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의정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도예가. 고아한 도자기에 과감한 형태, 화려한 패턴, 이질적인 이미지를 입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통해 시대를 매혹시킨다.
견고하고 유연한, 오늘날의 도자

견고한데 유연하다. 도자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흙이 그러하다. 단단하게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굳건하게 역사를 이어가면서도 시대를 흡수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소박한 흙덩이가 물레와 가마를 거쳐 견고한 사물이 되고, 유약과 색을 입으며 또 다른 가치를 획득한다. 과거와 오늘을 잇는 도자, 유의정의 예술은 그렇게 아름답다.
“실질적으로 도자에 관심을 갖고 몰두하게 된 건 대학에 들어가서부터예요. 도자기의 기본 재료인 흙의 물성 자체가 정말 재밌는 거예요. 처음 가마에서 막 구워져 나온 도자기를 꺼냈을 때의 놀라움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제가 주무르던 말랑한 점토가 힘 있게 다져진 자기가 되었잖아요. 머리로 원리를 아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이 있더라고요. 마치 연금술사가 된 기분이랄까. 그렇게 도자가 지닌 양가적 속성, 그 특성에서 피어난 아이러니함에 빠져들었죠. 평생 탐구하고픈 주제를 만난 거예요.”
사실 한국에서 도자기는 쓰임새와 일상성을 지닌 친숙한 매체다. 인간의 삶과 역사가 새겨진 오랜 생활 예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술로서의 도자라고 하면 대부분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 도자의 매력에 단단히 사로잡힌 유의정은 사람들이 이러한 어색함을 지워내길 바란다. 박물관에 진열된 고려청자, 조선백자에 대한 탐구에서 나아가 시대적 언어를 덧입혀 재해석한 ‘오늘날’의 도자기를 만들고 더 많은 이와 향유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예술에서 도자는 ‘장인’이란 이름이 주어지는 분야 중 하나예요. 그만큼 뛰어난 기술과 숙련된 연륜에 대한 존중이 크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통의 역사를 레퍼런스로, 현대인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와 기호를 덧입힌 도자 작품을 만듭니다. 때로는 파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전통에서 크게 빗겨나지 않아요. 흙으로 형태를 만들고, 표현하고 싶은 바를 새겨 넣는 것. 다만 그 표현의 언어가 현대적으로 확장된 것뿐이죠. 전통을 재현하는 완성도는 높여가면서 과감한 조합과 해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더 넓게, 더 새롭게 소통할 수 있는 현대의 형상과 상징을 고민하고 접목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워요. 쉬지 않고 계속 찾아나가려 합니다.”
시대를 떠도는 말과 이야기, 이미지를 관찰·수집하고 지금의 의제와 생각들을 표면에 박제하는 ‘즐거운’ 도자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도자와 세상의 매개자임을 자처한다. 한국의 도자가 역사 속 정물이 아닌 오늘의 향유물이 되길 바라며 그만의 방식과 색으로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열고, 소통의 장에 뛰어든다. 럭셔리위크의 전시 <만화경Kaleidoskop>에서도 조선 왕실의 청화백자를 ‘럭셔리’하게 풀어낸 ‘신-백자청화 운룡문 호’로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이후 갤러리 지우헌에서 기존 백자의 형식을 비틀어 제시하는 <더 백자> 전시를 개최한다. 관람객들은 동시대적 이미지가 전통과 충돌하고 또 융합되는 모습들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도자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을 거듭 떠올립니다. 최근에는 탐구할 거리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서 더욱 더 근본적인 고민이 중요해짐을 느껴요. 도자에 대한 익숙함과 낯섦 사이, 그 경계를 찾아 흔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흙과 함께 매혹의 활동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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