로 오래된 것, 오래되어 보이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최근 구입한 파나소닉의 CD 플레이어 겸 라디오. 이 제품을 디자인한 일본 디자이너 니시보리 신은 이후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에게 발탁되어 아이폰과 맥북 등을 함께 디자인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파나소닉 CD 플레이어 겸 라디오. 1990년대 제품인데 디자인이 정말 간결하고 예쁘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비초에 ‘620’ 체어. 라운지체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1인 소파에 가깝다. 회전이 되는 반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디에 놓을지를 오래전부터 그려보고 있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지난 몇 년 동안은 여름에 무조건 메종 마르지엘라의 ‘레플리카 세일링데이’ 향수를 써왔다.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무척 좋아하지만, 여름에 한정된다. 다른 계절에는 이솝의 ‘마라케시 인텐스’를 즐겨 쓴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이와무라 류타의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한병철 작가의 <사물의 소멸>. 현상학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실 한 장은커녕 한 문장조차 읽히지 않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이런 책은 처음이라 오히려 ‘읽어내야지’ 하는 오기가 생기더라.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최근에 <콰드로페니아>를 다시 봤다. 1964년 영국을 배경으로, 내가 좋아하는 ‘베스파’와 ‘람브레타’ 등 당시 모드족의 클래식 스쿠터와 바이크들이 화면 가득 등장한다.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인물들의 패션과 음악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재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당시 젊은이들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회화 드로잉 작품을 가지고 싶다. 그는 마지막 생애 30년간 사진이 아닌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애초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던 그이기에 드로잉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내 인생의 스타를 꼽는다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시도를 하는 모든 예술가를 존경한다.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미디어를 확장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잔잔한 나의 뉴런을 반짝이게 하는 스타라고 볼 수 있겠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부자리 정리.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이부자리 정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곤 한다.
잠들기 전 하는 일은?
키우는 소라게의 어항 온도와 습도를 맞춰준다. 아들이 원해서 우리 집으로 왔지만, 돌보는 것은 결국 내 일이 되어버렸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나는 ‘밥심’으로 산다. 일정이 바빠 수면이 불규칙할 때도 시간에 맞춰 밥을 챙겨 먹는다. 끼니를 거르면 바로 몸살을 앓기 때문.
냉장고 속 필수품은?
레몬. 아들이 레몬을 너무 좋아한다. 덕분에 나도 레몬 에스프레소를 마시게 되었다는 사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가혹하리만큼 어려운 질문이다. 애써 추려본다면 참기름과 간장, 달걀을 넣은 간장달걀비빔밥으로 하겠다. 실제로 입맛이 없거나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을 때 즐겨 해 먹는 음식이다.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는?
도쿄 타워 앞 자전거 주차장.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한 곳이다.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곳이지만 다시 찾을 때마다 당시 나의 결의가 다시금 느껴진다.
최고의 여행 기념품은?
여행지의 플리 마켓에서 재밌는 걸 많이 발견하는 편이다. 그중 특히 마음에 드는 건 핀란드 헬싱키 히에타라하티 벼룩시장에서 사온 아라비아 핀란드의 커피 잔과 소서 세트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뻔한 답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아이가 아닐까? 아이가 이 세상에 오고 나서 인생의 시야가 확 넓어졌다. 가령 내 수명을 길게 잡아 100년이라고 한다면,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그 아이가 사는 기간까지 더해 바라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상상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던 삶의 새로운 경험과 행복을 누리는 중이다.

종이의 물성을 사랑한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 나누고, 소개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뜻을 같이하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세상에 이런 것도 한번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만든 책을 건넨다.
요즘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사진집과 매거진을 준비 중이다. 또 우리 가족의 흥미를 모은 작은 브랜드를 만들었고, 브랜드를 통해 선보일 상품들을 기획하며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꿈을 이야기하는 것. 이룰 수 없는 것일지라도 희망하고 상상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따라서 이런 이야기를 함께 즐기며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와 동료들이 소중하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해주신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 실천하기 굉장히 어려운 말인데, 이를 항상 떠올리며 살아가려 한다.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뮤지션으로 살지 않을까? 다만 여러 일을 하고 있는 지금과 비슷하게 뮤지션으로서도 다양한 밴드, 유닛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탈고 메일을 보내고 난 후, 인쇄소 감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전시 설치를 마치고 새벽에 건물을 나올 때.
나의 영감의 원천은?
오래된 것들 그리고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것들. 일명 아날로그적인 것들이다. 사람이 프로세스에 개입하는,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이 좋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위트. 위트에서 느껴지는 여유는 삶의 자세나 기분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트를 발휘할 수 있는 여유가 곧 럭셔리함이 아닐까 싶다.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