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10월호

BOOKS OF MY LIFE - 소설가 김준녕

마침내 도착한 가을, 새로운 계절을 나기 위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시대가 주목하는 한국 문학 작가들에게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새긴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박규태

의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치는 파텍 필립 by 빈티크.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으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창작자이자 제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는 10월 초에는 신작 단편집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보다 능동적인 창작자로, 소설가 김준녕

작가의 삶을 살며 이야기와 늘 함께하는 김준녕 작가에게는 꽤 많은 수식어가 뒤따른다. 소설가이자 드라마 제작자, 심지어는 게임 기획자로도 활동하기 때문. 섣부른 수식으로 그를 한정짓는 것보다는 창작자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그렇지만 소설은 무엇보다 김준녕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밑거름이다. 삶에서 처음으로 소설이 자리한 건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의 인생에 꽤 큰 변곡점이 찾아오며 그에게 ‘소설’의 존재가 사뭇 다르게 다가왔던 것. “세상이 제게만 왜 이렇게 불합리하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문열 선생님의 <사람의 아들>을 읽었어요. 책을 읽다 보니 소설이 제게 길을 제시해줄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어요. 조금씩 제가 하고픈 말을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게 된 건 그 이후부터였고요.”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건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을 통해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이 상이 그간 젊은 작가의 고충을 숱하게 겪어온 보답처럼 느껴졌다고. “처음부터 SF 장르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습니다. 기후 위기 같은 동시대적 문제를 다루며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가장 적합한 도구가 SF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레고리적 요소와 텍스트 간 연결성이 무한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SF야말로 이런 주제를 담아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선택한 거죠.” 김준녕 작가는 책 한 권을 마무리할 때마다 하나의 세상이 무너지고, 또 다른 세상이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특히 그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온 건 후속작 <빛의 구역>을 쓰고 난 후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저는 <빛의 구역>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어요. 혁명기와 탈출기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구성별 특징을 정리했지만, 당시에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그간 출간한 여러 소설은 <빛의 구역>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쓰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나서 ‘앞으로 무엇을 써야 하지?’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는 결국 해답을 찾았다. 보다 폭넓은 장르로 작품의 영역을 확장하기로 결정한 것. 로맨스 장르인 <경아>, 코미디 요소를 가미한 <붐뱁, 잉글리시, 트랩>,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등의 작품이 그 결실인 셈. 오는 10월 초에는 단편집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의 출간도 앞두고 있다. 내년에도 각기 다른 장르의 장편소설 3편 또한 세상에 나올 예정.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 ‘사람이 곧 장르’인 작가가 되고 싶어요. 김준녕이라는 이름이 들렸을 때 작품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가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날처럼 취향이 뚜렷하게 나뉘는 시대에서는 호불호가 분명한 것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내 인생의 책

<사람의 아들>, 이문열  이 책을 통해 문학에서 어쩌면 삶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가장 무가치한 것이지 않을까. 삶의 정답은 결국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다만 소설은 하나의 갈래를 제시해줄 뿐이다. 소설을 읽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통념 속의 신성과 소설적 허구를 나누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될테니까.

<토지>, 박경리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알고 싶다면 토지만한 작품이 없다. 한국사와 연결된 장엄한 일대기를 통해 문학과 역사, 사회는 결코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릇 소설의 백미는 감칠맛 나는 문장에 있는 법. 박경리 작가의 문장에는 오로지 한국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글맛과 미묘한 감동이 담겨 있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과학적 사고에 대한 이해와 개념 정립에 큰 영향을 준 책이다. 과학적 사고의 핵심은 ‘당연한 것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이다. 책이 주장하는 바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장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그리고 근거가 어떻게 이를 뒷받침하는지에 더 주목해볼 것. 그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방식의 핵심이기 때문.



HAIR & MAKEUP  황령경  STYLIST  이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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