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10월호

BOOKS OF MY LIFE - 소설가 김금희

마침내 도착한 가을, 새로운 계절을 나기 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시대가 주목하는 한국 문학 작가들에게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새긴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EDITOR 이연우 PHOTOGRAPHER 박규태

베이지 컬러 슈트 세트업과 화이트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토즈.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등을 냈다.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이야기, 소설가 김금희

“모두에게 끊이지 않고 흐르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라는 문장을 쓰는 김금희는 넘어지고 구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삶을 응원하는 작가다. 무심한 듯 다정한 그의 인물들은 ‘힘들지만 같이 살자’고 손을 내민다. 무시로 찾아드는 근심과 아픔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곁에서 기운을 북돋우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 소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아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제 소설에는 극적인 데가 없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 그 일상의 한 컷을 비집고 들여다보며 그 한 컷이 갖고 있는 무게와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써요. 앞으로도 마음이 힘들 때 찾아 읽으면 엄청난 ‘파이팅’을 얻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다시 해보자’며 인생을 수긍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자신의 자리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며 착실하게 삶을 이어가는 그의 인물들처럼, 소설가 김금희의 일상 역시 성실한 취재와 집필로 이루어진다. 최근까지 온 힘을 다해 붙잡고 있던 이야기는 곧 인쇄 작업을 끝내고 10월 초 출간된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아우르는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다. “창경궁 대온실은 제국주의의 산물로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역사성과 문화재적 가치 때문에 현재까지 보존되었다고 해요. 역사를 ‘견뎌’내고 생존한 건물인 거죠. 또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건너온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도 있고요. 워낙 긴 시간을 다루다 보니 자료 조사부터 만만치 않았어요. 지난 2년간 꼬박 매달린 작품이에요. 저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라 독자 분들이 어떻게 읽어주실지 궁금하고 많이 떨려요.” 품고 있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이번 책은 특히 애틋하다. 첫 역사소설이자 잠깐 동안은 유작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했던 작품이기 때문. “지난 2월 남극 세종기지에서 한 달을 보냈거든요. 떠나며 만에 하나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해서 출판사에 뒷부분 시놉시스를 넘기고 갔어요. 어떻게든 이 책을 내고 싶더라고요. 다행히 무사히 선보일 수 있어서 후련하고 기쁘네요.” 신간과 더불어 세 권의 추천책까지, 기쁘게 읽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한 그는 좀 더 많은 이가 책과 편하게 만나는 친구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꼭 끝까지 보지 않아도, 반드시 무언가를 얻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즐겁게 만났으면 한다고. 오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아껴 읽고 싶을 그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내 인생의 책

<지구의 꿈>, 토마스 베리  남극 취재를 앞두고 장엄한 자연의 품으로 떠나기 전, 준비 과정에서 이 책을 접했다. 생태 신학자이자 문화 사학자인 저자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의 공동체에 속한 하나의 종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특히 ‘살해’되다시피 한 지구를 치유하고 복원하는 데 예술가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가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으로 다가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주인공. 더불어 동시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얽힌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코 ‘눅눅하지 않게’ 쓰여 더욱 마음을 울린다. 또한 창작자로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의 자세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나목>,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은 작가들에게 그 자체로 큰 나무 같은 존재다. 나 역시 지금도 선생님이 남기신 이야기로 힘을 얻는다. “나는 명랑을 잃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은 앞으로도 작가로서 내가 지켜가야 할 우뚝한 에너지가 된다. 지난 5월에 나온 <나목> 아카이브 에디션에는 추천사를 썼다. 여러 번 읽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또 한 번 사로잡혔다.



HAIR & MAKEUP  황령경  STYLIST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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