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린 3D 프린팅을 활용해 조각을 만드는 작가. 전통과 현대라는 경계를 허물며, 한국의 문화를 현대적 미디어 환경과 글로벌한 감각으로 풀어낸다.
잊히는 것들에 대하여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백자처럼 깔끔한 모노톤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추측건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차분해서 그런가 봐요. 하지만 저에겐 화려한 탱화도 멋지게 보입니다. 강렬한 색감이 한국인의 열정을 대변한다고 할까요?”
수린의 작업은 ‘한국적’이란 단어를 제외하고 설명하기 어렵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조각 작품 ‘석탑’이 특히 그렇다. 첫인상만 보면 금방이라도 나, 너, 우리의 행복을 빌어야만 할 것 같다. 전시장에서 석탑 주변에 배치한 신물神物을 닮은 오브제도 마찬가지다. “행복하시고, 부자 되세요” 등의 문구를 표면에 새긴 까닭에 ‘내가 이만큼 당신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느낌도 든다. “어릴 때 가족과 여행하면서 절에 가는 일이 잦았어요. 석탑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기도하는 풍경이 저에게 큰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거기에 자리한다는 것만으로 압도되는 형태가 있다는 믿음도 생겼고요. 시간을 돌이켜보니, ‘복을 비는 행위 중심에 있는 석탑, 동상에 어떤 메커니즘이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작업의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너무 종교적으로 해석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질문을 던져볼게요. 여러분에게 경건, 소망, 바람 같은 단어의 뉘앙스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수린의 작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노라면, 흥미롭게도 만다라가 연상된다. 이러한 묘한 기시감은 좌우대칭, 양옆으로 뻗어 나가는 형상에서 기인한다. 과거 수행자들은 만다라를 그리면서 본질을 찾고자 했는데, 작가 역시 작업하는 동안 내려놓은 고뇌, 관념, 미련 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오브제를 제작할 때 무작정 100개 정도 스케치합니다. ‘반복’을 무언가 내세워야만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는 수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불교적인 개념을 좋아해서 무념 또는 욕망에 얽매이지 않는 상태를 실천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작업하는 공간엔 물건을 거의 두지 않죠. 저는 기본적으로 형형색색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무의식중에 영향을 받아 이미 정해진 길에서 이탈할 수도 있어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디톡스라고 이해하시면 될 거예요.”
럭셔리위크 전시 <만화경Kaleidoskop> 바로 직전 수린은 PBG 한남에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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