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옥션 아시아 회장. 2016년 필립스에 합류해 필립스의 아시아 진출을 주도했다. 홍콩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필립스 지역 본부를 설립했으며, 아시아 주요 9개 도시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 필립스 입사 전, 런던과 홍콩의 소더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5년 동안 자신의 예술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면서 예술 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전문성을 보여줬다.
현재 필립스 옥션(이하 필립스) 아시아 회장직을 맡고 있는 조나단 크로켓은 중국과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대학 시절 경제학도를 꿈꾸다 중국 미술에 빠져들어 예술의 길로 들어섰다. 졸업 후 소더비Sotheby’s 런던과 소더비 홍콩을 거친 그는 아트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며 예술과 경매, 럭셔리 산업 분야에서 구축한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필립스에 합류했다. 필립스의 아시아 진출을 주도하고 홍콩 최대 규모이자 최초로 필립스 지역 본부를 설립, 아시아 주요 9개 도시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한 것도 바로 그다. 그뿐만일까. 세계 경매 기록을 세우며 필립스의 글로벌 판매에도 기여했다. 2021년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Nara Yoshitomo의 작품 ‘Missing in Action’(1999)이 당시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 1억2300만 홍콩달러(약 211억2600만 원)를 기록한 20세기 & 현대미술 옥션을 총괄했고, 피터 도이그Peter Doig의 ‘Rosedale’(1991)을 위탁 판매하며 당시 영국 생존 아티스트로는 세계 신기록인 2900만 달러(약 386억5700만 원)의 판매가를 경신했다. 이렇듯 과감한 행보로 아시아 미술 시장을 견인하며 일찍이 한국 아트 마켓에도 관심을 둔 조나단 크로켓이 8월 30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린 필립스의 기획 전시
20년이 넘도록 아트 신에 몸담으셨습니다. 처음 이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영국에서 자란 중국계 혼혈로, 항상 제 뿌리에 궁금증을 가졌어요.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 1년 동안 중국어를 공부하면서는 언젠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죠. 이후 런던에서 중국어와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2학년 때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가 공부하면서 중국 미술과 문화에 큰 관심과 애정이 생겼습니다. 결국 2000년에 경제학을 포기하고 미술사로 전공을 틀었어요. 졸업 후 자연스럽게 중국 미술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성장 과정은 어땠나요?
어린 시절부터 사회 초년생 때까지의 경험이 현재 저를 이루는 전문성의 바탕이 됐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팀 스포츠에서 많은 걸 배웠죠. 학창 시절 계주 수영은 물론, 대규모 경기장에서 열린 럭비나 하키 경기에도 참가했고, 알파인스키나 조정으로 국제 대회에도 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팀워크, 헌신, 회복력, 인내심의 중요성을 습득했습니다. 저는 약간 강박적 면모를 갖고 있거든요. 누군가는 이를 고집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주변에서는 제가 일단 ‘몰입’하면 전부를 거는 타입이라고 말해요. 그만큼 최선을 다하면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경쟁이 불가피한 스포츠에서 패배의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한 경험과 실패하지 않으려는 열망이 지금까지 일하는 동안 큰 동력 중 하나로 작용했어요. 실패도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미래의 성공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어릴 때부터 마음에 새긴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시도하라”라는 교훈이 지금까지 저를 이끌었죠.
뛰어난 업무 능력만큼이나 특출난 스포츠맨으로도 알려진 이유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결과물이군요. 그런 경험 덕분인지 필립스에 첫발을 들인 이래 단순히 앉아서 지시를 내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몸으로 부딪히셨죠.
신체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면 업무 성과를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돼요. 언제나 가능한 한 활동적으로 신체를 움직이며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항상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며 살았어요. 필립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직접 몸으로 뛴 덕분에 제 삶은 물론 일터에서 만난 모든 관계에서 존중과 신뢰가 쌓였고, 일하면서 큰 자산이 됐죠.

필립스 홍콩 갤러리에서 작품을 설명 중인 조나단 크로켓.
항상 과감한 성공적 행보를 보여주며 필립스 아시아의 정체성을 확립하셨고요.
‘과감하다’라는 표현이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네요.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말했죠.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며, “멸종은 규칙이고, 생존과 번영은 선택”이라고요. 요즘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용감하고 과감하며, 유연하고 혁신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저는 전통을 깊이 존중하되 현 상태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를 추구해요. 혁신이야말로 발전의 핵심이며,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믿어요. 원래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항상 새로운 기회를 찾아다녔고, 성공이란 단순히 운이나 적절한 타이밍에서 오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기회라고 봅니다.
현재 필립스에서는 주로 무슨 업무와 역할을 맡고 계세요?
크게는 아시아 지역에서 조직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요. 회사의 전반적 운영과 성과를 감독하고 목표와 계획을 설정하죠. 공개 포럼에서 필립스를 대표하고 고객, 컬렉터, 이해관계자 사이 네트워킹을 위해서도 힘써요. 업계에서 높은 수준의 정직성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필립스의 명성을 이어갑니다. 확장 계획과 주요 사업 이니셔티브 같은 고위급 의사 결정 과정에도 참여하고요.
그런 다양한 업적 중 한국에서 3회째 열리고 있는 필립스의 기획전도 중요한 성과죠. 올해 전시 <Azure Horizons: 푸른 세 계로의 여정>
미술사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푸른 안료 애저azure의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중심으로 한 전시예요. 이 컬러처럼 시크한 미니멀리즘과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별했어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현대미술 작가의 대담한 붓 터치와 역동적 형태가 어우러진 다양한 작품을 모아서 중후함과 영속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요하고 신비로운 푸른색의 광활한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하겠다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올해 특히 더 신경 쓴 점, 혹은 지난해 전시와 차별점이 있다면요?
상반기 홍콩에서 열린 필립스 글로벌 경매에서 한국에 기반을 둔 고객의 구매 활동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어요. 이 추세에 대응하고자,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이우환을 비롯해 조지 콘도George Condo,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등 세계적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였습니다. 세계에서 아시아 미술의 독특한 시각과 스타일이 주목받는 점을 반영해 신진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선별했어요.
이번 전시는 말씀하신 대가들 외에도 현대미술 신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도 한데 모은 중요한 자리였죠. 작가와 작품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는 11월에 열릴 홍콩 근현대미술 부문 하반기 메인 옥션 출품작 하이라이트와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이 참여하는 단체전, 두 가지로 구성했어요. 경매 하이라이트에서는 저명한 컬렉터의 소장품 등 탁월한 예술성과 희소성, 중요한 출처 기록을 보유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더불어, 한국 신진 작가의 작품을 더욱 많은 관람객이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어요. 예년과 같이 이번에도 저명한 거장과 재능 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소개했습니다. 전시작을 선정할 때는 현재 아트 마켓의 상황, 특정 작가와 스타일의 수요를 고려해요. 필립스 전시와 맞물려 호암미술관에서는 니콜라스 파티의 개인전 <더스트>(~2025년 1월 19일)가, 페이스 서울에서는 이우환이 참여하는 2인전 <Correspondence>
단 한 번도 경매에 출품된 적 없는 중요한 작품 두 점도 이번 전시에 등장했어요. 가을 경매의 하이라이트 작품이기도 하죠.
올해 전시는 출처가 정확한 작품을 감상할 좋은 기회예요. 파리의 에릭 에드워즈 박사 컬렉션에서 나온 중국계 프랑스 작가 창위Sanyu의 걸작을 한국 컬렉터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특히 창위의 말기 작품 ‘Reclining Nude, with Raised Knee II’(1950s~1960s)는 시대와 예술을 향한 작가의 끈질긴 탐구 정신을 집대성한 걸작입니다. 희귀성은 물론이고 출처도 인상적인 작품이죠. 대담한 구도과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선형성으로 전통을 넘어선 새로운 예술 표현을 추구하는 창위가 중국 산수화 요소를 활용해 서양 누드화를 재해석한 작업이에요. 프랑스 추상미술의 거장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의 ‘Peinture’(1967)도 중요합니다. 극명히 대비되는 흑백 컬러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시각적 이분법이 특징인 작품으로, 작가의 시그너처인 검은 색조에서 빛을 반사하는 독특한 미감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George Condo, ‘The Blues Musician’, 2021, 사진: 필립스
그동안 아시아 아트 신에서 필립스의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향후 아시아에서 필립스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아시아 시장에 최고의 퀄리티와 매력을 지닌 작품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에요. 앞으로도 시장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시아 아트 신을 이끄는 주요 인물로서, 현시점에서 한국의 미술 시장과 옥션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수준 높은 미술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한국 컬렉터들과 미술 기관이 작가들을 지원하면서 세계 시장에서도 더욱 두각을 드러내더군요. 이러한 추세는 근현대 작품을 향한 관심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아트페어와 전시회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가 늘면서 한국 미술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러한 가시성의 향상은 한국이 세계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꾸준히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원동력이나 계기가 무엇인가요?
본격적으로 중국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래 약 24년 동안 아시아 미술 세계에 깊이 몰두했어요. 앞으로도 제 역할과 임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할 겁니다. 필립스는 사진, 디자인, 시계, 주얼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최근 모든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시아는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관점이나 시각을 가진 새로운 기회가 항상 존재합니다. 이러한 다양성 덕분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다양성은 삶의 향신료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원래 필립스 홍콩은 연 2회 경매를 열었어요. 하지만 지난해 서구룡 문화지구에 전시 공간과 경매장을 오픈한 이후 연중 내내 경매와 판매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가을에도 다양한 경매와 판매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전시를 여는 중국의 현대미술가 황유싱Huang Yuxing의 새로운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WRITER 백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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