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대표(왼쪽)와 이세민 대표(오른쪽)는 남매다. 모든 남매가 그렇듯이 일상의 대부분을 붙어 있기가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서로의 업무 스타일과 의사 결정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한국 전통주 시장의 성장세는 대단하다. 2018년 456억 원에 불과했던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22년 1629억 원으로 360% 증가했다. 전체 주류 시장 점유율도 2018년 0.5%에서 2022년 1.6%로 300% 이상 늘었다. 성장의 배경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심비’ 소비 트렌드다. 가장 강력한 전통주 수요층은 40대지만 2030의 전통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술마다 개성과 스토리가 있어 발견의 재미가 있었던 데다, 전통주들 역시 와인 못지않은 풍미를 지닌 고가 제품과 저도수 제품, 스파클링 등을 만들면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이런 트렌드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다. 이지민 대표는 10여 년 전 우연히 접한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2014년 전통주 컨설팅 기업인 대동여주도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전통주를 소개하는 콘텐츠 기업이었어요. 그러다 양조장을 컨설팅하고, 제품을 유통하는 단계로 발전했죠. 지금은 전통주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는 집안 식구들이 모두 술을 좋아한다고 했다. 친정뿐 아니라 남편과 시댁도 마찬가지. 처음 일을 시작했던 홍보 대행사에서 와인 브랜드를 맡은 건 어찌 보면 운명적이었다. 2010년대 초반 와인업계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1865’, 허영만 화백의 그림으로 십이간지를 와인 라벨에 새겼던 ‘호랑이 와인’ 등의 주역이 그다.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동료의 권유로 전통주 양조장을 방문했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와인처럼 세련되진 않았지만, 맛이 너무 훌륭한 거예요. 내가 이 시장을 너무 몰랐다 싶었죠. 그때부터 전통주에 푹 빠졌어요.” 전통주 양조장, 그러니까 소규모 주류 면허를 가진 곳은 350곳 이상이다. 이런 전통주 양조장은 맛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으나,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미숙했다. 신규 수요가 없으니 시장의 성장도 더뎠다. 대동여주도가 주력한 건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 층에게 소개하는 것. 웹툰으로 술 콘텐츠를 제작해 젊은 층의 접근도를 높이고, SNS에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우리 술 릴레이 샷 챌린지를 벌이는가 하면, CU와 손잡고 엄선된 전통주 4종을 편의점에서 판매했다. 지난 10여 년간 대동여주도가 알린 전통주만 해도 수천 종이 넘는다. 술의 배경과 스토리, 생산자의 열정까지 함께 소개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좀 더 정서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양조장에 가면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과정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생산자들의 스토리를 함께 전달해야 그 술이 더 특별해져요.” 지난해 10월, 대동여주도는 이지민 대표 외에 새로운 공동대표를 스카우트했다. 친동생인 이세민 대표다. 이세민 대표는 수입차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세일즈와 마케팅을 담당했던 인재다. 동생이 합류 의사를 밝혔을 때 이지민 대표는 반대했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불확실한 스타트업에 뛰어들겠다는 동생을 이해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이세민 대표는 누나 못지않게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었고, 합류 후 사업 영역을 크게 넓혔다. 네이버 웹툰 등의 IP 사업자들과 협력한 상품 개발,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이다. 최근 주류업계를 놀라게 했던 100억 원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주역도 이세민 대표다.

대동여주도는 최근 인기 네이버 웹툰인 <화산귀환>과 협업해 ‘화산귀환 청명주’를 발매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대단한 화제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아직 밝힐 수 없는 IP 사업자, 아티스트들과의 흥미로운 제휴가 계속 기다리고 있다.
요즘 같은 스타트업 빙하기에 100억 원은 대단한 금액이다. 투자를 감행한 신아주그룹은 수입차 수입 사업 등을 진행하는 중견 그룹이다. 대동여주도의 사업 계획을 들은 신아주그룹 문경회 부회장은 전통주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이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양조장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생산자의 마인드와 제품 퀄리티를 감안해 양조장을 선정하고, 이들의 설비 투자와 판매 네트워크 등을 도우려고 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을 대표할 세계적인 주류 브랜드를 육성하고 한국을 대표할 ‘국주’를 만드는 것.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한국 하면 떠오르는 술 말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국내시장은 너무 작다. 국외로 진출해야 하고, 해외에서 유명해져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는다. “뉴욕이 제일 중요해요. 뉴욕의 주요 레스토랑에 전통주를 보급하고 알리는 데 신경쓰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간판 제품을 개발하는 거예요. 고가의 시그너처 제품이 인정 받으면 중저가 제품들도 따라갈 수 있거든요.” 이세민 대표는 말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술로 세계시장을 노리겠다는 건 얼핏 이상적인 얘기 같기도 하다. 과연 와인이나 위스키의 경쟁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만의 ‘카발란’ 위스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사례를 보면 우리 술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지민 대표의 말처럼, 한국 전통주의 세계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전세계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와인 대신 전통주 리스트를 받아 드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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