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연세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런던 유학 시절 영국 유명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후원으로 베를린과 파리를 거쳐 영국 소호에서 전시를 했다. 폴 스미스 런던, 런던 도모발 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서 작품을 소장 중이다. 올해 7월, 메타갤러리 라루나에서 3인전 <Life in Equilibrium>에 참여했으며, 차후에도 여러 단체전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김시종은 카메라를 매개체로 삼아 실험적인 촬영 및 에디팅을 통해 사진을 회화적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현실에 존재하는 요소를 촬영한 다음 ‘콜라주’를 활용해 비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재편하는데, 이때 이를 하나의 프레임 속에 배치하는 방식이 다소 특이하다. 모든 요소 간의 공간감과 거리감을 제거해 일렬로 배치하기 때문. ‘디지털 콜라주’라 명명하는 이 작업을 위해 작가는 조명을 활용해 명암까지 최소화한다. 때로는 촬영한 대상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기도 한다. 마침내 관객은 작품을 마치 회화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페인팅, 조각 등 흔히 순수 예술로 분류되는 장르에 몸담는 이들은 대개 어릴 적부터 예술 교육의 정도를 밟지만, 김시종은 아니었다. 물론, 다방면의 예술에 많은 관심을 두었던지라 영상 제작은 물론, 사진, 페인팅, 음악 등 여러 분야의 창작 활동을 취미라는 이름으로 늘 곁에 두었다. 그는 광고가 이러한 분야를 포괄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5년가량 광고회사를 다녔어요. 무릇 다방면의 예술 장르를 접할 수 있는 일 같았거든요. 다만,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완성한 결과물이 온전히 내 것 같지는 않았어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도 하거니와 클라이언트의 니즈가 반드시 담겨야 하니까요.” 창작을 향한 갈증은 그를 결국 예술가의 길로 이끌었다. 신입 사원 시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대학 예술 교육 프로그램 ‘아트 인 런던’을 알게 된 그는 퇴사 후 프로그램의 담당자를 찾아가 “저도 미술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결국 그의 조언으로 김시종 작가는 영국으로 넘어가 본격적인 예술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유학 당시 영국 유명 디자이너 폴 스미스Paul Smith의 후원으로 베를린과 파리, 영국 소호에서 전시 기회를 얻게 된 건 작가 생활 중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사진은 김시종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이다. 그는 현상을 포착하는 카메라가 자아내는 우연성에 집중했다. 미처 의도하지 않았지만 필름에 걸린 피사체의 모습과 피사체가 찍힌 구도에서 머릿속에 차마 그려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된 것. 그리고 동적인 요소를 정적으로 만드는 사진에서 불현듯 회화를 보는 듯한 순간도 경험했다. 이윽고 작가는 스스로에게 ‘사진으로 그린 그림이 있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림처럼 보이는 사진을 제작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반복하던 김시종은 ‘민화’에 주목했다. 피사체 간의 거리감을 평면화하는 민화를 보고 사진에서 원근법을 제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 이후 그는 ‘초충도’나 ‘송학도’ 등 작자 미상의 민화 작품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초석을 구축했다.

팬데믹 시기에 그의 예술은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이한다. 바니타스 정물화의 기원을 접하게 된 것. 17세기 종교개혁으로 인해 네덜란드에서 종교화를 그리는 행위가 일절 금지됐던 무렵, 사제들은 권력을 잃었고 부르주아라 불리는 중산층이 부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 화가들에게 작품을 자주 의뢰했다. 화가들이 더는 신을 그리지 않는 대신 인간과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정물에 주목해 탄생한 것이 바니타스 정물화다. “모두가 갑작스러운 삶의 위협을 받기 시작할 때 바니타스 정물화의 기원을 알게 됐습니다. 작가들은 인간의 유한한 삶과 ‘메멘토 모리’를 상징하는 도상학적 요소를 의도적으로 그려 넣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실제로 관찰해 그린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 덧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종의 메타포예요. 마치 제 콜라주 작업처럼 의도적으로 포착하지 않은 대상을 ‘편집’하듯 추가한 거죠. 원근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제가 영감을 얻기에는 더없이 적합했습니다.” 작가는 나아가 자신만의 오리지낼러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두 작품 사조의 특징을 하나의 작품 안에 녹여내는 등 작가로서의 창작성을 극대화하는 시도를 거듭했다. 나아가 디지털 콜라주와 페인팅을 결합하는 등 장르를 융합하는 도전도 진행 중이다. “제가 아니라면 다른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제 손으로 이뤄지는 모든 창작에 막중한 부담감을 느끼는 동시에 더없는 자유로움을 느껴요. 제가 머물 수 있는 종착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달까요?”
INSPIRATION IN LIFE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비현실의 영역으로 들여와 재편하는 김시종 작가의 삶에 머무는 것들.

민화적인 느낌을 낸 작품, ‘수국과 공작’(2021). 그는 작품 속 요소를 하나하나 촬영한 다음 원근법을 무시해 배치한다. 현실의 요소를 비현실의 세계로 들여와 재편하는 것이다.

사진을 매개체로 한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주로 선보이지만 그는 구태여 장르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지 않기에 페인팅 작업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콜라주와 페인팅을 융합하는 시도를 감행하기도 한다.

현재 그는 MCM 아트 디렉터를 겸하고 있다. 작업실 한편에 자리한 브랜드 로고가 프린팅된 말 형태의 오브제 ‘포니’는 그의 작품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요소 중 하나다.

작업에 매진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로 음악을 꼽았다. 그가 사용하는 스피커는 슈프림과 뱅앤올룹슨이 협업해 제작한 ‘베오사운드 익스플로어’.

김시종 작가의 주요 작업 도구는 바로 ‘카메라’. 카메라로 기물을 포착해 이를 작품 속에 반영한다. 간혹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육안으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카메라가 잡아내기도 한다.

지인이 선물한 나무늘보 키 링. 평소 말과 행동이 느려 간혹 주변에서는 그를 나무늘보라 지칭한다.

사진 작업이 아닌 회화 작업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아직은 작은 호수의 작업을 위주로 하지만, 붓이 손에 익을 즈음이면 벽면 사이즈의 대형 캔버스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작품을 위해 플라워 어레인지먼트 수업을 몇 달간 들으며 배웠다. 손으로 직접 꽃과 가지를 매만지고 배치하는데, 전문 플로리스트와 협업도 진행한 바 있다. 화병에 꽃을 꽂으며 미처 몰랐던 꽃의 아름다움을 불현듯 느끼곤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시종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화병이나 기물 등을 직접 찾아 나선다.
머릿속에 초안을 그리고
이와 딱 부합하는 기물을 찾기 위해
몇 주 혹은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민화 특유의
한국적인 느낌을 가미하거나
바니타스 정물화만의 앤티크 분위기를
내기에 더없이 적합한
소재 중 하나가 바로 화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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