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9월호

스타일리스트 박만현, 애정으로 피워내는 담대한 스타일

화려함으로 점철된 패션·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한결같이 커리어를 유지해온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에게는 
앞으로도 결코 꺾이지 않을 굳건한 믿음과 철학이 있다.


박만현  방송 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톱 스타일리스트. 소문난 ‘옷 잘 입는 남자’이자 ‘화이트 팬츠를 즐겨 입는 남자’로 통한다. 뚜렷한 관점과 철학을 바탕으로 남다른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패션 분야 외에도 삶을 다채롭게 채우는 데 관심이 많다.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설명과 직함이 붙는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비주얼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거진 컨트리뷰팅 에디터, 홍보대행사 PR라인 대표, PLK그룹 이사 등. 단순한 연예인 스타일링을 넘어 인물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고 표현하는 작업, 나아가 트렌드 안에서 새롭게 스타일을 재창조하고 전파하는 일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덕분에 그의 스케줄 표는 수많은 사람과의 미팅 및 회의, 실무 진행, 각종 행사와 약속으로 빼곡하다. 시간이 주는 익숙함과 현재의 결과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더 새로운, 더 재미있는,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삶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경험과 경력이 꽤 쌓인 지금도 사무실보다는 현장을 누비고, 열린 자세로 앞장서 보폭을 확장해나가는 그다.

하지만 그의 진짜 특별함은 일에 대한 순수한 애정,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반짝이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수시로 나타나는 패션계에서 많은 셀러브러티와 브랜드 관계자들이 꾸준히 그를 찾는 이유다. 스타일링은 본질적 매력과 장점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는 그는 “좋은 스타일리스트는 외적인 이미지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세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놀랍고도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데서 누구보다 큰 만족과 성취를 느낀다는 자부심도 내비친다.

그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자신이 믿는대로, 사랑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감성이 담긴 브랜드를 론칭해 더욱 적극적으로 즐거움을 찾아나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만 변하지 않을 사실은, 그 여정이 매우 흥미롭고 ‘스타일리시’할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을 바탕으로 그는 오늘도 현장을 찾는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소재의 믹스 매치. 이질적인 조합에서 파생되는 색다른 멋을 즐긴다. 소재감이 극명하게 다를수록 확실히 ‘한 끗’ 차이의 개성 넘치는 연출이 가능하다.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에디터 시절 해외 패션위크를 취재하러 가면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쇼만큼이나 참석한 관계자들의 룩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로라하는 매거진 편집장들의 스타일은 전부 어찌나 그리 멋지던지. 특히 <에스콰이어> 미국 편집장이었던 닉 설리번은 독보적이었다. 영국 출신답게 클래식한 아이템을 세련되게 소화하는데, 액세서리나 소품을 활용하는 센스가 남다르다. 거기에 여유로운 표정과 무심한 애티튜드까지. 동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디터 시절 <에스콰이어> 미국 편집장 닉 설리번의 스타일에 매료돼 지금까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깔끔하고 세련된 멋의 정석을 보여준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제냐의 턱시도 슈트를 꽤 오랜 시간 아끼며 입고 있다. 베이식한 디자인과 실루엣, 게다가 소재까지 훌륭해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는다. 내 인생의 첫 턱시도라 더욱 애착이 가기도 하고.



옷을 자주, 많이 사기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구입해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VIP 클래스를 자주 진행하는데 무조건 새로 나온 아이템을 어필하기보다 기존의 것과 매치해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고자 한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 내 선에서 ‘한 벌만으로 며칠을 버텨야 한다’는 설정까지 추가해 답해보자면, 좋은 소재에 활동성이 뛰어난 니트 세트업을 챙기겠다.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가방에 꽤 많은 것들을 넣어 다니는 편인데 파우치 안에는 안약과 ‘호올스’ 캔디를 꼭 넣어둔다. 호올스는 반드시 블랙커런트 맛으로. 피로도가 높아져 가슴이 답답해질 때 직효다. 미니사이즈 향수와 스틱으로 된 꿀도 항상 갖고 다닌다.


옷을 쇼핑할 때의 기준은?

소재의 종류와 퀄리티. 사실 20~30대 때는 트렌디한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소재의 중요성을 체감한다. 좋은 소재로 제대로 만든 옷을 입으면 일단 몸이 편안하게 바로 서는 기분이 든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토넷의 의자를 샀다. 최근에 집을 지어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집을 꾸미고 정리하는 데 빠져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훨씬 많아져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토넷 의자는 기능적이면서도 미학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롭다. 지금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들여놓게 됐다.


이사를 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꾸미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아름다운 디자인, 탁월한 기능을 갖춘 가구는 일상을 한 뼘 더 경쾌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집과 공간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서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것들의 영역이 조금 달라졌다. 확실히 요즘은 일상을 좀 더 안락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몬타나의 모듈 가구를 눈독 들이고 있다. 활용도가 높고 컬러풀한 색감으로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 같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르 라보의 ‘일랑 49’ 향을 아주 좋아한다. 원래 진한 꽃 향을 선호하지 않는데 이건 좀 다르다. 마냥 화려하고 달콤하지만은 않은, 센슈얼하면서도 중성적인 느낌을 준다. 세련된 여운을 남기는 잔향도 매력적이고.


 

향이 주는 안정감, 기분 좋은 설렘을 즐긴다. ‘일랑 49’는 가장 좋아하고 즐겨 쓰는 향수 중 하나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답변하려고 확인해보니 플레이리스트가 피아노와 가야금 연주로, 진짜 극과 극이다. 주로 듣는 건 피아니스트 랑랑의 앨범인데, 듣고 있으면 마치 잔잔한 물결부터 거대한 파도까지를 오르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장 고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산조도 즐겨 듣는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깊은 마음의 울림이 있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몇십 년을 봐도 매달, 매 시즌 나오는 매거진들이 가장 재미있다. 최근에는 패션지뿐만 아니라 리빙이나 여행 등 다른 영역의 전문지도 챙겨본다.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영감을 얻고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어디서든 쉽게 패션과 트렌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지만, 여전히 매달 발행되는 매거진을 챙겨본다. 매거진은 가장 감도 높은 콘텐츠의 집약체라고 생각한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라이언 머피 감독을 좋아해서 그가 연출한 작품을 종종 다시 보곤 한다. 감각적인 연출은 물론 조명이나 색감의 표현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스타를 꼽는다면?

디자이너 정구호 선생님. 패션에 머무르지 않고 공연, 공간, 브랜드, 디자인 등 장르를 오가며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는 그의 에너지와 도전 정신을 존경한다. 뵐 때마다 해주시는 이야기와 조언도 값지지만 그저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운다. 최근에는 ‘명랑한 어른’ 최화정 누나를 보면서 새삼 ‘저렇게 나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신을 아끼는 자세, 삶을 긍정하는 마음 등 그의 면면을 닮고 싶다.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 감성을 담은 도예 작품을 선보이는 이혜미 작가의 오브제는 일상생활에서 가깝게 두고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여러 점 소장해 곁에 두고 싶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반드시 산에 오른다. 이사한 집 바로 뒤가 산이라 좀 더 가볍게 등산을 할 수 있어 좋다. 이맘때면 무성한 초록 잎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굉장하다. 울창한 풍경을 보며 안정과 위로를 얻는다.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2가지 먹으면 안될까?(웃음) 김밥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된장찌개. 김밥은 촬영장을 비롯해 일터에서 자주 먹는데도 딱히 질리지가 않는다. 된장찌개도 마찬가지. 감자와 두부 등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 있는데 건강에도 좋으니 매일 먹을 수도 있겠다.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는?

이태원에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첫 만남을 떠올리며 가끔 함께 찾곤 했는데 요즘은 안 가본 지 꽤 되었다. 이탈리아의 피렌체도 평생 잊지 못할 낭만적인 기억이 깃든 도시다. 10여 년 전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여행했는데 ‘사랑의 도시’답게 영화 같은 순간들로 가득했다.


최고의 여행 기념품은?

이탈리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쓰려고 산 여권 케이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잘 쓰고 있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힘들던 때가 있는데, 아끼는 사람으로부터 웨스틴 조선 부산의 숙박권을 선물받았다. 나 때문에 덩달아 힘들었을 텐데 다그치거나 불만을 표하는 대신 “좀 쉬다 오는 건 어때?” 하고 등을 떠미는 거다. 정말 머릿속을 비우고 창밖 풍경만 바라보며 푹 쉬었다. 고맙고 또 값진 시간이었다.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요즘도 좀 환기가 필요한 것 같아 ‘힐링’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곳도 좋지만 예전에 가봤던 곳을 다시 찾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여행은 새로운 영감의 원천. 이번 휴가에는 이탈리아 남부로 떠날 예정이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전형적인 답 같지만 별거 없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웃고 대화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그 대단치 않은 일이 또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자리를 만들고 진심으로 즐기려 한다. 다행히 이제는 어느 정도 가격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걸 사먹을 수 있어서 ‘나 꽤 잘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한동안 몸이 아파서 일도 쉬고 잠시 병원 생활을 했다. 병문안 온 선배 중 한 명이 “순간을 살아”라는 말을 남겼다. 후회와 반성이 밀려오더라. 입버릇처럼 “오늘이 제일 중요하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오늘을 내일로 미루는 삶을 살고 있다는 자책이 들었다. 그 말을 되새기며 매일을 충실히 살고자 한다.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지금의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럽긴 한데…. 아, 배우로 살아보면 어떨까 싶다. 작품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며 다양한 삶을 살아보면 좋겠다. 이왕이면 세계적인 글로벌 스타가 되겠다.(웃음)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알차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잘 정돈된 침대로 몸을 던질 때. 그래서 침구류에 신경을 많이 쓴다. 침구 역시 소재가 중요하기에 이사하며 계절별 침구를 모두 꼬또네로 바꿨다. 살갗에 닿는 감촉이 정말 좋다.


무엇보다 소재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긴다. 직업적 특성상 트렌디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플하고 포멀한 아이템이 많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주변에 남다른 철학과 뛰어난 스타일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다.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을 통해 기분 좋은 자극을 받는다. 여행지에서의 경험도 나를 새로움으로 이끈다. 현지에 가면 헤리티지를 간직한 브랜드의 매장을 꼭 찾는데, 그곳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룩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진심으로 자신을 긍정하고 아끼는 데서 나오는 여유 그리고 본연의 매력을 살린 스타일링을 찾고 유지하는 것.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을 좇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찾고, 사고,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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