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빈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없는 2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ARD 국제 음악 콩쿠르 1위라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플루티스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수석에 이어 2024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연주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2024년은 당신에게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미국으로 거처를 옮기고, 첫 음반을 발매하고, 이를 기념하는 한국 리사이틀 투어도 열었죠. 소감이 어떤가요?
첫 정식 음반인 만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요. 협업 아티스트 등 녹음 작업에 함께 참여해줄 분들과 일정 조율, 레코딩 홀 선택이 쉽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부천 아트센터의 소공연장에서 음반 녹음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음반 발매 기념 전국 투어 리사이틀과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 공연을 마쳤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돌아와 새 시즌을 준비 중입니다.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첫 정식 음반 <포엠Poème>. 피에르 상캉, 드뷔시, 프랑시스 풀랑크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주요 플루트 레퍼토리를 담고 있다.
첫 음반 발매를 축하해요. 자신을 전 세계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음반인 만큼, 곡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프랑스의 주요 플루트 레퍼토리를 선택한 이유는?
프랑스는 처음으로 외국 생활을 한 나라여서 그런지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에요. 좋아하는 곡 대부분도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이어서 앨범 발매 전에도 ‘올 프렌치’ 곡으로 구성한 리사이틀을 구상하곤 했었죠. 듣는 분들이 너무 낯설게 느끼지 않을 익숙한 작품을 고르자는 생각을 했고, 무엇보다 플루트라는 악기에 대한 거리감을 줄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하고 싶었어요. 바이올린곡으로 유명한 ‘프랑크 소나타’ 역시 그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플루트의 매력으로 풀어내고자 했죠.
2024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플루트 종신 수석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전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7년간 일했는데 어떻게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나요?
베를린에서 보낸 7년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19세의 어린 나이였던 저를 따뜻하게 환영해준 단원 동료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인 베를린에서 신뢰와 애정을 보내준 분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솔리스트로 활동할 때도 항상 내가 몸담은 베를린에 대해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연주를 위해 방문할 때마다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로 이뤄지게 되었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이끄는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Esa Pekka Salonen은 어떤 분인가요? 그리고 2025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에사 페카 살로넨은 엄청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악단을 이끌어가는 대단한 지휘자예요. 아쉽게도 이번이 그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라 더욱 열정적인 프로그램과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마에스트로가 직접 작곡한 곡들도 연주될 예정이고, 음악감독으로 지휘자님이 계실 마지막 주간에는 말러 교향곡 2번을 올릴 계획이에요.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이 엄청난 만큼, 개인적으로도 감정이 뜨거워지는 주간이 될 것 같아요.
플루트는 협주곡이나 독주곡 레퍼토리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인데요. 이런 데서 느끼는 아쉬움, 혹은 반대로 긍적적인 측면이 있다면요?
플루트 레퍼토리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낭만 시대 작곡가의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에요. 브람스나 차이콥스키, 멘델스존 등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플루트를 오케스트라 솔로 악기로는 꽤 많이 사용한 반면 별도로 남긴 플루트 협주곡은 없죠. 이들의 작품을 좋아하게 될수록 가끔은 콘체르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래도 오케스트라 연주자로서 다양한 교향곡을 경험하고 있어 그런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것 같아요.
플루트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영향을 받은 음악가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맑고 청아한 소리가 이 악기의 제일 큰 매력이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분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자칫하면 바람이 세거나 노이즈가 나기 쉽고, 그 모든 부분을 호흡과 테크닉으로 컨트롤하기도 까다롭죠. 장 피에르 랑팔Jean-Pierre Rampal의 연주를 예전부터 많이 듣고 또 오랫동안 존경해왔는데 그의 청아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어요. 또 스승인 필리프 베르놀Philippe Bernold 선생님께도 어린 시절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요.

김유빈이 플루트 수석으로 몸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자와 세이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등의 명지휘자들이 몸담았던 미국 서부의 대표 악단이다.
내년에는 LA에서 배동진 작곡가의 플루트 협주곡을 세계 초연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초연을 앞둔 마음가짐이 어떤가요? 앞으로 있을 중요한 공연도 소개해주세요.
현대음악 작품을 계속 연주해나가는 것은 이 시대의 연주자들이 지닌 중요한 목표이자 숙제라고 생각해요. 동시대 작품은 창작자와 같은 시대를 살며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죠. 앞으로도 단원이자 솔리스트, 교육자로서 다양한 소임을 잘 소화해내고 싶어요. 11월 초엔 포항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라이네케 플루트 협주곡을 선보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람을 부탁 드려요.
COOPERATION 목프로덕션(mocproduction.com), 샌프란시스코 관광청(sftra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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