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원 대표는 가끔 의뢰를 거절하기도 한다.
일부 신축 아파트의 경우, 하자가 너무 많아서 점검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
정해진 준공 일자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하다 생기는 일이라고 한다.
아파트는 대한민국에서 정치 이상으로 민감하고 시끄러운 소재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사람, 아파트를 욕망하는 사람, 아파트를 포기한 사람. 모두가 각각의 입장과 걱정이 있다.
당신이 운 좋게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면? 그렇다 해도 걱정은 남는다. 이게 제대로 지어지긴 한 건지, 의심을 거둘 수 없으니까 말이다. 메이저 시공사의 브랜드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휜스테XX’, ‘순살자X’, ‘통뼈캐X’…. 누군가는 재치 있는 말장난에 피식 웃겠지만, 막상 입주하려는 사람들은 웃을 수 없다. 평생 모은 돈, 아니, 살아가면서 벌 수 있는 예상 소득까지 더해 산 아파트가 하자 투성이라면 그걸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사실 신축 아파트의 부실 공사 문제는 하루이틀 된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결함들이 입주를 앞둔 이들을 괴롭힌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등장한 것이 아파트 사전 점검 업체다.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를 상대로 입주자들이 제대로 보기 힘든 부분을 대신 체크해준다. 레이저 진단기로 바닥과 벽의 수평을, 열화상 카메라로 창틀의 단열 상태와 벽 누수를, 전문가의 눈으로 타일과 벽지는 잘 붙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홈체크는 이 아파트 사전 점검 분야의 선두 업체다. 건축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 200여 명이 400개 이상의 점검 항목을 체크하고, 입주민에게 알려준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시공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이 차린 기업인가 싶겠지만 틀렸다. 홈체크 이길원 대표는 1992년생,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창업가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홈체크를 창업했다. “대학 시절부터 공부보다 창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부모님께서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셔서 아파트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2017년부터 신축 아파트 하자와 관련한 뉴스가 많이 쏟아지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입주하시는 분들은 하자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더군요. 시공사에 보수를 요청할 생각도 못하고요. 아파트 사전 점검이 사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홈페이지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사람들의 연락이 빗발쳤다. 1평당 약 1만 원, 30평 아파트 기준 3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전문가의 꼼꼼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창업 첫해 매출은 4억 원 정도. 괜찮은 성적이었지만 문제는 다음 단계였다.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40곳 넘는 투자사를 만났지만 단 한 곳도 투자하겠다는 데가 없었다. 단편적으로 보면 인력 파견 서비스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괜찮은 기업인 건 알겠는데,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낙심하던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한 심사역이 있는 투자사였다. 그분은 해외에서 주택 점검이 사업성 있는 분야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주택 매매 시 전문가를 통한 하자 점검 비율이 약 90%에 이르고, 미국은 주택 점검 시장 규모가 연간 8조 원에 달할 정도다. 집값이 높고, 아파트 위주의 주거라 일의 효율이 높은 한국에서 홈체크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심사역의 판단에 첫 투자가 이뤄졌다. 이 대표는 그렇게 받은 5억 원의 투자로 데이터 가공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현장 인력들을 괴롭히던 페이퍼 워크를 크게 줄이면서 생산성이 더 올랐다. 그 결과 홈체크의 지난해 매출은 68억 원. 올해는 매출 10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작 창업 6년 만에 이룬 성과로는 분명 대단한 일이다.
홈체크가 당면한 목표는 신축 아파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 이후에는 상업용 빌딩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건축물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친 점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는 지어진 지 30년 이상의 노후화된 빌딩이 수십만 채가 넘는다. 건물 매매나 임대 시 하자 점검은 점점 필수 과정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갈 길이 멀죠.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집과 오피스는 결국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니까요. 좀 더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홈체크의 성공은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우리 사회의 주거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아파트 하자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건설사들의 품질관리 의식이 높아진다면 그만한 선순환도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를 욕망하는 평범한 한국인으로서 어쩔 도리 없이 궁금한 질문이 있었다. 보통 신축 아파트에서 발견되는 하자는 30~40개 이상. 제일 하자가 적은 시공사는 어디일까.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특정 브랜드의 문제는 아닙니다. 아파트는 정해진 시간 안에 시공을 마쳐야 하거든요. 특정 브랜드보다 현장 관리 소장의 위기 대처 능력이 제일 중요합니다.”

(왼쪽부터) 홈체크가 하자 점검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들은 20~30개에 이른다. 사진 속 장비는 건물 내의방사능 물질을
감지하는 라돈 측정기다.
단열과 누수를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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